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다른 어떤 에피소드보다도 가장 의미있는 편이었네요
보통 어드벤쳐 타임은 오락거리로 즐기고 떡밥이나 세계관에 대해 진지하고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걸 안좋아했는데
이번 에피소드는 끝나고 몇 십초 정도를 멍하니 있었네요
일본식 표현으로 히키코모리 니트라고 할수있는 티비는 사회성도 떨어지고 다른 형제들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을 나이까지
어머니 레이니콘의 품을 떠나지 못하고 집에서 오락이나 해댑니다
이 흔한 백수 한량은 정말 '흔한' 캐릭터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제이크가 지나가듯 말하죠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였다고.
게을러터지기만 한 보통의 사회 부적응자들과는 선을 그어주는 모습입니다. (물론 게으르기도 엄청 게으르겠죠)
티비는 꽤나 문학적이고 목가적인 청년입니다. book에 심취할 수 있는 학자적인 길의 가능성도 높지만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요즘같은 비디오시대, 인터넷시대에 손해보는게 있습니다. 남들보다 문학을 좋아해도
문학이아닌 더 말초적인 놀이문화, 매체에 이끌릴 소지도 상당하죠. 그렇게 티비는 book보다는 TV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겠지요.
파운드케이크 간호사가는 별볼일없는 (아마도)사춘기를 보낸 티비와 비슷한 자신의 컴플렉스 전반을 일기에 꼼꼼히 적어둡니다
티비는 성별과 환경을 초월하여 깊이 공감하고 빠져듭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찮은 여드름 10대 소녀의 삶을 스스로 던져버리고 동굴로 파고들어갔던 파운드케이크 간호사의 행보를 추적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일종의 희열, 흥분을 느꼈을겁니다. 파운드 케이크 간호사의 일기에 써있던 말마따나 그것은 꽤나 자극적이고
드라마틱한 모습입니다. 그 끝이 비극일수록 그런 드라마적 요소는 더 증가하겠지요
하지만 그녀는 고독하고 어둡게 낭만적이던 사춘기의 어두운 동굴을 정면으로 돌파합니다. 흔히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어렸을적 가졌던 신체적 콤플렉스나 잘 나가고싶어하는 욕구같은건 적성에 맞는 지식을 발견함에 따라 아무것도 아니게 됩니다.
결국 그녀는자신의 일에 충실한 간호사가 됩니다. 흔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버리죠.
'그 남자에 대해서도 찾아볼까?' 흥미 본위로 툭 던지는 제이크의 권유를
No 한마디로 일갈하면서 티비는 이제 B.P.와 그녀의 일기에 관련되었던 모든것에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더불어 거기에 몰입했던 자신의 모습도 외면하게 되겠지요 이젠 좋으나 싫으나 길었던 늙은 사춘기를 졸업하고
다른 평범한 어른이 되어가겠지요. 어쩌면 그 사실을 여전히 무시한 채 니트 생활을 이어나갈 수도 있고요
확실한건 이제 그의 마음 한켠에 있을 소년의 감성과 드라마틱한 꿈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짧은 시간동안 인간의 내면적 성장을 불쾌할정도로 적나라하면서 왜곡되게 묘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티비와 비슷한 모습이 제게도 많아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네요 후련하면서 한편으로는 또 답답합니다.
여지를 주지않고 바보같은 생활에 대해 일갈 해버리는 표현력이 어찌보면 어탐답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좋아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리뷰읽고서 다이어리 한번 더 감상하러 갑니다~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