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장르소설에서 보면 이계에서 온 괴물들, 판타지 세계로 치면 인간보다 압도적인 힘을 갖춘 종족이 발호해 인류가 위기에 처하고 그것을 인간인 주인공이 나타나 인류를 구하고 악역인 종족을 심판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꽤 있지 않습니까?
그런 거 좋아하시는 분들 꽤 있지 않나 싶어요. 적어도 간간히 보이는 이야기를 보면 그런 류의 전개가 많은 거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만.
그런데 이 경우 인간과 대립하는 쪽은 거의 절대악이 되잖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해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필사적으로 저항했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런 구도 반대로 될 경우는 어떨까요? 인간이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했고, 인간과 대립하는 종족 쪽은 순수한 피해자라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여기서 주인공은 인간인 것으로, 인간 쪽은 자신들의 그런 행동을 정당화하며 주인공 등에게 자신들이 정의라고 표방하고 있다는 것으로 말이죠.
그리고 최종적으론 인간이 위에서 말한 악역 이계의 괴물들 같은 심판을 받는 결말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어설픈 용서나 화해 같은 거 없이 딱 끊어지는 인과응보로 말이죠.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면 어떠실 거 같으신가요?
그런이야기 나오면 아마 어휴 작가놈이 수습도못할똥을싸는구나 라고 생각하겠죠 대충 요약 과장하면 이런이야기네요 한국을 침략한 자칭 정의로운 일본인이 독립투쟁을위해 노력하는 타칭 악의 독립운동가를 막고 무찌르는 이야기잔아요? 차라리 쌍방생존을위해 우리세계의 자원이 떨어져서 생존을위해 다른세계를 침입할수밖에없다, 우리도 당해줄수없다. 자원은 한정적이라 공존은 불가능하다. 이런식으로 절대악이 없는게 낫죠
장르규칙을 비트는건 좋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왜 독자들이 해당 장르를 소비하는지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인기 작품 위주로 봤을때 레이드물을 소비하는 이유는 1. 절대적인 강한 적들의 침략을 막아내가는 비장함(레이드물에 따라 다른데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작품들의 경우) 2. 게임과 같이 알기 쉬운 전투 방식(탱딜힐)과 등급(화이트 몹, 레드 몹, 블랙 몹 등), 성장하는 캐릭터 등. 3. 결국은 주인공은 레이드의 앤드컨텐츠를 달성하게 되는데, 여기서 독자는 대리만족을 느낌. 4. 레이드물이라기보다는 갑질물이라고 봐야하지만, 레이드로 짱짱 강해진(...) 주인공의 독주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낌. 이런건데요. 말씀하신 내용으로 비틀면 독자들이 굉장히 찝찝해 할겁니다. 찝찝한 작품은 솔직히 인터넷에서 연재되는 장르판에서 살아남기 힘들죠. 그냥 본인의 취향으로 쓰신다면 몰라도요. 마지막 엔딩 부분을 보니 문피아에서 연재하는 루이캇트님의 '강철의 군화'가 생각나네요. 전쟁 영웅이었던 주인공이 대적을 물리치기 위해 했던 행위로 인해서 완전히 몰락해버리는데, 개연성이 떨어진 부분이 컸지만 그 엔딩에 화가 많이 나기도 했습니다. 뭐, 아무튼 그냥 쉽게 이야기하면 독자들에게 쉽게 먹힐 작품은 아니다 라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