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 구분없이 모아놓으면 미식이 아니라 괴식
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
구분없이 모아놓으면 미식이 아니라 괴식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범인을 쫓다 알 수 없는 괴한에 의해 왼쪽 눈을 잃고 눈사태에 휩쓸렸던 칸스케 경부.
그로부터 10개월 뒤, 코고로 형사의 동료였던 와니가 시내 한복판 공원에서 또 다시 괴한에게 총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칸스케가 잊은 그날의 범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와니를 살해한 범인은 누구인가.
현직 경찰이 피습당하고 여러 피해자들을 낳은 이 사건은 어떤 음모를 숨기고 있을까.
작년 백만달러의 펜타그램 리뷰를 할 때도 말했지만 저는 코난의 무리수 액션을 그리 싫어하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코난 극장판 시리즈는 액션 블록버스터로 중심을 옮긴지가 꽤 되었고 이젠 추리가 볼만하게만 나오면 수작 소리를 듣는 유사 추리물이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무리수의 극단을 달려서 오히려 유쾌하게 볼 수 있었던 전작들에 비해 이번 작품, 척안의 잔상은 이런 무리수들이 눈을 질끈 감게 되는 부분이 되어버렸습니다.
추리과정만 딱 때고 보면 나름 괜찮았던 이번 작품이 어떤 부분에서 균형을 잡는데 실패했는지를 간단하게 후기형식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척안의 잔상은 포스터로 보나 예고편으로 보나 칸스케가 주인공인 작품입니다. 아니 그랬어야 했습니다.
애초에 부제인 척안의 잔상도 칸스케가 왼쪽 눈을 잃기 전 보았던 범인을 의미하는 것인데 당연히 중심인물은 칸스케 였어야 하는 게 맞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 점이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작품의 인기 캐릭터인 후루야, 슈이치가 번갈아가면서 나오고 가끔 키드가 등장하는, 소위 말하는 캐빨물이 되어가는 흐름에서 중심에서 다소 벗어나있던 캐릭터를 중심에 두는 흥미로운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감독님은 칸스케와 나가노 경찰본부 인물들로만 이야기를 꾸리기 부족하다 느꼈던 모양입니다.
메인 스토리인 칸스케와 와니가 겪은 사건에 관련된 코고로 까진 필요한 투입이었다고 넘어갈 수 있지만 여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기능적으로 소모되는 어린이 탐정단과 트릭이 아닌 배경 설정을 위해 투입된 공안부가 이야기에 깊게 끼워버렸거든요.
물론 이런 어거지 인선은 원래도 코난 극장판에 있던 부분이긴 했지만 여기선 전보다 더 큰 문제를 만듭니다. 바로 주인공이었어야 할 칸스케의 서사를 얕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죠.
최근 코난 극장판들이 경찰을 주인공으로 하면 후루야를 중심으로 한 공안과 경찰학교 이야기를 줄창 해대는 바람에 까먹었을 수 있지만 사실 코난은 형사들의 이야기도 꽤나 자주 다뤄졌었습니다.
애초에 코고로가 형사 출신이기도 하고 사건이 일어날 때는 항상 무능하긴 하나 착한 형사들이 주변에 등장하여 자신들의 이야기와 캐릭터 어필을 조금씩 해왔죠.
그렇다보니 형사인 칸스케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형사 출신인 코고로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와니의 사건이 투입되고 자연스럽게 복수라는 동기를 가지게 된 코고로와 코난이 과거에 있던 사건을 파헤치게 되는 흐름 자체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사건에 엮인 플롯이 너무 난잡하게 많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음모를 꾸미는 범인을 찾기 위해 진실을 쫓던 이들이 살해당했다는 정도로 끝났어야 할 메인 플롯에 총포에서 총을 훔친 과거 사건이 끼어들면서 이로 인해 피해를 받은 여성, 그 여성의 극단적인 선택, 아버지의 복수 같은 사실 마지막 대사 하나 쳐보자고 어거지로 끼워넣은 곁가지 때문에 이야기가 산만해져 버립니다.
게다가 나가노 경찰 3인방의 이야기도 한 땀 한 땀 풀어내겠다고 템포를 끊어 먹는 부분도 아쉽습니다. 풍림화산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끌어오면서 계속 이성적인 호감을 드러내는 유이까진 칸스케와 직접적인 연관 있는 이야기로 볼 수 있었지만
혼자 언 호수에 떨어졌다가 아무리 봐도 후속작을 위한 초석인 죽은 동생에 대한 환상과 대화하는 씬을 한창 범인을 쫓던 중후반부에 가져가는 공명은 아무리 봐도 과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여기다 나와도 안 나와도 그만이었을 어린이 탐정단이 천문대를 가는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를 구겨넣고 또 나왔으니 활용해보겠다고 골롬보를 세모, 뭉치가 총소리가 나는 곳으로 뛰어가는데 제대로 제지도 못하고 여고생 란을 보내는 무책임한 어른으로 만들지를 않나
총을 들고 있는 범인에게 겁대가리 없이 달려드는 두 꼬맹이 + 소총은 몰라도 권총탄은 피해볼만하다는 놀라운 발언을 했던 여고생이 이젠 발전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누가 봐도 소총을 든 괴한한테 달려드는 모습은 이야기에 크게 필요도 없는데 나온 김에 분량 챙겨주는 걸로 밖에 안보였습니다.
