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 쉬는 날이라 커뮤글 보는데 기러기 아빠에 관한 글이 있더라
모든 기러기 아빠들이 배드엔딩은 아니겠지만 글 보고
옛날 일 떠올라서 글 올려봐
기러기 가족같은 경우, 자식들은 정작 엄마가 옆에 있으니까 당연히 자식들은 엄마한테 더 영향받고 자라겠지
나 해외서 일할 때 아는 애가 그랬어 부자집 애였는데
그 애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서 부정적인 소리를 많이 했나봐 아버지는 돈밖에 준 게 없다 이 ㅈㄹ이더라
확실히 개는 회사에서 받는 돈 치곤 씀씀이가 헤프긴 했어. 학생시절부터 등록금도 생활비도 아버지가 다 내줬다하고
취업 후에도 아버지 카드로 클럽이고 술집이고 흥청망청 쓰고 그런 애였다.
그 애는 아버지 싫은 소리를 남들한테 많이 하고 다녔어.
웃긴 건 아버지는 못된 사람이니 아버지 카드는 맘대로 써도 된대 ㅋㅋㅋ
이야기 들어보면 아버지가 일때문에 자주 가족들 못봤을 뿐이지
내가 듣기엔 난 애가 심하게 말할 정도로 그렇게 나쁜 분은 아니었던 거 같아
뭐 나야 자세한 집안 사정은 모르니까 그러려니했지
그 애는 뭔가 관심에 목말라하는 애같았다 그래서 본인 능력 수준에 벗어난
사치를 자기 아버지 카드로 채우고 과시하고 그걸 이용해 사람들 모으고
놀던 애였지 하지만 아버지에 대해선 전혀 감사해하지 않더라
자기가 쓰는 돈을 통해 남들한테 인정받고 남들보다 낫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게 보였다
그래서 은근 남 깔보고 까내리기 하던 애였어.
( 모든 걸 알면서도 우리는 이 애한테 얻어먹기 위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ㅋㅋ)
한번은 그 애 아버지가 한 번 보고 싶다고 그 애한테 연락을 했었다.
아버지 전화에 그 애는 술집에서 큰 소리로
"짜증나니까 연락하지마라고 그런것도 못해주면서 왜 나한테 연락하고 ㅈㄹ이야"
토씨 하나 안틀리고 정말 저렇게 말하고 끊는거야
모두 벙쩌있는데 내 옆의 형이
"아버지가 너 보고싶어서 연락하신 거 같은데 그런 식으로 말한 거 너무한 거 아니냐"
"이때까지 잘 얻어먹다가 형이랍시고 같잖은 충고마요"
"야 내가 언제 너한테 사달라했냐 우리가 산다고해도 네가 우리가 가는 곳은 맘에 안든다고
네가 산다고 네가 원하는 곳가서 마시자했잖아"아무튼 그날은 그 둘이 싸우고 술자리는 파토났다. 서로 돌아가는데 그 형이 나한테
"부자라고 다 그런 건 아닐텐데 재는 뭔가 아니다 인간적으로 가깝게 지내지는마"
"네 저도 재 성격 알아요 종종 얻어먹기만 하려고요 걱정마세요"
"저 새끼 왜 저러는 줄 아냐?"
"왜요 저 새끼 아버지가 포르쉐 안사줬다고 저러는거야"
"지금 몰고 있는것도 비싼거 아니에요?"
"지가 원한게 아니란다 ㅋㅋ"
솔직히 그 당시 돈없던 사회초년생 때를 떠올려보면 개랑 나랑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던 거 같다.
운좋게 해외 대기업에 들어가고 버는 돈 절반은 부모님 빚갚는데 쓰고 그래서 놀고싶어도 못놀았는데
우연히 회사 선배가 추천해준 모임에 초청받지 못했다면
내가 그렇게 잘사는 애들을 만나볼 수 있었을까 싶더라
개랑 같이 놀면 이것저것 즐기고 얻어먹을 수 있었으니 떠올려보면
딱히 나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어 차마 그 형처럼 개한테 뭐라 말할 용기는 없더라
아무튼 이 일이 있고 1년 지나서 사건이 터졌어 그 애 부모님이 이혼하신 거야
그 녀석은 드디어 엄마가 아버지랑 이혼했다면서 좋아하고 기뻐했는데
이후 그 녀석한테 주던 용돈을 비롯한 생활비가 전부 끊겼다.
"네 엄마한테 재산 줄만큼 줬다 그러니 이제 엄마한테 용돈받고 살아라"
"아버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나 아버지 아들이잖아"
"난 아버지로서 너 못보고 너한테 가까이서 못해준만큼 네가 원하는대로 이때까지 돈 다 부쳤다 그런데 넌 나한테 한 번이라도 고맙다라고 말한 적 있냐? 넌 네 엄마랑 내가 이혼하길 바랬고 내가 없는 사람이었면 좋겠다했으니 나도 내 인생 살련다 너도 이제 거기서 네 인생 살고 이제 연락하지마라"
우리 앞에서 아버지한테 직접 연락하는데 전화 안받으니까
아버지 욕 엄청하더라 그와중에도 아버지의 역할이니 뭐니하면서 지 아버지인데 온갖 패드립을 다하더라 ㅋㅋㅋ
이미 씀씀이가 커졌는데 개가 회사 월급받고 거기에 맞춰 살아갈 수 있었을까? 아니지 이제 개는 엄마한테 생활비 보태달라고 했어
하지만 그 애 어머니는 이혼하고 나서 그 애 아버지한테서 받은 부동산 팔아 애인이랑 같이 살 집을 샀다더라
거기 현지 남자랑 계속 만나고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 거지. 웃긴 건 애는 엄마가 자주 가던 가게 직원과 그렇고 그런 사이인줄 몰랐대 ㅋㅋㅋ
"너도 이제 애도 아니고 회사도 다니는데 이제 독립해야지 엄마는 xx(애인 이름)이랑 새로 가게 오픈해야되서 아들한테 돈주기는 힘들어."
그걸로 어머니랑 엄청 싸웠다더라 아버지가 준 돈 아니냐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면서
(이제와서 애가 그런 말을 했다는거에 놀랐다 나는)
아무튼 개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그 애랑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고 이제는 연락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나를 비롯해 알아서 사람들이 애 곁을 떠나가더라 그 후로 이 애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나는 잘 모른다.
그래도 부잣집 애니 나보다는 잘 살고 있겠지싶어 괜한 걱정은 안한다.
여담이지만 진짜 집안에 돈없어서 직접 등록금이랑 생활비 벌어본 적 없는 애들은 부모님이 주시는 돈 당연하게 여기는 애들 많더라
해외에서 부자가 아닌데도 부모 돈 막쓰는 애들 몇 명 보면 내심 부럽기도 하면서도 한 편으론 그 애 부모님이 불쌍하더라구
지금은 한국 돌아와서 주변의 기러기 아빠인 형님들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아버지라고 무조건 다 희생하고 헌신하는 거를 당연하게 여기지않았으면 좋겠다. 젊은 나이에 고생해야된다는 말은 어쩌면 자식들 먹여살리는 부모님 고생한 걸 조금이라도 알아보라는 차원에서 존재하는 말이 아닐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가 옛날 생각해보면 직장 취업해서 가족들 먹여살리기위해 고용주들 앞에서 개처럼 기고 취업하기위해 뒷돈이라도 찔러줘야했던 가장들 생각해서 한거 아니었을까 싶기도.
이런거 보면 부모자식 사이라도 어느정도 생색은 낼줄도 알아야 하지 않나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