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를 따라서 우린 워터폴의 습지에 도달했다.
"이게 다 그 악당 때문이야."
그게 무슨 말인가 싶어 난 그를 바라봤다. 그는 나를 보고는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는지 계속 얘기해 주었다.
"여긴 원래 사람들이 자주 찾아올 만큼 지하에서 손꼽히게 아름다운 곳인데 아무도 없잖아."
그의 말에 내 고개가 숙여졌다. 이 아이는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걸 알고 있을까... 나를 본 꼬마는 기운 내라는 듯 말했다.
"걱정마! 분명 언다인 님이 멋지게 악당도 물리쳐서 해결해 주실거야!"
그러고는 그는 습지를 지나면서 언다인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다. 그녀는 워터폴 이곳 저곳을 살피며 인간이 내려오지 않았는지,
또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기지 않았는지 순찰하고 다니면서도 가끔씩 혼자서 마법과 창술을 수련한다고 했다.
언제나 부지런한 그녀였기에 여기서 길을 잃거나 안 좋은 사고를 당해도 그녀에게 구조되어 지하의 인망높은 영웅 중 하나라는 말도 해주었다.
"참! 이건 너도 알겠다. 괴물들 사이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녀가 습지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는 얘기도 해주었다. 습지를 거닐면서 메아리꽃의 소리를 들어보거나 부들을 뜯어 가지고 놀기도 하고,
공기를 있는 힘껏 들이키며 감상에 젖어있기도 하고, 이곳에서 까마득히 높은 천장을 바라보고 있기도 한다고도 했다.
"분명 언다인도 지상으로 올라가고 싶을거야. 지하의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기도 하니까."
우리는 거대한 문어괴물이 사는 저수지를 지나고,
"어? 양파상도 도망갔나봐. 심심한지 여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매일 말을 거는데..."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는 석상을 지나 우산들이 꽂혀있는 우산꽂이가 있는 곳까지 왔다.
"요! 부탁이 있어."
내가 그를 보자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너도 알다시피 여기서부턴 항상 비가 내리는 곳이야. 천장에 작은 구멍들이 있어서 항상 물이 떨어져서 그런거래."
그러고보니 여기서부터는 비가 내리는 곳이었다.
"그런데 오늘 스노우딘 마을에 눈이 내렸잖아? 그럼 지상에서 비가 내렸다는 뜻이라는데 그러면 오늘 비는 더 세찰거야."
그 말에 눈보라 치는 곳에서 샌즈와 전투를 벌였던게 생각나 글를 죽였다는 죄책감과 그를 내 손으로 죽이려 했던 순간이 생각나 혐오감이 들었다.
"그런데 난 손이 없어서 우산을 못 들잖아. 그래서 부탁인데 나 우산 좀 씌워줄래?"
꼬마의 부탁이라는 말에 난 정신을 차리고 그와 함께 쓸 가장 커보이는 우산을 골라 가져왔다.
"와! 고마워. 평소라면 그냥 비 맞고 갔을텐데 오늘은 정말 안 될거 같았거든."
우리는 우산을 같이 쓰면서 길을 가기 시작했다. 꼬마의 말대로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꼬마는 나와 함께 빗 속을 거닐면서 언다인에 대한 얘기를 계속 해주었다. 우린 성이 보이는 길을 지나 마침내 막다른 곳에 도달했다.
꼬마는 나보다 빨리 막다른 벽으로 달려가 벽에 붙어서 나에게 소리쳤다.
"요! 우산 꽂아놓고 이쪽으로 와봐."
근처에 보이는 우산꽂이에 우산을 꽂아놓고 그에게 다가갔다.
"내 어깨를 밟고 위로 올라가. 그럼 앞으로 갈 수 있을거야."
나는 고개를 저어 거절했다.
"괜찮아. 너도 빨리 언다인 님을 보고싶을거 아냐. 안 그래?"
그의 말에 할 수 없이 나는 그의 어깨를 밟고 절벽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도 함께 끌어 올리려고 팔을 뻗어 봤다.
하지만 내 팔은 그의 근처에도 닿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꼬마가 나에게 소리쳤다.
"요! 걱정마. 좀 돌아가야하지만 다른 길도 있으니까. 나중에 봐!"
어디서 만나자는 말도 없이 그는 또다시 서둘러 달려나갔다. 난 꼬마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 길을 나섰다.
그리고 나무다리에 도달한 순간 이곳에서 또 언다인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만약 그와 같이 이 길을 갔으면 큰일 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와 해어진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어쨌든 앞으로 가야했기에 나는 나무다리 위로 걸어갔다. 그 때 바닥에서 푸른 원이 생기더니 내 주변을 둘러쌓다.
