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472)
별거 없군.
30여 m 북쪽에서
북한군과 대치 중인 한국군 특수부대를 본
얀 베르그만의
첫 번째 감상은 그것이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관객석에 앉아 있고 싶지 않던 그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자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감시하고 있는 북한군을 직접 처리하고
일부러 빙 돌아서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보이는 것이라고는
시체 한 구,
이제 곧 시체가 될 한 명,
그리고
이미 가망 없는 그 사람을 살리겠다고 애쓰고 있는,
살아있는 시체 둘뿐이었다.
이번에도 별 소득이 없었군.
얀 베르그만은 그렇게 생각하며,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
한국 군인들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장면이었다.
한때는
매일매일 보던 일상이었지만,
최근 들어 저렇게 누군가를 살리겠다고 감정을 소모하는 모습은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번 북한 방문이
완전히 재미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대착오적인 일당독재 국가를 방문해
그 지도자를 만나고,
생각 없이 그를 추종하는 개들을 본 것은
오랜만이었으니까.
마치 시간을 역행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몇십 년 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를 떠올렸다.
스탈린이 막 죽고,
말렌코프가 각료평의회 주석을 맡았던 시기였던가?
아니, 니콜라이 불가닌이었던가?
그 시기에 경직화되어있던
당시의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사실 지금의 평양을
그 당시의 모스크바와 비교하는 것은
모스크바에
모욕이 될는지도 모르겠군.
이미 사망 선고를 받은
공산주의가
좀비로 살아남아 썩고 있는 것처럼,
썩은 내가 풀풀 나는
이 나라에 비하면
그 당시의 모스크바는
그래도 낭만이라는 것이 있었다.
반면에
평양에는
그런 낭만이 느껴지지를 않았다.
국가의 수도라기보다
종교 집단의 본산 같은 느낌이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잃어버리게 될까 전전긍긍하면서도,
이미 망할 대로 망해 버린
이 나라를
어떻게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서
그저 자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종교 집단의 지도자.
계급과 종교에 세뇌되어
감히 반항할 생각도 하지 못하는 신도들로 가득한
거대한 종교 집단.
일부 철학자들 사이에서는
주체사상을 일종의 국교(國敎)로 분류했다고 했는데,
얀 베르그만은
만수대언덕의 거대한 동상을 보면서
그들이 제대로 판단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 방문에서
그가 얻은 유일한 수확이라면,
오랜만에 독특한 경험을 했다는 것
그리고
그 경험에서
철의 장막 시절
소비에트연방의 모스크바를 떠올릴 수 있었다는 것 정도였다.
그 정도의 수확으로는
그의 따분한 삶에
자극이라는 파문을 주기는 부족했다.
오랜만에 몸을 움직이는군.
얀 베르그만은
자극을 받기 위해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의 손에 들린,
그를 지키던 북한군이 가지고 있던 전투용 대검을
천천히 앞뒤로 흔들면서,
그는 눈앞에 있는
한국군 특수부대원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