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들은 쉬지 않는다
바퀴들은 쉬지 않는다.
앞산에서 졸참나무와 도토리나무가 새잎을 피워내고
뒷산 솔숲 아래 마삭 줄기에 참새 혀 같은 새잎이 돋아나
며 세상과 깊숙이
키스를 하는 동안에도
바퀴들은 쉬지 않는다.
인간의 고독은 끝없이 진화한다.
눈물을 흘리는 기계를 만들고 싶다.
비애를 느끼는 터미네이터를 만들고 싶다.
세상을 한 손에 쥐고 무엇이든 한번의 터치로 끝낸다.
한쪽을 베어 먹은 사과를 든 사람과 별 세개로 삼각편대
를 거느린
그들이 무엇이든지 한 손에 쥘 수 있다고 싸우는 동안
서정의 철조망을 넘어간 시들이
도시의 뒷골목에서
기아에 허덕인다. 피를 다 흘리면 기계가 될까.
총알처럼, 쉬면 죽는다.
그것을 알기에
자본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굴러갈 뿐, 숨 쉴 틈이 없다.
물로 돌아가는 물레방앗간 큰 바퀴가 물을 받는 동안
에도
연애가 이루어졌듯이 고무바퀴를 굴리고
달리는 사람들이
한강가에서 연애를 한다.
스스로 바람을 만들며 강을 건너는 나비여!
바퀴들이 쉬지 않고 굴러간다.
졸참나무와 가문비나무와 참새 혀 같은 마삭 줄기 새잎
들이
세상 속으로 혀를 깊이 밀어넣는 동안
너의 일거수일투족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면밀히 재
생된다.
비밀은 없다. 쑥으로 어린 목숨을 연명하던 할머니가
재래시장 한쪽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새 쑥과 돌미나
리와 두릅을 판다.
팔리지 않아 시든 두릅과 쑥이 할머니 무릎에 돋다 만 새
싹 같다.
혀가 닿지 않는 세상에서도
바퀴들은 절대 쉬지 않는다.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김용택, 창비시선 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