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배틀러를 읽었습니다.
사실 보르자라는 작가를 알게 된 건 2년 전입니다. 보르자 작가의 단 권 소설인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를 접했을 때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보르자 작가 특유의 시니컬한 문체에 흠뻑 빠져서 이전 장편 작품인 ‘노벨 배틀러’ 를 꼭 빨리 읽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로부터 벌써 2년이 지나버렸네요. 뭐, 자기 자신하고 한 약속이란 게 다 그렇잖습니까. 결국 2년이란 시간이 넘어서 그 다짐을 지켰지만, 작품을 다 읽고 난 뒤에는 현재의 저를 꾸짖고 싶어졌습니다.
생각보다 엄청 재밌었습니다. 정말로요.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감정은 다름 아닌 고독감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이 감정에 근거해서 행동합니다. 외로움은 상당히 부정적인 감정인데, 보르자 작가의 좋은 감정 묘사로 그 부정적인 면모가 굉장히 아프게 다가옵니다.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 누군가는 고독에 아파해서 잘못된 변화를 하려하고, 누군가는 자신만의 껍질에 더욱 틀어박혔으며, 누군가는 가면을 쓴 채로 자신의 고독감을 숨깁니다.
이런 등장인물들의 모습들은 저로 하여금 아, 이 소설 정말 아픈 소설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정말 외롭고, 누군가와의 인연을 격렬히 바라게 하는 소설이에요.
그렇지만 등장인물들은 서로 부딪히고, 깨져가며 변화합니다. 그런 점이 굉장히 마음에 와 닿았어요.
특히 멍청하지만 가슴을 뜨겁게 울릴 줄 아는 김태민이라는 주인공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굉장히 안쓰러운 녀석이기도 했습니다. 작품 내에서 굉장히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태민이 불쌍해요 태민이.
그래도 이 소설에서 역시 가장 주목 받을 점은 5권으로 이어진 구성과 치밀하게 깔려진 복선 그리고 세밀한 회수겠죠. 다만 그런 점 때문에 1,2권이 단점으로 여겨지긴 합니다. 실제로 저도 2권은 좀 루즈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만.
3권 시작부터 정말 훅을 몇 번이나 맞는 건지. 정말 이야기는 3권 4권 5권을 거쳐가고, 또 회수하며 독자의 심장을 강타합니다. 3권 서드 임팩트로부터 시작되는 훅은 5권이 끝날 기점까지 멈추지 않습니다. 복선들을 다 간파했더라면 이 고취감이 좀 식겠습니다만, 저는 멍청해서 그냥 맞기만 했어요. 1,2권을 볼 때 그런 점들을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외로움에 몸서리치면서도, 희망을 향해 손을 뻗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합니다.
5권 완결이라는 매력적인 소리에 혹해서 샀는데 진짜로 후회 안 했죠. 팝 레이블로 나온 메멘토 모리도 꽤 재미있었어요
메멘토 모리는 평이 좀 갈리던데...음 살까 고민 중이에요. ㅋㅋㅋ 평이 갈려도 제 취향에 맞을 수 있으니..
후반이 김빠지기는 하는데 초중반 몰입감이 엄청났습니다. 이분의 글은 '사건에 있어서 현재 상황이 왜 문제가 되는지'가 잘 느껴지는 점이 참 좋습니다. 만화로 치면 우라사와 나오키 작품같은 긴장감 있는 문법으로 진행이 되서요.
정말 평이 좋던데, 정작 전 1권 초반부 읽고 포기했던.. 진짜 별거 아닌데.. 고등학생이 매우 자연스럽게 소주 안주 비유하는 게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졌고, 첫인상이 나쁘다 보니 조금만 아쉬운 부분이 보여도 엄청 거슬리더라구요. 그리고.. 읽은 지 오래되어서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당시에 학원 배틀물에 너무 질린 상황이다 보니 노벨 배틀러도 안 좋게 봤던 것 같아요.지금 읽으면 또 느낌이 전혀 다를지도 모르죠. 워낙에 평이 좋은 작품이라, 언젠가 한번쯤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아. 확실히 1인칭 시점인데 소주라거나, 좀 아재스러운 비유들을 태민이가 마음 속에서 읊곤 하죠. 그건 모두 작가 보르자의 탓입니다. 아재 감성 보르자를 탓하세요. 그 감성은 결국 후속작인 그짓말에서도 종종 까이고, 작가 후기에서도 자조하니까요. 노벨배틀러 1권 2권은 확실히 지루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 1권도 나름 재밌다고 느꼈거든요. 기회가 되시면 나중에 사두신 1권이라도 한 번 다시 읽어보세요. 그래도 처음 읽었을 때와 느낌이 전혀 다르지 않다면 그냥 놓아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억지로 읽을 필요는 없지요.
1인칭 소설에서 아재 독백을 한다는 건 작가로서는 분명한 단점이라고 여겼던지라(캐릭터와 자신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행위니까요), 그 부분 때문에 작가의 전반적인 능력에 대한 의심이 들었던 거죠. 나중에 호평 받는 거 보면서 그 부분만 실수했나 보다 싶긴 했었지만, 처음부터 이미지가 안 좋게 잡히다 보니 계속 읽기가 힘들더군요. 원래 안 좋은 인상이 한번 잡히면 그게 계속 머릿속에 남는 법이잖아요. ;; 1권은 팔아버렸는지 누구 줬는지 창고에 박혀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여유가 되면 차근차근 읽어보려구요. 예전과 달리 요즘은 그런 거에 많이 관대해져서 읽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ㅋ
혹시 아직 보르자 작가의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를 읽어보시지 못하셨다면 이거 먼저 읽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건 단권이라 부담감도 없고, 보르자 작가의 이야기 구성 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를 배경으로 했지만, 범죄 + 군상극 + 코미디 느낌의 소설이에요. 저도 이거 보고 노벨배틀러 볼 생각을 했거든요. 확실히 첫 인상은 중요하지요.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즐거운 독서하시길!
단권이면 확실히 부담감이 덜하겠네요. 다음에 라노베 살 때 함께 구입해서 읽어볼게요. 추천 감사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