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삶에는 언제나 후회가 뒤따랐다.
무자비하게 가족을 베어 넘기던 순간에는 느끼지 못한 후회가 평생에 걸쳐 그를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지 못한 이유는 그의 평안을 바란 가족들의 유지가 있었기 때문이요,그의 곁을 지키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시커에는 그와 같은 이들이 많았다.연인을 잃은 자.버림받은 자.세상을 등진 자.
결여되어 있기에 서로로 자신을 채웠다.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허무가 있었기에 그는 차원을 찢었다.
그것은 폭음이었으며,동시에 발버둥이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차원 절개 능력을 연습한다는 핑계로,그는 황량한 사막에서 자신의 가족이 살아있던 시간을 찾았다.정확한 시공간으로 가는 통로를 뚫는 일은 쉽지 않았다.하지만 천 번의 시도를 거쳐 단 한 번만 성공할 수 있다고 해도,그는 끊임없이 시도할 생각이었다.
흩어지는 추억을 부여잡는 것은 괴롭다.이제 그는 기억이 아닌,살아 숨 쉬고 웃음 짓는 가족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황량한 사막에서,그는 차원을 찢고,찢고,또 찢었다.
갈라진 벽 너머에서 보이는 사람의 형체가 혹시 자신의 아내는 아닐지,딸아이는 아닐지 애타게 살폈다.
간혹 닮은 사람을 발견하면 그는 세차게 뛰는 가슴을 붙잡고 손을 내밀었다.그러나 그 시도는 언제나 실패로 돌아갔다.모습이 닮을지언정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는 무릎을 꿇고 가슴을 내리치며 울부짖었다.어째서 성공할 수 없는 거냐고.
목에서 피가 쏟아지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도 그는 외침을 멈추지 않았다.
모래 섞인 바람이 유독 뜨겁던 날이었다.그는 익숙한 자세로 검을 꺼내들었다.그리고 지금껏 수천 번은 반복한 일련의 동작을 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그때,그의 심장이 발하는 파동이 그녀를 감지했다.그녀에게서 익숙한 파동이 느껴졌기에 그는 검을 거두었다.
“아저씨.그만 해요.”
“소륜아.”
로즈베리론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소륜을 마주했다.차원 절개를 앞두고 격렬하게 뛰던 심장이 점차 안정을 찾았다.
“어떻게 알고 온 거냐.”
“모르겠어요?아저씨 매일 여기에서 연습하는 거 우리가 다 아는데.”
소륜은 그의 가면 뒤에 있는 얼굴이 궁금했다.청면수라라고 불리는 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면 그 또한 재미있는 광경이리라.
“무슨 일이냐.”
“말 했잖아요?그만 하라고.아저씨가 왜 그러는지 제가 모르겠어요?”
소륜이 성큼 다가가자 그는 손바닥이 보이게 손을 내밀었다.다가오지 말라는 뜻이었다.
소륜에게서 죽은 딸아이를 본 후로 그는 그녀를 보살폈지만,그림시커에서 소륜의 동료가 늘어난 후로 더 이상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미안하구나.”
“피해 다닐 수도 있죠.이해해요.그런데,그 짓 좀 그만 해요.”
“무얼 말이냐?”
“이미 죽은 사람 찾으려고 차원을 뒤적이는 거.”
그의 심장이 더욱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소륜은 그가 화를 참고 있음을 알았다.한숨을 내쉬는 소륜을 보며 그는 애써 자신을 억눌렀다.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내가 신경 써야죠.내가 아니면 누가 쓰는데."
소륜은 허리춤에 손을 얹고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나는 아버지가 없고,아저씨는 딸이 없으니 서로 가족이 되어주자면서.”
“소륜아,그만 해라.”
“아저씨.”
소륜의 눈동자는 선명한 붉은 색이다.그는 종종 그녀의 눈빛이 가면 너머의 자신을 꿰뚫어본다고 느꼈다.그런데 그녀의 눈이 점차 일그러지더니,순식간에 불꽃이 되어 타올랐다.
“비명굴에서 엄마 아빠를 그렇게 보내고,나도 안 그랬을 것 같아?그 찢어죽일 시로코년이 내 턱에 새긴 상처를 봐!”
손끝으로 턱을 가리키면서 소륜은 분노했다.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어.나는 그 년에게,아니,모든 사도들의 턱에 똑같은 상처를 새겨줄 거야.그리고 모조리 죽일 거야!”
“소륜아!”
“그런데,그 전까지는 우리 그림시커 식구들과……함께 지낼 거야.”
순식간에 소륜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사막의 모래가 바람을 타고 가면을 할퀴고 지나갔다.
“미라즈,로젠버그 아저씨,만다린 할머니,에스라,루이제 언니…….여기에는 당신 자리도 있어,로즈베리론.”
“…….”
소륜이 손을 내밀었다.그는 일순간 뒤로 물러섰다.그녀의 손이,죽기 전에 딸아이가 내민 자그마한 손과 닮아있었다.
죄악감이었을까.무엇이 그로 하여금 소륜을 피하게 했는가.
“돌아가자.”
그의 망설임과 그가 따라 내민 손은 조금의 관계도 없었다.
“그래.”
소륜은 로즈베리론의 손을 잡았다.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
그의 삶에는 언제나 후회가 뒤따랐다.
후회는 지우는 게 아니라 잊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 이들이 있었다.
그의 사명이 곧 그들 모두의 사명이었다,
하지만 사명을 따르지 않고 생을 택한 여린 영혼 또한 있었다.
“소륜아.”
기괴한 모습을 한 채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을 내지르는 여인을 보며 그는 손을 내밀었다.
언젠가 그녀가 그에게 그랬듯이.
그녀는 피로 물든 검으로 그의 손을 베려 했다.
심연에 잠긴 성전.사도 시로코의 재림으로 그들 모두 망령의 형태로 부활하고 말았다.그림시커 지부장 루이제를 흡수하고 미쳐버린 소륜은 최후의 순간에 가족의 이름을 불렀다.
망령이 된 지금도 그녀의 광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파동이 깃든 칼날이 그녀의 몸을 가르는 순간,그는 닿지 못한 미래를 떠올렸다.
수행을 거쳐 원하는 시간과 공간을 택해 차원을 가를 수 있게 되었지만,그는 그 날 이후로 한 번도 가족을 만나려 차원을 가르지 않았다.
소륜이 그의 딸이었기에.
“돌아가자꾸나.”
소륜의 몸이 흩어지는 광경을 바라보던 그는 문득 뒤를 돌았다.
그곳에 모험가가 있었다.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모험가에게 웃음을 지어주고 싶었다.그의 웃음이 보답이 될 수 있다면 몇 번이고 지어줄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가면을 벗지 않았다.
모험가에게 짤막한 작별을 남긴 채,죽은 이들을 끌어안고 스스로 흩어졌다.
소멸하는 순간 까지도 그는 끝까지,청면의 수라였다.
그리고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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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소륜아ㅠㅠㅠ카드줘ㅜㄴㅡㄹㅠㅠ
이후에 모험가가 다 주겼습니다 ^^
힐더 개객끼
ㅜㅜ
ㅠㅜ..
ㅠㅠㅠㅠㅠ소륜아ㅠㅠㅠ카드줘ㅜㄴㅡㄹㅠㅠ
앗.. 간곡히 부탁하면 주지 않을까요
잘읽었읍니다 금손추
꺅 감사합니다 :D
이후에 모험가가 다 주겼습니다 ^^
ㅠㅠㅠㅠㅜ
힐더 개객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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