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41은 리뉴아를 빼앗긴 이후, 지속적으로 교주 일행의 위치를 탐색했다.
R41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R41에 위협이 될 교주 일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녀는 R41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교주의 세상을 찾아 헤맸고, 결국 찾아내고 말았다.
[교주와 그 떨거지들은 들어라. 순순히 R41 리뉴아를 돌려준다면, 특별히 이곳의 10분의 1만은 살려주겠다.
그렇지만, 이에 불응한다면 모조리 죽을 것이다.]
모두가 당혹스러워하는 그때, 교주가 나타나서 말했다.
"결국 이렇게 됐군. 이 방법을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교주님...?"
"엘프들에게 전해. 앞으로 내가 할 말은, 절대로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고 말이야."
"네? 그게 무슨..."
"당장!"
교주가 윽박지르다시피 하여 외치자, 어쩔 수 없이 네르와 죠안은 교주의 말에 따랐다.
그리고, 교주와 아멜리아가 대치하게 됐고, 교주가 마이크에다 대고 말했다.
"네가 그 야드-파운드라면 사족을 못 쓰는 ㅂㅅ들의 수장이구나?"
"...교주로군. 우리의 리뉴아를 납치한 바로 그 놈."
"인간의 신체를 기준으로 만든 부정확하고 덜떨어진 단위계를, 인간도 아닌 것들이 사용한다니. 우스꽝스러운 것도 정도가 있어야 웃는 시늉이라도 해주지."
"...하! 그런 네놈도, 그 바보같다는 단위계를 쓰는 놈들이 네놈들 사는 세상의 최강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
"알다마다. 어떻게 알지 못할까? 모든 걸 갖춘 완벽한 나라의 유일한 오점인데, 어찌 모를 수 있을까? 그 넓은 땅덩이, 그리고 그렇게나 많은 인재들이 그 ㅂㅅ같은 단위계 속에 갇혀있다는 불합리란 꼬락서니를 모른다면 ㅂㅅ이지.
바로 너희처럼 말이야."
으득.
"입은 아주 잘 살아있군. 그런데, 이를 어쩌나? 이쪽은 R41의 모든 군대를 이끌고 왔지. 고작 한 명의 인간으로 이 상황이 바뀔 것 같아?"
"네까짓 것들 상대하는 거야 한 명의 인간이면 차고 넘치지. 최첨단을 달리는 이들의 가장 큰 오점을 좋다고 주워 먹은 멍청이들을 상대하는 건데!"
"하! 자신의 부하에게 사탕수수나 착취 당하는 머저리의 말이 통하리라 생각하나?"
"자기가 효율적이라고 착각하는 비효율 그 자체인 년에겐 잘 통하겠지."
"이 빌어먹을 새끼가!!"
"그럼, 아니라는 거냐? 이걸 잘 봐라."
교주는 자신의 등 뒤에 서있던 R41 리뉴아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요 귀여운 녀석이 우리 편인 상황에서, 우리랑 싸우겠다고?"
"귀, 귀여운... 헤... 헤헤..."
그 말에 R멜리아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실제로도 그녀는 R41의 주요 전력이 맞았으니까.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주 일행에게 승산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하! 아직도 입만 살았군. 우리의 리뉴아는 장비가 없어서 네놈과 싸울 때의 힘을 전혀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은 거냐?"
"네 손을 적신 그 빌어먹을 납땜 냄새가 슬슬 옅어지는 모양이군. 다시는 잊을 수 없도록 다시 칠해주마."
"힘의 차이를 모르는 머저리에게도 질 것 같나?"
"그렇게 힘의 차이를 잘 알아서 네놈들은 패배했나보군. 패배할 걸 알아도 싸움에 임하는 그 비장함만은 인정해주마."
"네 팔다리를 자른 다음, 네 몸뚱이를 성인용품으로 사용해주마!!"
"한번 패배했던 상대에게 다시 한번 패배하는 굴욕을 다시는 지워지지 않을 납땜의 악취로 새겨주마, 독재자년아! 햇빛도 잘 들지 않은 어두컴컴한 골방 안에서, 손 끝에서 나는 잊고 싶은 악취가 가시지 않는 걸 느끼며, 오늘 우리를 적대한 걸 영원히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교주와 아멜리아의 입담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엘프 세력에서 PTSD를 호소하는 이들이 속출했지만, 교주는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
"저것들 스피커 해킹하는 거 성공했어?"
"이미 완료했습니다."
두 명의 리뉴아가 있기에, 다른 건 몰라도 저들의 통신망을 해킹하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좋아. 저년들에게 잊을 수 없는 악몽을 되새겨줄 시간이군. 마이크를 가져와."
