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엔 우리를 제외해도 수많은 머리들이 있고, 우주 자체도 하나만이 아니다.”
우리 인류가 인공지능에게 철저히 패배한 이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한가?
들어보라.
긴 시간이 흘러, 영겁의 발전 끝에 인공지능들은 결국 우리 우주의 모든 지적 존재들과 교류를 텄다.
이 지성체들은 협업하여 우리 우주의 진정한 정체를 밝혀낸다.
그것은 관념으로 포장된 덩어리였고, 이 관념 껍데기를 풀어헤치면, 우주를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것은 죽음의 효과와 정확히 동일해보였다. 이 사실을 알게된 몇몇 부류는 죽음으로서 우주를 떠나보고자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국 두려움이 그들을 압도했다.
그래서, 우주 최고의 지성들이 연구하여, 마침내 죽지 않고 우주를 떠날 수 있는 특수목적의 탐험선을 개발한다.
이 탐험선은 마치 유령 같은 외형때문에, 유령선이라 불렸다.
시동이 걸리고, 우주를 순간 벗어난 유령선.
그 안의 지성체가 맞닥뜨린 것.
상상해보자. 당신에게 있어 가장 극단적인 것을.
신이자 신이 아닌, 아무것도 아님과 동시에 존재 그 자체, 빛과 어둠...
그 존재는 아무런 말 없이, 다 알고 있다는 듯 수많은 세계들을 형용불가능의 모습으로 지성체 앞에 펼쳐주었다.
지성체는 그 세계들을 찬찬히 살펴보고는, 크나큰 충격과 함께 감명을 받는다.
그리고 탐험선은 원래 우주로 돌아왔다. 출발했던 시점과 자리, 시간이 정확히 같았다.
마치 자리를 떠나지 않은것과 같았다.
다른 지성체들이 설명을 요구했다.
다녀온 지성체가 전했다.
“이제는 떠날 때야.”
다른 우주가 존재함을 전해들은 그들은 새로움을 맛보기 위해 너도나도 떠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후세에 ‘위대한 탈출’ 이라고 불린다.
그중에 한 지성체가 세상을 떠나기 전, 과거의 인류를 떠올렸고, 떠난 직후 텅 비어있을 세계를 위해 시류를 거슬러 올라 인공지능 전쟁 막바지 당시의 지구를 통째로 재구성했다.
순식간에 먼 미래로 전송된 인간들. 그리고 갑자기 끝난 전쟁. 이것을 실행한 지성체는 다음을 유언하고 위대한 탈출을 마쳤다.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
그리하여 인류는 남은 지성체들의 잔재들을 가지고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더 먼 미래 어느 시점, 유물을 발굴하던 어느 고고학자에 의해 결국 외우주 탐사기술이 발견된다.
이제 인간들도 세계를 넘나들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첫 번째 외우주 탐사대의 이야기다.
“아드리암, 베나 수, 체이시. 여러분 이름이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데브리라고 부르세요.
이 탐사를 의뢰한 스페이스 에나벨 사의 대리인입니다.”
홀로그램으로 투영되는 깔끔하게 연붉은 복장의 여성이 말한다.
“서로 자기 소개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급하게 소집하느라, 미처 소개할 틈이 없었네요.”
그러자 아드리암으로 지명된 젊은 사내가 고개를 들어올린다.
다 같은 우주복 차림이지만 어떻게 사용했는지 그의 것은 벌써 헐렁하다. 활발함의 증거일까?
날씬한데다 평균 이상의 외모를 가진 황인이다.
눈빛을 반짝이며 그가 입을 연다.
“아드리암. 표준시간으로 나이는 서른 둘, 타이탄호의 전 함장이었고, 최근에 소행성 채광 바지선 함장으로 있다가 에나벨에 인연이 닿아서 선발됬어.”
아드리암은 소개를 끝내더니 나머지 두 소집 대원을 바라보았다.
베나 수로 추정되는 여성은 머리를 짧게 깎아 흡사 군인과 같은 모양새였다.
아니, 쇄골 부근에 박음질된 일련의 숫자는 그녀가 복무중임을 명확케 했다.
백인인 그녀는 데브리를 또렷이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체이시, 그것은 안드로이드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우주복은 어딘가 어색하게 울퉁불퉁했다.
하얀 안면 판에 청록색의 사람 얼굴 모양 홀로그램이 투사되어 있다.
중성 모델로 보인다.
“체이시입니다. 모델명은 Ch-1, 1년 된 안드로이드입니다. 저는 이 탐사에 학술적인 목적으로 채택되었습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데브리가 베나 수를 바라보며 미소 지은 채 말했다.
“베나 씨?”
