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봄볕에 수줍게 피어나는 어느 봄날.
어머니께서 꽃구경 일정을 잡으셨습니다.
그리고 한창 흐드러진 벚꽃들이 소녀의 풋웃음처럼 수줍게 흩날리며 떨어지던 그 날, 꽃구경 전날.
어머니께서 식사는 여기서 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곡성가든'
와, 아직도 가든이 남아있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오랜만에 맛볼 가든식 음식들에 대한 기대가 살며시 떠올랐습니다.
가든.
90년대 중후반에서 새천년의 초반까지 꽃을 피웠던 그 문화는, 새천년이 무르익으면서 다양한 외국 음식들에 밀려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보통은 가든에서 직접 키우는 일이 많았던 닭, 오리 등으로 풀코스가 나오는 곳을 자주 갔었죠.
십몇년쯤 전, 마지막으로 갔던 가든은 오리불고기와 오리로스, 오리구이, 오리백숙을 즐긴 뒤, 후식으로는 흑임자를 담뿍 갈아넣은 진한 깨죽을 먹었고, 집에 돌아오는 길 오리 백숙 국물을 사와서 반쯤은 약처럼, 반쯤은 맛으로 하루 한컵씩 꼴깍 꼴깍 데워먹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지금까지 남아서 영업하는 가든이면 분명 이유가 있겠죠.
그런데 어머니께서 말씀하십니다.
아들아. 그곳은 네가 생각하는 가든이 아닐거란다.
그럴리가 없는데.
가든인데.
가족과 함께 가서 즐기는, 아이들은 정원을 보고 즐거워하며 어른들은 뛰어노는 아이들과 가든의 음식을 즐기는 가족들을 위한 공간.
가든.
분명 가든인데...
사실 어머님은 가든이 싫으셨던 걸지도 모릅니다.
어머님은 가든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가든이 싫다고...
그럴린 없네요.
딱히 가든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저희 부모님은 직접 가보시고 괜찮았던곳으로 저희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그럼 그냥 가든이 싫으신게 아니라 진짜 제가 생각하던 가든의 음식이 아닌거겠죠?
살짝 올라오는 아쉬움, 그리고 어떤 음식일지에 대한 기대감이 차올랐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노오란 손을 내미는 개나리
눈처럼 날리는 벚꽂
그리고 함께 하는 가족들
오랜만에 가족이 같이 모여 나온 나들이는, 함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좋았습니다.
꽃이요?
꽃도 물론 좋았죠.
흩날리는 벚꽃 속에 샴푸향을 느낄 사람은 없지만 가족이 있어서 충분합니다.
저만 솔로지만요.
어쨌든 슬슬 예약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곡성가든으로 가는 제 기대는 점점 커졌습니다.
도로에서 살짝 빠져나와 네비가 400m정도 남았다는걸 알려줄때쯤, 제 눈에는 분수가 보였습니다.
하늘 높이 솟구치는 분수가요.
?????
그리고 이곳이
곡성가든이었습니다.
마당에서 기르는 큰 개와 텃밭은 없지만 남자의 로망을 간질이는 올드카들이 저희를 맞아줍니다.
저랑 동생은 어린애처럼 신나서 자동차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하다가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한옥을 개조한 실내는 황토벽과 들보, 기둥을 살리는 인테리어로 한국식의 멋을 뽐내고 있었지만, 폰 배터리가 없어서 사진은 못찍었습니다.
????
가든에 왠 스테이크 하우스?
네.
곡성가든은 정말 제가 생각했던 가든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옛날식 가든 요리로 아직까지 남아있는 곳도 있겠지만, 이곳은 불사조마냥 스스로를 태우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아니, 불사조라기보다는 부캐네요.
아니면 적당히 키워둔 캐릭을 현질로 사서 캐쉬 외형과 고급 장비로 버무려 랭커급 캐릭으로 만들어둔 기분입니다.
아, 계정거래는 불법이니 하시면 안됩니다.
저희가 시킨건 스페셜 BBQ 입니다.
일단 이걸 하나 시키고 부족하면 다른걸 시키자고 했는데 그럴 필요는 전혀 없었습니다.
배 터지게 나옵니다.
전채요리인 빵과 수프입니다.
수프에서는 버섯의 향이 진하게 느껴졌고, 빵은 직접 구운건지는 모르겠지만 따뜻하면서 겉이 짭짤했어요.
빵을 수프에 찍어먹는 맛도 괜찮았고 같이 나온 바질페스토(진함)와 마요네즈(수제인듯)에 찍어먹는것도 좋았어요.
