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이렇게 큰일이 되어 버릴줄이야.
이쪽도 저쪽도 병사들투성이, 진정이 안되는군. 너랑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을땐 평화 그 자체였는데 말이야.
음 그러니까 그날로부터 8일인가. 단 8일만에 정말 여러가지일이 일어나서 정말 뭐가 뭔지... 이런이런. 아빠말이야.정말 양손 다들었어~ 너도 그렇지~~
"아빠, 저거 가지고 싶어"
잡은 손을 세차게 끌려져 삿즈는 무심결에 멈췄다. 갖고 싶은것을 사달라고 부모에게 조를때 아이라고 하는것은 어이가 없을정도로 힘이 쎄지거나 빠르게 달리거나 한다. 아들인 돗지는 아직 6살이지만 지금은 어른인 삿즈를 넘어뜨릴정도의 기세였다.
"그래~돌아가는길에 사자꾸나"
삿즈는 돗지를 데리고 에우리데 협곡을 방문 했다. 어디서 들었는지 "팔시를 보고싶어"라며 돗지가 말을 꺼냈던 것이다.
코쿤에서 팔시를 본다고 한다면 에네르기.플랜트의 팔시 = 쿠쟈타였다.
조사해보니 딱 맞게도 견학투어의 빈자리가 발견 되었다. (부자(父子)끼리 가는 에우리데와 보담)이라는 따로 안내원이 없는프리투어로 보담까지의 비공정편과 숙박지인 호텔은 지정되어있지만, 그 외에는 자유행동이었다.
어린이요금도 대폭 할인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아이를 데리고는 편해서 좋다.
그런 이유로 지금은 에우리데역에서부터 에네르기.플랜트로 향하는 도중이었다.
많은 관광객도 물론이지만 그들을 겨냥한 기념품가게의 수도 또한 많다.
어딘가에서 돗지의 발걸음이 멈출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동물의 형태를 한 풍선을 가지고 싶어한다던가 가지각색의색깔의 사탕과자에 눈이 홀린다던가......
"싫어잉~~ 지금!! 지금!!"
돗지가 더욱 쎄게 손을 끌어 당겼다. 아이는 모두 이런식으로 제멋대로인 법이다.
삿즈도 이러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졌을때의 기쁨이라고 한다면..
단지 어릴때는 몰랐던것도 있다. 그건 이러한 어리광을 받아주는 어른들도 기뻐서 참을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쩔수없지~ 이번만이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말투는 부드러워져 버린다.
"그랴. 뭐가 갖고 싶어?"
펫가게의 앞이었다. 여기 에우리데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지점을 가진 큰규모의 샵이었다.
"노란거~!"
"어데어데?"
가게앞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케이지(우리)가 즐비해 있었다.
과연 큰규모답게 개나 고양이처럼 흔해빠진 작은 동물들뿐만 아니라 위험이 없게 유전자조작된 관상용의 마물(몬스터)도 취급하고 있는 가게였다.
"어데보자 노란거,노란거라고"
삿즈의 시선이 딱 멈추었다.
"어 어이 설마 이거야?"
커다란 우리 안에 노란색 푸링(슬라임같은 몬스터이지 싶네요)이 군데군데 눌러 앉아 있었다. 들여다 보니 푸링은 위협하는것처럼 신체를 뒤로 젖힌채 발돋움했다.
"얘야 노란거라고 한다면 이녀석맞지?"
가게안에서 얼굴을 내민 점원이 돗지에게 웃음을 보내며 양손바닥을 몇번이고 흔들어 보였다.
"응~ 그거야"
크게 고개를 끄덕이던 돗지는 점원과 같은 행동을 했다. 새의 흉내....인건가?
"아이들 사이에서 [노랑거]라고 한다면 이것밖에 없져~ 아버지"
점원이 가르키는 곳에는 (아기초코보 입하했습니다)라는 광고지가 붙어 있었다.
(ㅅㄲ 초코보가 더 적절한 표현인것 같은데 금지어라서 아기로 바꿨습니다.)