R41 리뉴아를 패배시킬 때 사용한 그 빌어먹을 구식 화약무기도 아니고, 마이크부터 잡는 모습에 R멜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지만, 멍청하게 권총이 아니라 마이크나 잡는 놈에게 패배할 생각은 추오도 없었기에, R멜리아는 전군의 진격을 명령했다.
그리고 그때, 교주의 명령으로 미리 해킹시킨 R멜리아의 군단의 전함의 스피커, 그리고 이어폰과 헤드셋에 교주의 목소리가 돌기 시작했다.
그건, 노래였다.
그녀들이 죽더라도 잊지 못할 그 빌어먹을 노래 말이다.
https://youtu.be/v5ryZdpEHqM?si=TTyXOzWcV8Man3py
교주의 노래가 시작됨과 동시에 R멜리아와 교주 측의 엘프들은 바닥에 쓰러진 채 엎드려서 PTSD를 호소했다.
"으아아악!! 아아아아악!! 이, 이 노래!! 이 노래애애!!!!!!!!!"
"G'em G'ir Gan Go G'hwer!!!!!!!!!!!!!!"
"이 선율은 대체 뭐야!! 우주가 내게 노래하고 있어어어!!!!!!"
순식간에 무력화된 R멜리아와 그 군단, 그리고 동맹 엘프들의 모습에 교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에피카도, 엘프를 제외한 나머지 종족들과 두 명의 리뉴아도 이 상황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한 가지는 알았다.
저들에게 치명적인 빈틈이 생겼다는 사실을.
"저 멍청이들이 바닥을 구르고 전함을 통제하지도 못하는 지금이 기회다! 당장 달려라!!"
벨리타의 외침을 시작으로, R41 군단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를 그냥 놔둘 순 없었던 아멜리아는, 자신의 허벅지에 레이저 범을 쏴서 고통을 통해 억지로 이성을 되찾곤 명령했다.
"싸워라!! 버러지들아!! 이 빌어먹을 노래를 다시는 듣지 않으려면, 저 빌어먹을 놈들을 쓰러트리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거냐?!"
["오호라. 그래도 폼으로 지도자 자리를 차지한 건 아닌 모양이군? 하지만, 차라리 여기서 패배했어야만 했다. 멍청한 년아. 네년이 정신을 차린 것 때문에 「진짜 노래」를 시작할 생각이거든."]
"뭐...?"
그 말에 아멜리아는 아차 싶은 표정으로 교주를 띄운 화면을 노려봤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에피카. 저들에게 「겨울을 지배하는 노래」를 들려줘."
"아, 알겠소. 교주."]
"아, 안 돼. 안 돼!!"
["잘 있어, 아멜리아. 다음 번 우리가 이야기를 할 땐 전장이 아니라 납땜 공장에서 하겠구나."]
교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익숙한 멜로디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끝났다.
https://youtu.be/3mQ8zjP84W0?si=Zm41-Sn7nM7cUNPx
에피카의 노래로 인해 이곳의 모든 엘프들이 간질 발작을 일으켰고, 그대로 전쟁을 끝이 났다.
R멜리아 때문에 스피커를 해제하는 기능이 없었기에,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멜로디를 들으며 비명을 내지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전쟁은 끝이 났다.
https://youtu.be/ZmgmqTe0BZ4?si=QmFWuzfIWPqC8_1V
...전쟁의 끝을 알리는 교주의 노래와 함께 말이다.
물론, 이 전쟁으로 인해 엘프들이 교주를 바라보는 시선에 두려움이 좀 섞였고, 교주를 볼 때마다 흠칫하며 놀라긴 했지만
이 정도면 피해를 최대한 줄였다고 볼 수 있었다.
여담으로, 교주의 크리스마스 노래를 들은 모든 이들은 이 빌어먹을 선율을 뇌에서 씻어내기 위해 충격을 필요로 했고
그날 이후로 페스타의 공연을 들으러 오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
"쏴-리 질러!! 롸큰롤!!"
"와아아아아!!"
"페스타!! 페스타!! 페스타!!"
페스타의 노래만이, 그들에게 크리스마스 캐롤을 잊게 해주었으니까.
심지어, 평소 그녀를 고깝게 바라보던 엘레나와 아멜리아를 비롯한 정부 요인들과 진압반 인사들까지 페스타의 노래에 환호했으니, 말 다했지.
참고로 교주는 자신을 볼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로네와 헤일리를 달래기 위해, 두 사람에게 갖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고 전해진다.
대 깐프 결전병기 머라이어 캐리...
사실, 원래 계획은 우이의 힘을 이용해서 R41 세력의 모두에게 크리스마스 캐롤 플레이리스트를 반복재생해서 듣게 하는 거였는데, 그건 너무 잔인하니까 교주랑 에피카가 직접 부르는 걸로 했어.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