아쉽게도 제 폰은 충전중이라 먹는 사진은 없습니다.
메인 메뉴인 스테이크 BBQ와
샐러드입니다.
상큼 담백한 맛의 샐러드도 좋았지만, 저 폭력적인 비주얼을 눈앞에 둔다면 당연히 고기에 손이 가기 마련이죠.
안심, 살치살, 쪽갈비, 양갈비.
시즈닝이 된 채 구워 나오는 고기들로서, 같이 나오는 양념은 소금과 바베큐소스, 칠리소스입니다. 그리고 양갈비를 위한 쯔란도 있네요.
적당히 익었으면서도 속은 붉은빛이 도는 안심과 살치살은 씹을때마다 그 부드러운 육체 속에 감춰진 진한 육즙을 뿜뿜 뿜어냈습니다.
그러면서도 딱 씹는게 느껴져 기분 좋을정도의 식감이 남아있었습니다.
쪽갈비도 잘 뜯어지고 고기의 향은 살아있었으면서도 누린내는 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양갈비도 양 특유의 육향은 있을지언정 양고기의 누린내는 전혀 나지 않는 맛있고 부드러운 고기였구요.
새우는 직화로 구운건지 군데군데 그슬려있는데 그 불맛이 새우살과 함께 입 안에 감겨 맛있었고, 그냥 먹기에 느끼할 수 있는 고기들을 함께 구워진 토마토, 가지, 할라피뇨 등이 잘 살려줬습니다.
위에 있는 난을 찢어서 한번 싸먹어봤는데, 저건 그냥 난에다 샐러드와 구운 채소를 넣고 싸먹는게 제일 괜찮았습니다.
굳이 같이 싸고 했더니 고기의 맛이 가려졌거든요.
고기가 맛날때는 고기만 먹는게 최고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고기를, 양갈비마저도 그냥 소금에 찍어먹었습니다.
저 고기들은 그래도 됐어요.
저 중 단 하나 남긴게 있는데, 그건 함께 구워져 나온 소세지입니다.
고기들을 먹다 보니 저기 눈이 안가더라구요.
그렇다고 저걸 먼저 먹자니 고기가 식게 둘 순 없었습니다.
배라도 덜찼으면 저것도 먹었겠지만 이미 배는 만복에 가까워서 더이상 뭘 먹고싶지 않더라구요.
저 아름답고 섹시한 고기들의 단면은 폰을 충전시키느라 찍지 못했습니다.
아쉽네요.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식후 운동도 할 겸 식사 전 잠시만 둘러봤던 곡성가든의 모습들을 더 보고 싶어서요.
뒤쪽으로 돌아가보니 캠핑시즌을 위한 텐트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아마 캠핑장도 겸하는것 같아요.
텐트를 빌려 적당히 놀다가 저녁식사로 저런 음식을 먹는다면 진짜 좋을것같긴 합니다.
그것 말고도
이렇게 손님들을 맞는 토끼나
새집과 성황당의 교집합에 들 것 같은 무언가도 있고
천천히 둘러보며 볼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것 말고도 준비, 제작중인 다양한 것들이 보이더라구요.
이전에 있던 곡성 가든을 인수했을거라 생각되는 곡성가든이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정원을 보며 신나서 뛰어다니는 자식들(성인), 그리고 한가롭게 정원을 거니는 어른들.
비록 음식은 바뀌었을지언정 가든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분위기는 아직 이곳에 남아있네요.
누군가는 이름만 가든이고 스테이크집 아니냐고 할수도있겠네요.
하지만 이곳은 제가 생각하던 가든의 정경을 다시금 담아낼 수 있는 현대의 가든이었습니다.
가든으로서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추억의 음식이 없어도
제게있어 이곳은 가든이 맞네요.
상호 : 곡성가든
주소 : 전남 곡성군 옥과면 배감길 16-19
※ 네이버 예약 미리 하시길 추천합니다
가든 이름이 참 무섭다고 생각하면서 눌렀는데 엄청 이쁘네요
뭣이 중헌디?!
ㅋㅋㅋㅋㅋㅋ 그 곡성.. 그거 생각하셨군요
저하고 같은 생각을 ㅋ
네 ㅋㅋㅋㅋ
오옷 한번 가봐야 겠네요.. 가깝네..
가족과 함께 가보세요!