"머야 초코보인가 ^^"
관상용 푸링을 사달라는줄 알고 뜨끔했지만 아기초코보라면 문제 없지.
"자아~ 한마리... 노랑걸로.."
그 말을 듣자마자 돗지의 얼굴은 순식간에 밝아졌다. 돗지는 초코보를 엄청 좋아했다.
좋아하는 그림책도 초코보이야기이고 초코보문양의 타올은 너덜너덜하게 될때까지 썻을 정도다.
"그럼, 가게 안으로 들어오세요"
점원에게 재촉당해 돗지의 손을 이끌려고 하던참이었다.
"여기서 기다릴래"
돗지는 양손을 등뒤로 하고 자랑스러운듯 말했다.
[아빠가 용무를 끝낼때까지 혼자서 기다린다]는 것이 가능하게 된 후, 돗지는 그것이 자랑이었다.
"그래 여기서 움직이면 안된다 알았지? 절대로"
"응"하고 고개를 끄덕인 돗지의 얼굴에 장난스런 표정이 떠올랐다. 물론 그걸 눈치채고 있기때문에 삿즈도 일부러[움직이지마]라고 반복하면서 뒤로 돌아섰다.
이것은[혼자서 기다린다]라는 것뿐만 아니라 뭔가 허전하게 느낀 돗지가 최근이 되어 생각하고 있었던 놀이이다.
삿즈가 가게안에 들어가자마자 돗지는 가까운곳의 그늘진곳에 몸을 숨긴다.
그리고 삿즈가
"어이~ 어디야"라며 찾아줄것을 두근두근거리며 기다린다. 라는 구조였다.
가게안에 들어가자 때마침 점원이 우리를 열려고 하던참이었다. 그리고 그안의 한마리가 미끄러지듯이 우리의 문을 빠져나와 삿즈의 근처로 날라온다.
"어머어머 아버님 초코보의 맘에 드셨나보네요"
아기초코보가 삿즈의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는것을 보고 점원은 웃으면서 우리의 문을 닫았다.
"마음에 들었다...라. 어떨지."
목을 틀자 공중의 아기초코보와 눈이 맞았다. 아기초코보도 또한 살짝 목을 기울이고 있다.의외로 귀엽네~라고 생각했을 떄였다. 자그마한 두개의 눈이 반짝하고 빛난 느낌이 들었다. 다음순간, 아기초코보는 쏜살같이 삿즈쪽으로 향해 왔다.
"아얏!?"
아기초코보가 착지한곳은 삿즈의 머리꼭대기였다.
"이녀석! 손톱 세우는거 아냐~!"
삿즈의 항의에 아기초코보는 큰울음소리로 답했다. 그게 [알겠다]라는 뜻인가,[그 딴거 알까보냐!]라는 뜻인지알수 없었지만 몹시 기분이 좋은 울음소리였다.
계산을 끝내고 아기초코보를 머리에 태운채로 삿즈는 급하게 밖으로 나왔다.
빨리 돗지에게 아기초코보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이라고 해야될지 생각한데로라고 해야할지 가게앞에 돗지의 모습은 없었다. 뭐 항상 있는일이다.
"어이~~ 돗지!! 숨바꼭질이야? "
오바한 행동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어차피 이 근처의 그늘진곳에 숨어있음에 틀림없을거다.
이렇게 찾아다니는척을 하고 있는 사이에 곧 가까운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올테지.
조그만 어린아이의 숨바꼭질은 들키지 않게 하는것이 목적이 아니라 들켜서 안아올려주는것이 목적이니까.
"이녀석~ 아빠의 항복일까나~ 졌다 졌어~"
연극같은 행동으로 목을 기울여봐도 돗지의 웃음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돗지........?"
근처를 둘러본다. 벤치의 반대쪽, 진열대의 그늘진곳, 초목이 많은 화단, 어디에도 돗지의 모습은 없다. 그리고 그 바로옆에는 플랜트의 건물.
"먼저 가버린건가?"
