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루비가 털갈이를 하고 몬스터들이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펴고 활동하는 번식기의 계절.
그리고 꿈을 찾아 메제포르타로 찾아오는 신참헌터들의 계절이기도 하다.
수많은 신참 헌터들의 무리 속에는 갖가지 모습이 있고, 신참헌터를 맞는 메제포르타 광장과 돈도르마 거리는 어제의 이야기, 오늘의 이야기 그리고 내일의 이야기가 한자리에 공존하여 설레이는 신참헌터들의 마음을 더욱 요동치게 하고있다.
그리고 그 신참헌터의 무리 속에 광장 입구부터 입구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헌터도 있었다.
"그러니까 이분은 우리 아빠라구요!!"
마치 눈의 요정이라도 내려온듯 하얀옷과 하얀피부를 가진 조그만 어린소녀가 볼을 잔뜩 부풀리며 광장입구의 안내양과 실갱이를 벌이고있었다.
"헌터조건에서 반려생물은 아이루를 제외하고는 허락하지 않고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아빠는 나쁜몬스터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좀 받아줘요!!"
소녀가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것은 이곳에서 매우 보기 힘든 생물이었다.
소녀처럼 새하얀 몸통을가지고 어떤생물보다 신성하게 느껴지는 외뿔의 신수...
고탑이나 설산에서 아주 가끔 본다는 '키린'이었다.
수염의 길이나 크기로봐서는 상당히 오래된듯한 모습이었다.
"어이 이봐 저거...설마..?!"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한 헌터가 기겁을 하며 옆 사람을 불러재꼈고, 주변에 있던 헌터들은 그 광경을 보며 여러가지 모습을 연출했다.
길드로 도망가는 헌터가 있는가하면 그래도 헌터랍시고 몸을 바르르 떨면서도 발도자세를 취하고있는 헌터, 키린을 처음본듯 가까이는 가지못하고 멀리서 키린을 구경하는 헌터도 있었다.
그때 한 헌터가 길드의 병사들을 불러왔고, 길드병사들은 키린에게 랜스를 겨누고 경계자세로 두사람과 키린옆으로 다가왔다.
제일 상관으로 보이는 길드마크가 새겨진 붉은 완장을 찬 병사가 안내양에게 말을 걸었다.
"긴급한 신고를 받고 왔는데... 무슨 일 입니까?"
안내양은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 듯 긴장을 풀고 병사에게 말했다.
"다른 지방에서 온 신참헌터 같은데 저... 음.. 그러니까 저 생물을..."
"키린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아! 예 키린과 함께 입장하려고 해서 제지하던 중이었습니다."
붉은 완장의 병사는 무기를 거두고 소녀와 키린을 조용히 살펴보았다.
소녀와 키린은 두사람이 이야기를 나누자 둘이 놀고 있었고, 소녀가 뛰어들면 키린은 조용히 받아주고 있었다.
정말 소녀의 말대로 아빠와 딸과같은 모습이었다.
"아빠 이제 여기서 같이 사는거야?"
"......."
키린이 말 할리는 없었지만 소녀는 이해했다는 듯이 좋아하며 늘어뜨린 키린의 머리를 껴안았고, 키린은 그저 가만히 서있었다.
"이봐 거기소녀."
붉은 완장의 병사가 소녀를 불렀고, 소녀는 키린을 껴안고 있던 팔을 풀고는 몸을 돌려 병사를 바라보았다.
"네?"
"저 키린을 데리고 오려고 하는 이유는 뭐지?"
소녀는 당연하다는 어조로 병사에게 대답했다.
"아빠니까요."
병사는 잠깐 눈을 감고 고민에 빠졌다.
'도대체 어느 지방에서 온 거지... 아니 그전에 키린이 사람하고 살던가?'
병사는 헌터시절을 떠올리며 생각해봤지만 코콧토를 비롯한 여러 지방 어디서도 키린하고 사람이 같이 산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도 본적도 없었기에 많은 고민이 따랐다.