가든 이름이 참 무섭다고 생각하면서 눌렀는데 엄청 이쁘네요
ㅋㅋㅋㅋㅋㅋ 그 곡성.. 그거 생각하셨군요
leaf
네 ㅋㅋㅋㅋ
극극심해어
저하고 같은 생각을 ㅋ
아니 왜 다들 공포 테마파크를 생각하세요들 ㅋㅋㅋㅋ
극극심해어
뭣이 중헌디?!
영화 곡성의 속작인 줄 아랏네;;
곡성에서 사는데,,, 여기 처음봐요,,,
오.. 뭔가 무섭다... 그야말로 곡성.. ㄷㄷ
괜찮은데요!@?
네, 생각보다 좋았어요! 연인과 가도 좋을것 같습니다!
경치도 좋고 음식도 참 좋습니다
음식이 좋고 배부르니 경치도 더 좋게 보였습니다!
음식보다 미쯔오카의 흰색 Le-Seyde 라는 자동차에 눈길이 가는군요. 2000년대에 재생산된 모델이 아니라 90년대 중반에 나온 오리지날 모델이면 500대 밖에 생산하지 않은 모델인데, 국내에 그것도 곡성에 있다니...놀랍네요.
저도 영화에서나 보던게 있어서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상태가 양호하더라구요!
별점후기가 극과극이네요~~ 한번 가보고 싶긴합니다~
아 그런가요? 전 별점은 몰랐네요. 나쁘다는 이유는 뭐려나..
곡성가든 안가든 곡성가든은 허벌나게 거시기 해부러야제?
거시기합니다잉!
뭣이 중헌디!
맛이중헌디!
저기 얼마전에 금박씌운 토마호크 스테이크로 TV나온 그집이군요
그런게 있어요..?
https://vod.kbs.co.kr/index.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code=T2014-0844&program_id=PS-2023063477-01-000&broadcast_complete_yn=N&local_station_code=00§ion_code=05§ion_sub_code=03 이 편에서 나왔습니다
오, 맞습니다! 여기에요! 금박 스테이크 있네요 ㄷㄷ
곡성이라길래 호러 테마 파크인줄. ㅋㅋㅋㅋ
아닙니다 ㅋㅋㅋ
곡성군청 사거리 모짜르트 제과 빵도 맛있습니다
오!
곡성가면 꼭 들리고 싶네요..
한번 가보세요!
어디지 했다가 저 자갈밭과 토끼를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전 사실 굉장히 별로였는데 그새 좀 깔끔해진 거 같네요 저 나무다리가 있는 주변이 아예 관리가 안되어 있었거든요.
네, 실시간으로 계속 조금씩 고치고 보수하는것 같았어요! 저때도 저 근처에 작업도구들이 있었습니다.
예쁘네요 꽃길..
저 꽃길은 화개장터 근처쪽입니다!
와 진짜 봄에 꼭 가봐야 하는 곳이네요
겨울에도 괜찮을것 같아요! 여름 가을에는 캠핑장에서 캠핑하면서 스테이크 즐기시면 될것같구요!
곡성 촬영지인 줄..
ㅋㅋㄱㅋㅋㅋ 아닙니다
힝...멀다...ㅜㅜ
기회되면 가보시는것도 좋습니다! 근데 그거 아니여도 근처에 좋은곳 있을거에요!
뭣이~ 중한디~~~~ 고기 맛있어 보이네요 라면 먹고 있는데 ㅠㅠ ㅊㅊ~
한번 가족과 가보세요!
가든이라고해서 갈비같은거 먹는 고깃집인줄 알았는데 스테이크집이었네요 ㅋㅋ
ㅋㅋㅋㅋ 저도 그랬습니다. 신선한 충격!
오메 곡성.. 저희 어머니 고향인데 저런 곳도 있었네요!
저 위에 곡성분도 모르시더라구요.
야외 천막은 파리랑 각종 벌레들이 많아서 좀 힘들었습니다.
앗, 가보셨군요. 지금이 이른 봄이라 없어서 좋아보였나봅니다.
곧 저희 어머니 생신인데 아버지께서 저곳 예약하셨더라구요 저도 이름만 보고 가든이니까 백숙 먹으려나 했는데 메뉴 사진 보고 벙쪘습니다 ㅋㅋ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기분 좋은 착각이시죠?
곡성이 그 곡성이 아니었군요. 공포 컨셉의 놀이공원같은 곳인가 싶었는데...
ㅋㅋㅋㅋㅋ 영화가 이렇게나..
여기 2년전에 와이프랑 연애할때 갔었는데 많이 바뀌었네요
그런가요, 역시? 점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