삿즈는 발빠르게 플랜트의 입구로 향한다. 아이들은 질리지도 않게 몇번이고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싶어하는 법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새로운 행동을 시작하는것도 또한 아이들의 특징이다. 그렇게해서 성장해 가는 것이다.
이제부터 얼마간 혼자 기다리게 하는것은 금지군~ 이라며 삿즈는 생각했다. 아마도 돗지는
"기다리고 있는사이에, 혼자서 다른곳으로 가봐야지"라는 행동을 깨우쳤을꺼야.
플랜트의 입구에서 만약을 위해 한번 더, 광장을 뒤돌아 본다.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돗지의 모습은 없다. 역시 돗지는 혼자서 플랜트안으로 간거다. 왠지모를 불안감이 들었다.
그때였다. 엄청나게 육중한 뭔가가 떨어지는것 같은 땅울림과 함께 주위 일대가 흔들렸다.
멀리서 뭔가가 뿜어져 올라가는 소리가 난다. 광장에서 놀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한순간 울며 외치는 소리로 변했다.
"돗지!!!!!!!!!!"
삿즈는 입구로 뛰쳐 들었다. 뭔가가 일어났다. 틀림없어.
"돗지! 어디야!? 어디에 있어!?"
비상사태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려 퍼진다. 그 시끄러운소리조차 지워질버릴듯한 비명과 성난 소리. 관광객 누구나가 나먼저 나먼저라며 입구근처로 달려가고 있다.
빨리 돗지를 찾으러 가고 싶은데 인파로 인해 뒤로 밀려나 제대로 움질일수 없다. 이쪽으로 향해오는 사람들을 손으로 제치며 삿즈는 억지로 통로를 나아갔다. 도중, 몇번인가 빠져 나오려는 사람에게 불평을 들었지만 그 딴걸 신경쓸 상황이 아니었다.
그 쯤이 되서야 겨우 [서로 밀지 마십시오, 진정하고 피난해주십시오]라는 스탭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응이 느린건 그들도 당황했기때문일것이다.
땅울림에 가까운 소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가끔씩 불규칙적인 흔들림도 느낀다. 하얀연기가 뭉쳐서 안쪽이 어떻게 된건지 전혀 알수 없다. 화재인가, 폭발사고인건가. 돗지는 아직 이 안이다.
"돗지!! 어디야!?"
하얀연기를 그만 확 들이마셨지만 숨이 꽉 막히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이것은 연기가 아니라 안개나 수증기의 일종인것 같다. 대체 무슨일이 생긴건지...?
통로 안쪽에는 사람의 모습은 거의 없었다. 벌써 모두 다 도망가버렸겠지~.
만약 돗지도 엇갈려서 밖으로 피난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냐 돗지는 아직 이안에 있다.
한없이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다.
"돗지! 아빠야! 대답해!"
팔시=쿠쟈타까지는 이제 바로 눈앞이었다. 삿즈는 오로지 함성만을 질렀다.
뭔가가 분출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하얀 연기는 점점 그 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양팔을 휘져어 시계를 확보하면서 나아갔다.
그 최악의 시계 한쪽구석에 익숙한색깔의 옷이 있었다.
"돗지"
휴식용의 긴의자에 누워 있는 것은 틀림없이 돗지였다. 달려들어서 안아일으킨다.
돗지는 희미하게 눈을 떳다.
"아빠....?"
"이제 괜찮아. 상처는 없어? 아픈곳은 없어?"
안심시키듯이 말을 걸면서 돗지의 옷이나 다리 매무새를 고쳐준다.
"응? 뭐야이거"
돗지의 손등에 낯설은 문양이 있었다. 씰이라도 붙어 있는건가하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젊은녀석들이 자주하는 바디페인트의 종류인건가. 그렇다고해도 어느사이에.....
아니.이런것은 나중에라도 좋아. 것보다 빨리 안전한 장소로 피난하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하고 돗지를 안아올린때였다. 배후로부터 몇몇 발자국소리가 가까워져왔다.
"왜그러는가! 괜찮은가!"
경비병이었다. 그들이라면 금방이라도 안전한 장소로 유도해주겠지..