이런 무리수를 둔 끝에 남은 단서도 사실 범인을 가르키는 수많은 증거 중 하나였을 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도 않았고요.
이렇다보니 칸스케를 쏜 범인과 단서들을 쫓아가는 여정은 어느 순간 묻히는 지경에 이릅니다.
눈사태와 함께 사망했다는 말을 했다는 걸 알리고 유이가 절규하는 장면이 나오고 5분도 안되어서 코고로가 폭풍추리쇼를 하며 칸스케가 짜잔하고 등장하는 것만 봐도 이 작품이 얼마나 분량 배분에 실패했는지를 알 수 있죠.
게다가 하이라이트였어야 할 추리씬 마저 앞에 초반에 나왔던 총포점 아저씨가 신파극을 갈기며 급작스러운 용서쇼를 하면서 집중을 흐려버립니다.
이래저래 흩어져있던 플롯과 등장인물들을 어떻게든 엮어서 모두 범인을 찾는 단서이자 과정으로 만들어 낸 점은 칭찬할만하지만 이정도로 많을 거면 몇 개 빼고 칸스케 얘기나 깊이 있게 하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죠.
키비주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처럼 나오던 코고로와 칸스케는 활약상을 아주 짧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코고로는 와니를 죽인 진범을 찾기 위해 진지한 모습으로 내내 돌아다니다가 가끔 원래 잘하던 사격 실력을 보여주었다.
칸스케는 내내 뭐 연관될 때 마다 왼쪽 눈이 발작을 일으키고 몇 번 습격당하다가 산사태를 한 번 더 맞고 기억을 떠올렸다.
메인으로 세웠으면 이것보단 깊이 있게 다뤘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마지막 액션 피날레도 참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진지하게 할 거면 진지하게만 하고 무리수를 둘 거면 무리수만 둬야지 이걸 잘 묶이지도 않는데 어떻게든 붙여놓으려고 하니 둘 다 실패했다는 인상을 줘버립니다.
오프닝 전에 나오는 보드 추격씬은 여전히 어처구니 없지만 그냥 원래 그런 거다 하고 넘길만하지만 음파장비 작동시키겠다고 슈퍼 운동화로 통차고 권총으로 맞추기는 거의 초능력으로 위기를 넘기는, 그러고 있는데 형사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걸 받아들이는 이질적인 장면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었습니다만
그런 무리수의 절정을 달려버리는 마지막 피날레 씬은 불쾌할 지경에 다다릅니다.
정체를 들킨 범인과 주요인물들이 추격전을 벌이는 씬에서 칸스케와 유이의 우정 내지 사랑을 강조해야겠으니 구하고 포옹하는 씬 하나 넣고
코고로의 복수로 시작했으니 특장점인 사격으로 범인을 저지하는 씬 넣어야하니 마무리는 코고로가 맡아야 합니다.
여기까진 좋다 이겁니다. 하지만 여기 시리즈 주인공인 코난을 어거지로 끼워넣는데 딱히 할 일 없는 어린이 탐정단도 뭐하나 해야겠다 싶었는지 내내 큰 상관없었던 천문대의 빛을 반사해서 트랙 크레인으로 도망치는 범인에게 무려 ‘눈뽕’을 선사하자는 기적의 작전을 실행합니다.
과학자여서 아무튼 장비를 조작할 줄 아는 장미가 빛을 쏘고 초대형 안테나를 관리자 아저씨가 움직여서 각도를 맞춘 다음, 보드가 망가져 눈사태와 함께 떨어진 얼음 조각을 타고 있던 코난이 붕 떠올라서 하늘로 반사된 빛을 얼음조각 보드로 다시 반사해 범인의 눈을 잠깐 멀게한다.
저도 제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효율 떨어지는 미친 스케일의 작전을 펼치고 있는 동안 결연한 표정으로 권총을 사격하는 코고로가 교차되는 순간은 진짜 화려한 액션씬 넣어보겠다고 피날레 장면을 다 망쳤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메인을 세워놓고 약하다 생각했는지 이 사람 저 사람 투입시키더니, 또 온 사람 챙겨야겠다고 되도 않는 장면들로 분량 꼬박꼬박 챙겨주는 연말 시상식 같은 영화.
그러느라 오히려 메인으로 내세운 캐릭터들의 서사의 깊이를 다 날려먹는 아쉬움을 넘어 놀라운 영화, 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이 말합니다.
부족해 부족해 네가
-본작의 주제가 TWILIGH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