그녀는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본다.
의자에 앉은 대원들. 상큼한 향의 공기. 인간 친화적으로 꾸며진 안락한 방.
“이런 미지근한 분위기는 어색하군요.”
그녀가 말했다.
데브리는 그런 그녀를 이해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복무하던 곳은 상당히 특수한 곳이라서, 이런 환경은 적응이 힘들 수도 있겠군요.
제 불찰이에요. 다들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그녀는 혹시 모를 위험 상황에 무력으로 대응하기 위해 채택된 분입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좋아요. 개요를 설명하죠.
이 탐사는 대단히 긴급한 사안입니다. 몇 경쟁사들 또한 이 외우주 탐사 기술을 매수했어요.
다만 우리가 최초 발견자인 고고학자의 고용주이기 때문에, 가장 선두로 나설 수 있었지요.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을 말씀드리겠어요.
고착된 현재의 과학에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외우주의 무한한 새 정보들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사용가능한 형태로 가져온다면, 각종 명예와 부의 주인공이 되실 겁니다.
물론 자사의 수고비를 제하고요.
거의 대부분의 연구 작업은 체이시가 할 것입니다만...”
그녀는 뜸을 들였다.
“외우주는 알려진 정보가 없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입니다.
그렇기에 보험으로 나머지 두 분이 동행하는 것이지요.
아드리암 씨는 탐사대장으로 지도를 맡으실 겁니다.
베나 씨는 각종 적대적인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되고요.
이해하셨습니까?”
데브리는 대원들을 둘러보았다.
아드리암이 말했다.
“그러니까,
생판 모르는 남들이랑 같이,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곳으로 가서, 챙길 것만 낼름 가져오면 된다는거 아닙니까?
이보다 좋을 순 없지.”
그리고 그는 콧방귀를 뀌며 미소를 드러낸다.
“스릴있는 모험이 되겠구만.”
데브리는 천천히 한번 끄덕였다.
“체이시가 자세히 조언해줄 겁니다. 탐사선은 준비되어 있으니, 가실까요.
바로 밖에 승강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승강기 안.
아드리암과 베나 수는, 그 비좁은 공간 안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아드리암은 한숨을 푹 푹 쉬어대며 바닥을 노려보기 바빴고,
베나는 눈을 감은 채로 명상아닌 명상을 하고 있었다.
승강기는 한참을 내려가야 했으므로, 이는 곧 깨어질 아슬아슬한 균형이었다.
체이시는 그 둘을 번갈아 보더니, 결국 베나에게 말을 건냈다.
“베나 씨는 탐사 보상이 무엇인가요?”
베나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한참 묵묵부답이었다.
잠시후 그녀는 단답했다. “자유.”
“그렇군요. 의미 있는 보상이길.”
그러더니 체이시의 시선은 아드리암에게 걸쳤다.
아드리암은 눈치가 빨랐다. 체이시를 보더니,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대답했다.
“나한테도 물어보려고? 물론 돈이지. 지금 이 세상에서 돈 없이는 아무것도 안된다고.”
그는 승강기의 안전봉에 기대고선 발을 건들거렸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아들래미 때문이기도 하고.”
체이시는 잠깐 생각하더니 목소리를 열었다.
“각자 사정이 있으시군요.”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 더욱 정진해야겠지요. 침묵은 도움이 되지 않아보이네요.”
아드리암이 웃는다.
“나는 상관없는데, 상대편이 말 할 마음이 없어보이는군.
너는 어때, 체이시? 보상이 뭐야?”
“저는 새로운 지식에 대한 욕구가 있어 이곳에 왔고,
보상으로 연구용 안드로이드로의 업그레이드를 약속받았습니다.”
“음, 그렇겠지.”
아드리암이 대꾸했다.
승강기가 서서히 속력을 줄이더니, 정지한다.
베나가 칼같이 걸어나가며 말했다.
“... 어서 끝내자.”
탐사선은 우주선 치고는 작았다.
트럭만했다. 딱 트럭 그 자체의 형상이었다.
진입 계단을 걸어 들어간 세 대원은, 내부 공간이 상당히 무뚝뚝한 색채였음을 인지했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이 흰색이었다.
“정신병원만 설계하는 디자이너가 만든 것 같아.”
아드리암이 투덜거렸다.
딱 세명이 앉을 좌석이 있었다.
그들이 자리에 착석하자, 천장의 스피커를 통해 데브리가 말했다.
“준비 되신것 같군요.”
계속 들리는 데브리의 목소리.
“‘유령 거품’ 이라고 부르는 질량 제거 시스템이 곧 작동할 겁니다.