그리고 그 푸른 원에서 창이 솟아 나왔다. 언다인의 공격이 다시한번 시작되었다. 난 그녀의 창들을 피해 이 미로 같은 나무다리 위를 달려 나갔다.
곳곳에서 솟아나는 창을 피하며 생각했다. 어짜피 이대로 가면 다리 끝에 몰리게 될것이다. 아마 언다인이 다리를 중간에서 끊어 놓은 거겠지.
그리고 내 예상대로 나는 막다른 길로 몰렸다. 다시 되돌아가려고 뒤를 돌아보니 내 눈 앞에 언다인이 이미 와있었다.
그녀의 위에는 여러개의 창들이 나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창들은 나를 향해 날아왔다.
원래라면 분명...
그 창들은 나를 노리는게 아니라 다리를 부숴버려야 하는데 나에게 날아온 것이다. 나는 창을 피하려다가 발을 헛디뎌 다리 밑으로 떨어져 버렸다.
눈 앞이 깜깜해졌다. 이대로 죽으면 세이브도 안 해서 워터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터였다. 하지만 그건 왠지 좋을거 같았다.
누군가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다가온 그는 내가 떨어져 추락했던걸 알아채고 내 몸을 걱정해 주었다.
그는 날 일으켜 준 후 내 이름을 물었고 내 이름을 듣고나서 좋은 이름이라고 말하고는 자기 자신을 소개를 하려 했다.
그리고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건 분명 내 기억은 아니었다.
이건 분명 내 안에 있는...
차라의 꿈!
그렇다. 자기 자신은 분명 부정하고 있지만 그는 분명 차라다. 그런데 왜 꿈 속에선 내 이름을 말한거지?
나는 일어나서 쓰래기 더미가 쌓여있는 이 곳을 벗어나 작은 연못이 있는 유령마을 앞에 도달했다.
더미가 나를 막지 않은걸 봐서 그 유령도 도망간 모양이었다. 길을 밝혀서 가야하는 어두운 늪지대에서 만날 수 있는 테미도 안 보였다.
마침내 나는 언다인과 정면으로 만나게 되는 어두운 동굴에 도달했다. 한치 앞도 안 보여서 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동굴의 끝에 도달하니 메아리 꽃이 하나 있었다. 그 꽃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 쪽 이 야."
갑자기 동굴이 밝아졌고 난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 철갑옷, 언다인이 있었다. 그녀는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살인마..."
그녀는 다가오면서 그녀의 손으로 마법창을 만들어 집었다.
"너 같은 녀석의 영혼은 필요없어."
그녀는 나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
"네 영혼까지 찢어주겠어!"
그녀가 나에게 달려드는 그 순간 누군가 내 앞으로 뛰쳐나오며 소리쳤다.
"언다인님! 도와줄게요!"
그는 바로 벽 쪽 수풀에 숨어있던 꼬마였다. 그는 주변을 살피며 적이 어디있는지 찾다가 나를 보았다.
"요! 너 해냈구나! 언다인 님이 네 앞에..."
그는 내가 이상한 웃음을 짓는 것을 보고 말 끝이 흐려졌다.
"서, 설마 네가..."
나는 그대로 꼬마를 언다인의 창 쪽으로 밀어 머리가 꿰뚤리게 만들었다.
안돼!
갑작스러운 꼬마의 등장에 굳어있던 언다인은 자신의 창에 꼬마가 죽은 것을 보고 소리쳤다.
"안돼!"
그녀는 창을 뒤로 뺐지만 이미 늦었다. 꼬마는 쓰러진 후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이에 충격받은 언다인은 그대로 무릎 꿇고 꼬마가 사라진 그 자리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그녀를 지나쳐 메아리 꽃이 만발한 곳으로 향했다.
개 자식!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뭐? 재밌잖아. 안 그래? 얼빠진 언다인이라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투구 안을 못 본게 아쉽네."
차라, 언젠가 널 죽여버릴거야!
"전에도 물어 봤었나? 차라가 누구야?"
너잖아!
"나? 아하하하하! 아냐아냐. 그럴리가 없잖아?"
그는 씩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난 너와 같은 이름이니까 말이야."
충격이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상황이었지만 사실 생각조차 못했었다.
동굴 끝의 세이브 지점에 도달한 나는 세이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젠 꼬마의 죽음을 돌이킬 수 없었다.
막힐 때는 어쩔줄 몰라 며칠간 아무것도 못하더니 뚤린땐 너무 순식간에 뚤려 이거 제대로 쓴건가 의심되기도 하네요.
으아아! 공짜 경험치가 주겄써! 유 바스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