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누구나 스스로에게 타인에게는 없는 특별함이 있기를 바라기 마련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없으니까 자신을 타인과 구별 지을 수 있는, 자신이 자신으로서 존재해야만 하는 특징이 존재하기를 염원한다.
하지만 아무리 스스로의 재능을 찾아보려 해도 끝없이 펼쳐진 지난 시간의 사막 아래 묻혀버린 씨앗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아무리 싹을 틔울 물을 가지고 있다한들 씨앗이 묻힌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해서야 무의미할 따름이다. 물은 한정되어 있고 사막은 무한하다. 한 번 실수해버리는 순간 기회라는 물은 방금 전까지 과연 자신의 손에 있었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순식간에 모래 아래로 사라져 형체를 감춰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씨앗을 찾으려들기는커녕 사막으로 발을 내딛는 것 자체를 주저한다. 기회를 기회로서만 가지고 있고자, 단 하루면 썩어버릴 물을 변명과 후회라 이름 붙인 병 속에 담아두고 평생을 바라보기만을 바란다. 울창하지는 않을지언정 적어도 굶주림에 허덕일 일은 없을 눈앞의 평범함을 내버려두고 사막을 정글로 바꿔놓을 기적의 씨앗을 찾으려드는 위험천만한 모험이 자신을 파멸시킬 거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누구라 할지라도 평범함에 안주하며 기적으로부터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한들 마음속에는 여전히 스스로의 특별함을 좇는, 세상의 가치관과는 동떨어진 자신만의 길을 찾기를 포기하지 않는 모험가가 남아있기에 인베이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일지도 몰랐다.
인베이드. 최초로 가상현실을 구현해냈다고 일컬어지는 게임. 그뿐 아니라 뇌파를 측정해 개개인의 숨겨진 역량을 제각기 고유의 형태로서 구현해낸다는 매력적인 요소는 스스로의 잠재력이 어떤지를 궁금해 하는, 과연 사막을 정글로 바꿔놓을 기적이 존재하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접해본 사람은 전무하며 소문만이 무성했고 이를테면 도시전설과도 같이 진실은 비밀로 감춰져있었다. 그러나 전설이란 언제나 사실을 기반으로 쌓아올려진 망상의 성이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도시전설에 불과한 게임이 실제로 존재할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못했고 여전히 한 움큼 한 움큼 망상을 파내며 진실에 도달하려고 했다. 마찬가지로 강이안 또한 인베이드에 대한 소문을 처음 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련하기 짝이 없는 도시전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가 소문에 불과하다고 말하더라도 상관하지 않았다. 소문이란 변덕스러운 신의 성격을 대변하는 세상의 창조물과는 전혀 달랐다. 소문을 낳는 호의와 악의는 수완이 뛰어난 존재였으며 그들의 자식들은 단 한 번도 뚜렷한 목적을 가지지 않은 채로 태어난 적이 없었다. 더욱이 호의와 악의는 자식의 대부로서 진실을 앞세웠고 진실 또한 요청을 거절하는 법은 없었다. 소문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뒤에서 떠받쳐주는 일말의 진실이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강이안은 단 한 번도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품은 적 없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소문을 쫓았다. 아무리 작은 발자국일지라도 발견하기를 바라며 소문의 이름만을 떠들 뿐인 곳을 떠돌기만 하는 기약 없는 여행을 계속했다. 강이안에게 인베이드는 단순히 이상적인 게임이 아니라 세상의 관점이나 자신의 위치와는 관계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측정할 유일한 도구였다. 정말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인지를 확인시켜줄 유일한 도구이자 자신을 매도하던 멸시와 모욕에도 기어코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해줄 하나뿐인 수단이었다.
강이안은 오랜 추적에도 소문의 티끌조차 찾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 되뇌며 나아갈수록 절망만이 짙어질 따름인 여행을 계속했다. 그러나 결국 스스로의 집착에 조난당하고야 말았으며 언제나 품고 다니던 포기라는 이름의 핸드폰에 손을 대야만 할 순간이 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이안 절망 한 가운데서 포기를 붙잡으려던 찰나 눈부신 계시가 한 통의 문자가 되어 찾아왔다. 겨우 한 줄에 불과한 말은 최후의 희망을 짜내서라도 나아가야만 하는 유일한 지표가 되어주었고 안내에 따라 목적지에 도착하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어둠이 순식간에 걷히고 빛이 스며들었다.
강이안은 어느새 전설 속에 들어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