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S.DYNAZENON,
과거에 얽매이는 소년은 결국 마주해야 한다.
야마나카 코요미, 33살, 무직
목적은 모르겠고 직업은 확실히 없는 이 남자.
자신의 상처를 깨닫고 끝내 빛날 수 있을까.
유메는 요모기. 치세는 골드번. 코요미에겐 이나모토이죠.
보통 해석을 할 때 인기가 많은 무지나를 중심으로 해석을 하다 보니 코요미가 다소 평면적으로 읽히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엔 코요미도 충분히 깊은 자신만의 서사를 가진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말이죠.
6화와 7화는 본편의 이야기가 크게 움직이는 에피소드들이면서 동시에 코요미가 집중 조명 받는 파트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6화는 코요미가 계속 들고 다니는 우산을 통해 캐릭터의 심리를 직관적으로 표현해주고 있죠.
코요미는 동네에서 우연히 이나모토와 재회합니다. 중학생 때 본 것이 전부이니 벌써 10년도 훌쩍 넘었지만 그녀는 첫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중학생 시절 말괄량이였던 이나모토를 코요미는 내심 동경 내지 좋아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마음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5화에서 코요미는 이나모토와 단 둘이 술을 마십니다. 코요미는 이미 결혼을 한 이나모토와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껄끄러워 하지만 이나모토는 그런 기색이 없습니다. 괜히 헷갈리게 '결혼은 왜 했더라' 같은 말이나 내뱉고 말이죠.
그리고 이어지는 6화에서 나오는 우산은 손잡이로 하트를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주변에 있던 남편을 부르며 3명의 술자리가 되고 코요미는 이나모토와의 썸씽이 자신의 오해임을 깨닫고 우산을 돌려놓죠.
맞습니다. 이나모토의 우산은 그저 상에 걸터 놓았을 뿐 코요미의 마음에 대응해 하트 모양으로 두었던 것이 아닙니다. 호감이라 생각한 것은 코요미의 일방적인 오해였던 것이죠.
불편한 자리를 피해 도망친 코요미는 우산을 두고 와버립니다. 그렇게 우산 없이 비를 맞아야 하나 싶은 순간 우산을 쓴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죠.
"나 자신도 모른다고
코요미 군에 대해서도
나 자신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무지나-
무지나는 방황하는 인물입니다. 괴수 우생 사상은 각자 괴수를 다루는 목적이 있습니다. 쥬우가는 가우마에 대한 애증, 오니쟈는 파괴에 대한 욕망, 시즈무는 괴수 그리고 자유에 대한 열망과 탐구이죠.
하지만 무지나에게는 그 목적이 없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뭘 위해 해야 할 지를 몰라 방황하는 중이죠.
그녀에게 코요미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동류로 보였을 겁니다. 하고 싶은 것은 나도 없다는 코요미의 큰 소리에 똑같다고 대답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무지나는 코요미와 우산을 함께 썼습니다. 6화에서 내내 나타나는 우산의 상징을 생각해보면 각자의 우산은 그 사람의 마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요미는 가만히 있는 이나모토를 짝사랑했다가 그 마음을 배신 당했다고 생각해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떠나버렸고 무지나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라 생각한 코요미에게 옆자리를 내어준 것이죠.
그리곤 코요미의 다이나 스트라이커 대신 그 자리에 자신의 파란 우산을 두고 무지나는 사라집니다.
곁에 있던 다이나 스트라이커 대신
파란 우산을 두고 떠나는 무지나
"돈은 있어요
잔뜩 있었어요"
-코요미-
코요미가 돈을 버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어떠한 후회 때문입니다. 수상한 가방에 가득 든 돈과 함께 어딘가로 떠나자는 이나모토의 제안으로부터 도망친 일에 대한 것이죠.
잔뜩 취한 채 지하철역 앞에서 중얼거리는 말로 알 수 있습니다. 코요미는 확실히 그 일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지금의 백수 생활이 그에 대한 연장선이라는것을요.