"병사씨 아이가 쓰러져서..."
"상처는? 머리는 다치지 않았는가? "
"그게.. 잘 모르겠네요. 도중에 떨어져버려서,그래서..."
전부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긴급시의 메뉴얼이라도 있겠지. 그들은 재빨리 접이식의 들것을 펼쳐 돗지를 실었다. 여성병사가 옆에 따라붙어 돗지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무서워히지 않아도 괜찮아. 괜찮아~"
말을 걸면서 안색이나 의식상태를 체크하고 있는거겠지. 그녀는 바로 옆의 병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구호실로 옮기겠습니다. 아버님도 이쪽으로"
다행이다. 이제 안심이다. 삿즈는 고객를 끄덕이며 그들의 뒤를 따랏다.
구호실에는 도망갈때 상처를 입었거나 기분이 나빠지거나한 관광객으로 몹시 붐볐다.
들것에 실려져있기 때문인지, 긴장한탓인지 돗지는 얌전히 있었지만 간이침대에 눕혀지자 이제는 참지 못했던것 같다. 돗지는 꿈지럭꿈지럭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하며 삿즈를 올려다봤다.
"아빠 있잖아"
"조용히"
삿즈는 돗지의 어깨에 손을 얹고 살며시 고개를 흔들었다.
"의사선생님이 진찰할때까지 얌전히 있어"
"응....."
돗지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일때였다. 중환자라도 생긴걸까, 갑자기 복도가 시끄러워졌다.
구급실의 문이 열리고 몇몇의 병사가 나타났다. 그 지역의 경비병이 아니라는걸 금방 안것은 복장때문이아니라 독특한 공기의 탓이었다.
"긴급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현시각을 기해 플랜트내 및 에우리데 근교는 사이콤(PSICOM)의 관리하에 놓여집니다. 신속히 저희들의 지시에 따라 주십시오"
병사들의 선두에 서있는 것은 아직 젋은 여성이었다. 조화를 이룬 용모에 이지적인 말투는 재능겸비라는 단어가 옷을 입고 있는것같았다.
단지 안경을 쓰고 있는 탓일까 다소 시선이 강했다.
"에우리데역 및 비공정발착장은 일시적으로 사용을 보류하고 있습니다. 대기하실수 있는 가설텐트를 플랜트앞광장에 준비해뒀으니 의사의 진찰이 끝나신 분은 그쪽으로 이동해주십시오. 진찰이 아직 끝나지 않으신분과 의료스탭은 구호용의 텐트로~. 이후. 이 시설내로의 출입을 일절 금지하겠습니다"
구호실내가 술렁인것은 한순간이었다. 곧장 그녀의 지시로 병사들이 움직였다. 진찰을 끝낸자와 그렇지 않은자를 나눠서 열을 만들고 밖으로 선도해간다. 과연 사이콤이라고 해야될까. 그 솜씨는훌륭했다.
삿즈도 돗지와 함께 구호텐트로 향하는 열의 최후미에 서려했다. 그때 그의 어깨에 살짝 손을 올리는자가 있었다.
"팔시의 앞에서 쓰러져있었던 아이는 그쪽이죠?"
병사들을 거느리고 있던 안경 쓴 여성이었다. 그녀는 삿즈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목소리를 낮추었다.
"사이콤(PSICOM)의 질.나바트라고 합니다. 자녀분의 일로 급히 상담이 있으므로 함께 동행부탁드립니다."
"상담?"
"조용히" 라며 나바트는 의미심장하게 검지손가락을 입술에다 가져다 대었다.
"하고싶은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우리들의 지시에 따라주실수 없겠습니까? 자세한것은 곧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긴....사람들의 눈이 너무 많기에"
뭔가 꿍꿍이가 있는 말투였다. 대체 뭐가 일어난걸까. 돗지가 어쨋단말인건가. 따지고 싶은 의문은 산처럼 있었지만 상대는 PSICOM의, 그것도 상당한 지위에 있다고 추측되는 인물이다. 삿즈는 단지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