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맞선임 이야기
특출나게 잘생겼고 성격도 좋고 머리도 좋아서 에이스였음
사회에서 인기가 좋았는지
가끔 친구들이나 여자친구한테서 연락이나 편지나 소포도 와서
선물받은 과자를 나눠주기도 하고 그랬음
그러다가 어느날 못 일어나게 됨
허리인지 다리인지가 맛이 가서
제대로 얻지도 못하게 됐고
의무대 실려가서 그럭저럭 걸을 수 있게 된 뒤론
보직에서 짤리고 말 그대로 폐급이 돼버림
어리버리하던 신병이던 나한테도
이것저것 알려주던 착한 선임인데
폐급이 된 이후로 그 선임 주변 공기가 이상해짐
가끔 이야기를 하다가도
이야기 주제가 이상하고 음산하게 변해서
갑분싸 당해버리고
그 정신나간 사람 특유의 탁한 눈빛이 나온다던가
가끔 치매환자마냥 멍하니 창밖을 보는 경우도 있었음
그리고 그 선임에게 오던 전화도 줄어들더니
말년엔 어지도 않음
아 맞다
잊어버리고 못 쓴 내용을 더 적자면
기억력이 많이 나빠짐
방금 했던 말도 기억하지 못함
심지어는 동기나 후임 이름마저 버벅거리게 돼버림
그러다가 그 선임 별명이 파리지앵이 돼버리는 일이 발생
선임은 운동도 잘해서 민첩했는데
아까 말했듯이 그 선임 착해서 착해서
맨손으로 차리를 잡은 다음에 창밖으로 날려주곤 했음
그런데 어느날 평소처럼 파리를 잡더니
날개를 뜯고 창밖으로 풀어줌
그러다가 어느 주말는 나에게 보여줄 게 있다며
나를 데려와서 파리를 보여줬음
배를 지그시 누르자 꽁무니에서 창자가 튀어나왔고
그걸 살살 잡아서 빼니까 쭉 뽑혀나옴
창자 끄트머리를 압정으로 고정시켜서 스스로
내장을 뽑아내며 날아가게 하거나
마치 긴 꼬리처럼 뽑혀나온 창자를 늘어뜨린채
날아가는 것을 구경하고는
그걸 나에게 보여주며 자랑하기 시작함.
가끔은 살ㅇㅏ있는 파리를 입안에 넣더니
뱉으면서 사오정 흉내를 내기도 했음
딴에는 유쾌한 장난이라는 듯이
근데 평소에 안 그러던 사람이 그러니 얼마나 무섭겠음
어떻개 지내려나 궁금해지네
군대에 오지 않았으면 그냥 그렇게 살았을 사람을 또 씹던 껌처럼 뱉은 국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