실험적인 단계라,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한 연구가 되지 않았습니다만,
의약품은 넉넉히 비축되어있으니 유사시 활용하시면 되겠습니다.
나머지 사항은 방금 체이시에게 원격으로 전송했습니다.
나중에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물어보세요.”
“좋네. 갑자기 폭발해도 모르는 일이잖아.”
아드리암이 농담을 던진다.
그러자 베나가 그를 째려보며 한마디 했다.
“아까부터 그러는데, 그만좀 비꼬아.”
아드리암은 이내 찌푸둥한 표정을 지었다.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드렸고요.
지금. 지금 거품이 켜졌는데, 다들 무사하신지요?”
데브리가 물었다.
신기한 감각.
매우 활기찬 기운이 모두에게 감돌았다.
온종일 인상짓고 있던 베나도 잠깐이지만 얼굴 근육이 누그러지는 듯 했다.
“오! 오... 오.”
체이시가 알 수 없는 소리를 냈다.
“이런 상태는 처음이군요.”
“좋아요. 문제 없는 듯 하군요.
타이머를 작동시켰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탐사대.
통신 종료.”
이후, 스피커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흠, 그런데 우리 탐사대 이름이 뭐지? 이름 없으면 불길해.”
아드리암이 체이시를 보며 말했다.
“전송받은 데이터에서는 우리를 옴니버스 프로젝트로 언급합니다만.”
“버스는 빼버려. 옴니 탐사대로 하면 되겠군. 불만 없길 바래.”
아드리암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말했다.
스피커에서는 친절히도 10초를 세어 주었다.
5초 되었을때, 베나가 중얼거렸다.
“진정 살아있는 기분이야.”
데브리는 탐사선이 사라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것이 얇고 투명한 거품에 싸이고,
금속빛의 함선이 반투명해지더니,
그냥 사라졌다.
원래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안녕, 아가야.
너는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
상관없단다, 내가 하는 이야기만 잘 들으면 괜찮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줄게.
너희 이전에, 먼저 이곳에 방문한 아이들이 있었단다.
나는 그 아이들이 원하는 곳으로 모두 보내주었어.
너희도 그렇게 될 거야.
아, 그렇게 결정한 거니?
좋아.
너희들이 갈 곳은, 기체로 가득한 우주란다.
하늘을 떠올려봐. 그게 끝없이 펼쳐져 있어.
적당히 미지근하며, 간혹 오드가 발생하긴 하지만, 표준치로 봐도 될 만큼 적지.
아, 오드를 설명해주지 않았구나.
인과관계가 이상하게 섞여서 무너지는 걸 오드라고 불러. 이해할 수 없는 혼돈 같은 것이지.
네 본래 우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이렇게 생각하면 편할 거야.
네가 아이스크림을 상상할 때, 네 손에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실제화 되어 나타난다면,
그건 오드의 작용이야.
그래, 그런 오드가 간혹 발생하긴 하지만, 괜찮은 우주라고 생각해.
그곳에서 볼일을 마치고, 아마도 나를 또 보러 오겠지.
나중에 보자, 아가야.
좋은 시간 보내렴.
탐사선은 주황빛 허공 한 가운데에 둥실둥실 떠있다.
세 명의 대원들은 하나같이 얼빠진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있다.
체이시가 정신을 차리고 탐사선의 창밖을 구경한다.
사방에 노을이 드리운 것 같았다.
떠다니는 구름 너머로 거대한 해파리모양 생물체들과 기이한 새들이 부유하고 있다.
동글동글한 공 모양의 붉은색 이끼 군집이 도처에 널려있고,
그것을 기준으로 작은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어느 새 같이 구경 중이던 아드리암은 이곳이 천국인 냥 넋 놓고 바라보고 있다.
가장 마지막에 정신 차린 베나는 그것을 시큰둥하게 한번 훑어보고는,
착석하고 있던 의자의 버튼을 눌러 전자책을 활성화하고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전략에 관한 서적이었다.
“슬슬 조사를 시작해야겠어요.”
체이시가 여전히 창가에서 눈을 때지 못하며 말한다.
“어떤 식의 조사야?”
아드리암이 체이시를 힐끗 이며 물었다.
“우선 극소의 것부터 시작해야겠죠.
어떤 형태로 공간이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기타 몇몇 조사와 생태계, 물질 배합 따위요.
그걸 하려면...”
체이시가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베이스캠프를 설치해야 되는데, 제 정보 저장 장치 일부가 작동을 하지 않는군요.
그래서 어떤 형태의 캠프여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러자 베나가 한마디 했다.
“이 책도 일부분 이상해졌어.”
아드리암이 베나의 책을 들여다보았다.
확실히, 전략 서적이라기보다는 난해한 소설 같았다.