하지만 언제나 무기력하게 집안에 있던 그를 끄집어낸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다이나제논 이라는 존재입니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기체인 다이나 스트라이커는 다이나제논 파일럿으로서의 코요미를 상징하는 중요한 물건이죠.
다이나제논을 만나며 코요미는 조금씩 변화합니다. 훈련이라는 규칙적인 외출이 생겼고 또 치세 이외의 정기적으로 만나 대화할 동료들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한다는 자각 또한 생겼습니다.
무지나는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일단 적이라고 생각되는 다이나제논의 일부인 다이나 스트라이커를 훔쳤습니다. 대신에 코요미 개인에 대한 연민 혹은 동질감 내지 애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그 자리에 두었죠.
그리고 그 파란 우산을 받은 코요미는 시원하게 그 마음을 내던지고 다이나 스트라이커를 되찾습니다.
하지만 이미 코요미에겐 그 마음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이 순간부터 이미 무지나와 코요미는 크게 엇갈렸을지 모릅니다.
코요미는 초반부 무기력하게 보이는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행동력이 없고 비협조적인 인물은 아닙니다.
소시민적이지만 절대 악역이나 자기 편한대로 살아가기만을 원하는 이기적인 캐릭터도 아니죠.
어쩌다 휩쓸린 다이나제논에 올라 괴수와 싸우는 것도, 주기적으로 훈련에 참여하는 것도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이유를 물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큰 불만 없이 따릅니다.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SSSS.DYNAZENON에서 굳이 전작과 달리 일반인들의 피해가 직접적으로 나오는 것도 코요미 파트를 위한 설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인물들과 달리 목적 없이 목표 없이 흐르는 코요미가 움직여야 할 이유이자 당위성을 제공하기 위한 강력한 동기니까요.
6화에서 무지나의 마음을 내던지고 다이나 스트라이커를 되찾은 코요미는 큰 위기를 겪고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7화에서 전투의 여파로 사고를 당한 이나모토의 남편 아라타를 구해주게 되면서 말이죠.
"이 부근에서 일해?"
"어 그런 셈이지..여러모로...사람을 돕는 일?"
-이나모토와 코요미의 대화-
이나모토에 대한 연심, 그로인한 아라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그런 것들로 인해 망설이지만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되새기며 아라타를 구하는 코요미는 어느새 사람을 돕는 일이라고 얼버무렸던 말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 또한 고민을 합니다. 갑자기 완전무결한 영웅이 된 것도 정의와 선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한 것도 아니기에 그저 여파로 인해 피해를 입은 누군가를 한 명 구했을 뿐임에도 마음이 싱숭생숭 합니다.
"가우마씨
아까 전 사람을 하나 구하고 왔어요
아마 제가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그래?
잘했네
옛날에 누군가 그랬는데
자기 마음에는 솔직히 따르는 게 좋대"
가우마와의 대화 이후 코요미는 자신의 진심이 무엇인지, 무지나와의 대화에선 없다고 말했던 목적에 대한 확신을 가지며 방황을 끝맞칩니다.
아직도 방황하고 있는 무지나를 남겨두고 코요미는 스스로의 목적을 가지고 싸우기 시작한 것이죠.
7화의 끝에서 이나모토의 전화를 통해 코요미는 이나모토의 진심을 듣게 됩니다.
그 때의 말은 자신에 대한 연심 같은 것이 아니라 그저 결혼 생활에 대한 별 뜻없는 회의였음을, 남편이 다치고 나서야 깨달은 소중함을 되새기겠다는 말을 하며 드러내죠.
치세가 건넨 사탕을 깨물어 먹으며 가볍게 미소 짓는 것으로 코요미는 이나모토를 향한 잠깐의 짝사랑을 매듭짓습니다.