키린 자체가 고룡으로 분류되며 길드에서 위험시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떠밀어 보내버리고 싶지만 지금 광장 앞에 서있는 키린은 그다지 싸우려는 의지도 없어 보이고 정말 소녀의 아빠처럼 행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병사의 고민은 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곧 풀릴 수 있었으니
"허허.. 살다살다 키린이 사람 사는 광장까지 내려오는걸 보는 건 처음이군 그래 오래살고 볼일이야."
뭔가 울림이 큰 목소리와 거대한 몸집을 가진 인간 비스무리한 존재가 대신과 길드마스터를 대동하여 다가오고 있었다.
"대, 대장로님이 여긴 어떻게..!"
헌터들은 대장로가 가는 길을 비켜주었고, 길드병사들은 즉시 예를 갖추어 대장로에게 예의를 취했다.
"누가 대장로전까지 키린이 왔다고 떠드는 바람에 구경 차 왔다네."
대장로가 붉은 완장의 병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길드마스터가 소녀를 불렀다.
"자네 이름이 뭔가?"
"...?"
"자넨 이름도없나?"
소녀는 인간비스무리하게 생긴 자그만 생물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덥썩 끌어안아버렸다.
"귀여워~"
소녀는 길드마스터를 안고 빙빙 돌며 좋아했고, 나이 많으신 길드마스터는 곧 현기증을 호소하며 소리 질렀다.
"이봐 이것 좀 내려놔!!!"
길드마스터의 호통소리에 깜짝 놀란 소녀는 길드마스터를 놓아주었고, 길드마스터는 잠시 현기증에 비틀거리다 곧 정신을 차리고 소녀에게 화를 냈다.
"너같은 핏덩이한테 귀엽다는 소리를 들을 나이가 아니야!!"
순간 대장로는 자기가 말하고도 뭔 소리인지 멀뚱하더니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자네 이름이 뭔가?"
"...?"
“정말.. 이름이 뭔지 모르나?”
길드마스터는 짐짓 당황스러워 하며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소니아...”
“...?”
소녀의 입에서 나온말이었다.
“언젠가 설산에 왔었던 헌터가 가르쳐 준 거야. 번개라는 뜻 이랬어.”
소니아와 길드마스터가 이야기 하는 동안 키린은 조용히 소니아를 바라보고 있었고, 곧 대장로가 키린의 옆으로 다가왔다.
“저 아이가 정말 자네의 딸이 맞는가?”
키린은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고, 대장로는 들고 온 술병으로 목을 축이며 키린에게 술병을 건넸다.
“애 딸린 키린이라... 한잔 하겠는가?”
키린은 기울여진 술병 안으로 혀를 집어넣어서 술을 핥아 마시기 시작했고, 키린이 목을 좀 축이자 대장로도 다시 술병을 들고 목을 축이며 키린과 함께 소니아를 바라보며 대작을 벌였다.
잠시 후 대신이 서기관 아이루를 데리고 오자 키린과의 본적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에 그러니까옹 저 아이는 설산에 버려진 걸 이 키린이 키웠다고 한다옹.”
“호오...”
이미대장로는 키린과 대면하고 주저앉아서 서기관 아이루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았다.
“자네는 어디서 왔는가?”
“......”
“저멀리 여기서는 쉽게 올 수 없는 하얀 신의자리에서 왔다고 한다옹.”
대장로는 무릎을 탁 치며 키린을 가리키고는 껄껄 웃었다.
“아 거기라면 내가 잘 알지. 젊은 시절에 거기 산다는 신비한 생물을 보러간다고 갔다가 깃발만 꽂고 왔는데 그 신비한생물이 자네였나보만. 허허허허.”
“......”
“그때 그 깃발은 부러져서 저 아이 이불로 썼었다고 한다옹.”
대장로의 눈썹이 꿈틀했다.
스멀스멀 대장로에게서 피어오르는 노기에 주변에서 구경하고 있던 많은헌터들은 키린
의 등장때보다 더 많이 떨기 시작했고, 키린역시 대장로가 뿜는 기운에 자못 표정이 굳은 듯 보였다.