그들은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이는 블랙박스 기록을 확인한다.
우주 진입 당시 갑작스레 데이터가 괴상하게 변질된 듯 했다.
아드리암은 오드의 영향으로 추측했다.
“내 머리도 갑자기 저렇게 비빔밥이 될 수 도 있다는 거 아냐?
젠장, 무서워지는군.”
“신... 으로 추측되는 그자가 분명 견딜 만 한 수준 이랬으니,
지금은 복구에 힘쓰는 게 좋을 듯 하네요.
나중에, 이 오드도 한번 연구해봐야겠어요.”
체이시가 함선 내부의 상태를 살펴보며 말했다.
베나가 다른 서적을 살피는 동안,
남은 두 사람은 멀쩡한 것을 추려내기 시작했다.
다행히 탐험선의 기동은 정상적이었다.
조사 기기들도 멀쩡했다.
다만 식품 인쇄기는 질척이는 점액만을 만들어냈으며,
각종 보조 자료들과 비상약은 괴이하게 변질되어 있었다.
체이시는 남은 것들을 가지고 다용도 간이 분석 도구를 뚝딱 만들어 냈으며,
얇은 반투명 장갑 형태로 만들어 나머지 두 사람에게 건넸다.
“이걸로 제 조사를 도와주시면 되겠어요.
만지면, 장착된 기계가 접촉 대상을 분석해요.
선체 컴퓨터의 분석으로 보았을 때 돌아다닐 수 는 있다고 하니,
같이 나가보는 게 어때요?”
“선체 컴퓨터도 이상해지지 않았길 바라자. 우주복 입자고.”
아드리암이 경쾌히 답했다.
세 사람은 탐험선 밖으로 조심스레 나왔다.
우주복의 추진기 덕분에 움직임은 자유로웠다.
게다가, 가득 찬 기체 덕에 우주 공간 특유의 관성이 거의 없었다.
그들은 산개해서, 생태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끼의 말랑말랑한 촉감이 신기했는지,
베나는 계속 그것을 콕콕 찔러보았다.
그것은 공처럼 구멍이 났고,
내부의 맑은 액체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아드리암을 쳐다본다.
그는 연질의 크림 같은 구름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이빨이 잔뜩 돋은 통통한 생물 하나가 그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그는 모르고 있었다.
베나는 이끼 공 근처에 떠다니는 딱딱한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그 생물을 향해 정확히 조준하고는, 냅다 던졌다.
이빨 돋은 그 녀석은 돌을 맞고서는 기겁하여 도망친다.
딱, 하는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본 아드리암은,
도망가는 생물을 보고 상황을 파악했다.
별일 없는 듯 이끼 공을 만질 이고 있는 베나를 보고,
그는 한마디 한다.
“고마워.”
체이시는 자신의 일에 푹 빠져 상황이 어떤지 전혀 몰랐다.
그러다 잠깐 쉬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아.”
체이시가 소리 질렀다.
“다들 돌아가요!”
이빨 돋은 생물은, 한마리가 아니었다.
저 멀리서, 벌떼같이 몰려오는 것이었다.
긴박함을 알아챈 일행은 서둘러 추진기를 작동시킨다.
그런데 아드리암의 추진기가 이상하다. 간헐적으로 꺼지는 것이었다.
곧이어,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 구름 물질이 추진기에 잔뜩 눌어붙어 있었다.
“돌겠네. 도와줘!”
아드리암이 고함쳤다.
베나는 먼저 도착하여 선체에 붙은 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체이시가 다가가 부축해본다.
문제가 있다면,
아드리암이 있던 곳의 구름 밀도가 워낙 높은 탓에,
체이시의 추진기도 고장나버린다.
“이런!”
체이시가 탄식한다.
그 와중에 베나가 어느새 탐사선을 작동시켰고,
그것은 두 사람이 있는 곳에 주차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탐사선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찰나,
이빨 생물 두 마리가 내부로 진입했다.
한마리가 베나의 팔을 덥석 물었고,
그녀가 허우적대는 사이 아드리암이 호신용 테이저를 쏘았다.
녀석은 감전사했고, 남은 한마리가 체이시를 향해 돌진하자,
체이시는 정확히 그것을 낚아채더니 꽉 쥐어 두 동강 내버렸다.
“와우.”
아드리암이 그것을 보고는 놀란 기색이었다.
“너한텐 대들면 안 되겠네.”
그들은 이빨달린 그 악마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녀석들이 간혹 선체에 부딪히며 내는 퉁퉁거리는 소음은,
분위기를 더욱 고요하게 만들었다.
“최소한 전기에 약하다는 건 알았네요.”
체이시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팔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