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년째 루리웹 눈팅 회원입니다.
매일 같이 들어와 게임 정보를 찾고, 오른쪽 힛갤 게시물을 보며 낄낄대고, 핫딜 게시판에서 용돈을 탕진합니다. 재믹스(MSX)와 알라딘보이(메가드라이브)로 콘솔 게이머 생활을 시작한 나름 올드 게이머예요. 루리웹에서는 키보드보다 마우스를 주로 쓰는 조용한 회원인지라, 살아있는 화석 취급을 받는 네자리 숫자 회원 번호인 주제에 남긴 글은 별로 없습니다. 지금 확인해보니 100개도 채 안 되네요.
게임 시스템입니다. 현재는 이 구성에 스팀덱과 폴크 오디오 서브우퍼가 추가됐습니다. 아파트에서 감히 서브우퍼라니 사람들이 안하는 걸 태연하게 해버려! 그 점에 전율해! 끼얏호우!
그래도, 인생의 중요한 순간 마다 루리웹에는 글을 남겼던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하고, 첫 집을 장만하고, 쌍둥이를 낳고 이사를 하고.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제가 가장 잉여롭던 시절부터 함께 해온 커뮤니티에 내 중요한 순간을 흔적으로나마 기록해놓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수집하는 오타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이번에 책을 한 권 냈기에 글을 남깁니다. 회사에서 아카이빙 차원으로 내는 책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적은 있지만, 온전히 제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것은 처음입니다. 책 출간이라니,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혼자 흐뭇해하고 있다가, 이 역시 제 인생에서 기록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 루리웹에도 글을 올립니다.
책의 제목은 [그거 사전]입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은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들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혹시 인터넷에서 오다가다 읽어보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동명의 웹 연재물이 네이버 메인에 가끔 소개된 적이 있거든요.
책 출간 직후,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밈 그 자체가 된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잠깐이나마 제쳤을 때를 놓치지 않고 캡처했습니다. 순간 포착의 미학이랄까요. 원래 2018년 월드컵에서 독일 축구 꺾은 한국 국대처럼, 딱 한 번만 이기고 그 이후로는 대결 안 하면 되는 겁니다. ㅋㅋ
운 좋게도 SBS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하게 됐습니다. 책을 주제로 한 ‘책하고 놀자’라는 방송인데,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라디오 방송 진행을 맡은 김선재 아나운서님과 기념 사진. 굴욕적인 얼굴 크기 비교를 어떻게든 상쇄하고자 "제가 좀 뒤로 가서 촬영하면 안되나요?"라고 여쭤봤지만, 그러면 더 비참 어색해진다고 하셔서 그만(…).
아무튼 몇십년 동안 저에게 책은 ‘읽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쓸 수도 있는 것’이 됐습니다. 세상에 두 아이라는 생물학적 유전자(gene)를 남긴 지 5년 후에 [그거 사전]이라는 이름의 사회적 유전자, 밈(meme by Kojima Hideo)을 남길 수 있어 기쁩니다.
아무튼 제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루리웹 회원분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두서없이 올려봤습니다. 오가며 책 주문하실 때 배송료 무료나 할인 쿠폰 맞춰야 할 때 한 권씩 장바구니에 넣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교보문고에서 부모님(feat. 웃는 남자)과 함께. 출간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머릿말에 감사한 분들을 적을 때였습니다. 제가 가진 몇 안되는 재주 중에서 쓸모 있는 모든 것들을 물려주시고 또 키워나갈 수 있도록 애써주신 두 분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참, 제 두 번째 책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사전 시즌2] 연재를 위해 ‘이름 모를 그거’들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혹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데 이름을 도통 알 수 없어서 “그그그그그거 뭐더라?”라고 했던 사물이 있다면, 댓글로 꼭 남겨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조사해서 이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작가님이 되셨네요 ^^ 책 축간 축하합니다!!!
조용히 ㅊㅊㅊ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우와~~~~ 베스트셀러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멋지네
그리고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