“그 깃발의 깃대는 분명 절대 안 부러지도록 비룡 다리뼈로 만들었을 텐데 어째서...”
“....”
“어, 얼마 전 설산에 거대한 티가렉스가 나타나서옹, 라쟌과 결탁해서 설산을 쑥대밭으로 만들기에 도도브랑고들과 함께 싸,싸우던 중에 놈의 공격을 받아서 깃대가 부러졌다고 한다옹.”
대장로의 노기에 눌린 서기관 아이루 는 말을 더듬어가며 키린의 말을 통역했고,
대장로는 노기를 걷어내지 않은 채로 흥미 있다는 표정으로 키린에게 물었다.
“누가 이겼는가?”
“.....”
“라쟌을 산아래로 쫒아내버리고 티가렉스는 동굴속에 묻어버렸다고 한다옹. 하지만 이쪽도 피해가 컸다고 한다옹. 암컷 도도브랑고가 죽었고, 수컷 도도브랑고는 한쪽눈을 잃고 미쳐서 설산을 방황하고 있다옹.”
대장로의 기운에 적응된 서기관 아이루는 다시 침착하게 키린의 말을 통역했고, 대장로는 그제서야 노기를 풀고 키린에게 술병을 건넸다.
“그래서...”
“....”
키린은 잠시 술병을 싹 비워내고는 서기관 아이루에게 말했고, 아이루는 알아들었다는 듯 끄덕이더니 통역을 시작했다.
“라쟌은 언젠가 다시 설산으로 기어올라 올거고, 티가렉스도 죽은게 아니다옹. 도도브랑고는 미쳐서 방황하고 있고, 이 상태에서는 저 아이를 계속 설산에 데리고 있을 수가 없어서 내려왔다옹.”
비록 종이 다르지만 종을 초월해 자식을 걱정하는 키린의 마음에 감회를 받은 대장로는 키린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키린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 돌아갈겐가? 자식을 버리고?”
“....”
“어쩔수없다옹. 그곳이 무너지면 다른곳이 괜찮으리라는 보장이 없다옹. 무엇보다 여기 으면...”
“있으면?”
대장로의 질문에 조용히 말을 잇지 못하던 키린이 다시 입을 열어서 아이루가 통역에 들어갔다.
“저 아이가 웃고 울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 배울 수 있을거 같다옹.”
아이루가 앞발로 가리키고 키린이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곳은 길드마스터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소니아였다.
“알겠네. 내가 손을 써두도록 하지.”
대장로는 손짓으로 길드마스터를 불렀고, 길드마스터는 대장로의 손짓에 부리나케 대장로앞으로 다가왔다.
“어떤가? 저 아이 괜찮은가?”
“세상물정을 좀 모르는 것 같긴 해도 경험이 있어 보여 괜찮을 듯 싶습니다.”
“알겠네. 그럼 저 소녀를 길드헌터로 등록해두게나. 난 잠시 이 키린과 산책하고 올테니까 올때까지 잘 지키고있게나.”
키린은 대장로의 행동에 의아했지만 곧 대장로의 의중을 눈치채고는 소녀가 광장 전경에 한눈을 팔고있을 때 순식간에 마을에서 대장로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며칠간 소녀는 대장로와 함께 사라진 키린을 찾아 광장을 해매고 돌아다녔고, 그렇게 해매고다닌 것은 몇주일 후 대장로가 키린과 함께 티가렉스와 라쟌을 쫒아내고 하얀 신의 자리옆의 외봉에 깃발을 다시 세운 후 붕대 투성이로 마을에 돌아와서야 진정되어 본격적인 헌터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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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글이라 길게 썼습니다 'ㅅ'
참고로 제목이 미트스핀인 이유는 만나다의 미트와
세상돌아가는 거라는지 이런 저런만남들이 이어지고 이어져서 돌아간다는 뜻으로 지은
미트스핀입니다.
다시말하지만
Meat아니고
Meet 입니다.
괜찮은 소재의 글인데 오해를 불러일으킬수 있는 제목때문에 조회수가 별로 안올라가는듯;
처음 제목읽었을때 움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