드디어 자신의 진심과 이나모토의 진심을 깨달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현재의 이나모토와의 연은 이렇게 매듭지었지만 아직 과거는 그를 얽매입니다. 11화 이전 까지 여전히 일을 구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남은 미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10화에서 모든 등장인물이 자신의 후회를 마주할 때 코요미 또한 자신의 후회를 마주합니다.
이나모토가 도망을 제안한 그날. 함께 떠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
과거를 다시 체험할 수 있게 된 코요미는 그 때와 다른 선택을 합니다. 돈 가방을 들고 이나모토와 함께 도망을 택하는 것이죠.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 그것만 있었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계속 후회하며 스스로를 좀먹던 그때로 되돌아가 그제서야 현재의 코요미는 깨닫게 됩니다.
갑작스런 돌풍에 흩날리며 날아가는 돈을 줍다 마주치게 된 석양을 등진 이나모토. 그렇게 집착하던 손에 쥔 돈들마저 놓아버릴 정도로 아름답게 빛나던.
코요미가 평생을 후회하던 그것은, 용기를 내지 못하고 도망쳐버려서 잊을 수 없게 되어버린 그것은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이 아니라 바로 이나모토라는 것을 말이죠.
평생의 후회를 끝내 제대로 마주하다.
그리고 자신의 후회를 마주하며 스스로에 대한 잘못된 오해도 함께 풀어냈습니다. 그렇기에 10화 이후 코요미는 이전까지 하지 않던 적극적인 취업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죠.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무지나가 코요미에게 실망하는 것도 당연할지 모릅니다.
자신이 넘겨준 마음은 던져버리고 다이나 스트라이커를 되찾는 것을 선택한 코요미가, 함께 목적 없이 떠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고 홀로 떠나버리는 코요미가 밉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겠죠.
코요미는 무지나와 비슷한 방황을 겪었지만 끝내 성장하고 극복했습니다.
목적 없이 붕 떠있던 코요미는 다이나제논에 올라타며 함께할 동료와 싸워나갈 목적을 만났고 스스로를 얽매이던 후회를 풀어냈습니다.
앞으로의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이전보다 나은 내일이 기다릴 것이라는 건 확실해 보이죠.
왜냐하면 그는 이미 이전의 코요미가 아니니까요.
“넘어지면, 더 강해질 수 있어”
SSSS.DYNAZENON의 캐치 프라이즈이자 성장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을 관통하는 한 문장입니다.
후회를 마주하고 인연으로 극복하며 또 다른 내일을 맞이하는 이야기.
그리고 방황 끝에 값진 부자유를 향하게 되는 이야기.
다이나제논에 대한 또 다른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양복 정말 잘 안 어울리네요)
"치세도 교복 안 어울렸어."
-코요미가 치세에게-
모종의 이유로 평범함이나 일상과는 일선을 긋는 아이들이 점차 마음을 열과 성장해가는 스토리니까요
솔직히 이 애니는 로봇안나오고 그냥 미스테리 학원 청춘물로 만들어도 손색없었음. 드라마가 복잡했음. 여주인공 언니죽은이유찾기. 백수삼촌과 학교부적응자 조카(맞나?) 시한부 외계인...등등..
루리웹-8443128793
모종의 이유로 평범함이나 일상과는 일선을 긋는 아이들이 점차 마음을 열과 성장해가는 스토리니까요
맞습니다. 연출, 캐릭터 빌드업 전부 좋았지만 각본의 구성이 특히나 훌륭한 작품이죠!
그럼 극장판에서 다시 백수가 된것은 무엇을 의미하려나.
개인적으론 백수 된 거 자체가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본편 초중반에는 취업에 대한 의지 조차 없었는데 극장판 엔딩 부분에서 취업 준비생이라고 자칭하기도 하고 렉스(가우마)에게 취업 자리를 물어보는 걸 보면 현재 일은 없지만 다이나제논을 겪으며 얻은 의지는 그대로 라는 걸 보여주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