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를 보러간다고 정해지자마자, 돗지 녀석은 엄청 기뻐해서 말이야, 방안을 막 뛰쳐다니질 않나, 뛰어오르질 않나,이건 뭐 난장판이었다.
다음날도 또 그다음날도 계속 이어지는 검사로, 지긋지긋했겠지. 아무리, PSICOM의 장교라던가,아동심리 전문가가 응석을 받아준데도 우리안의 새같은꼴이지.
그만큼이나 검사를 계속 했는데도 정작 중요한 사명은 확실하지 않고, 그나마 안것은 팔스의 기척을 느낄수 있다는 능력뿐이었다. 아니, 그것도 아직 확실한게 아니라고 생각해. PSICOM녀석들,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까 멋대로 사탕발린 말이나 날조하고 말이야.
보담으로 향하는 비공정에 탈때까지는 손톱만큼도 믿지 않았다. 아아, 그래맞어, 너(아기초코보)도 비공정안에 있었던가. 널 본 순간의 돗지의 얼굴, 기억하고 있어? 그렇게 기뻐하는 얼굴은 정말 오랜만이었지.
비공정의 통로를 뛰어다니는 돗지를 삿즈는 복잡한 마음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돗지와 잡기놀이를 하고 있는 건 아기초보코였다. 두명,아니 한명과 한마리는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순식간에 사이가 좋아졌다. 기내는 정말 난리법석이었다.
뭐.달리 승객이 있는것도 아니고, 삿즈는 맘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가만히 있는것보다는 뛰어다니며 떠드는걸 좋아하는 아이가, 지금까지 방안에 갖혀있었던 걸 생각하면 아무리 무례한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나무랄 생각이 들지 않았던것이다.
나바드로부터도, 불평은 없었다. 가끔씩, 부하에게 뭔가를 기록하게 하고 있었기때문에, 아기초코보와 놀게하는것도 검사의 일환이라는 취급일것이다.
"아빠, 목말라"
드디어 떠드는게 질린건지, 돗지는 삿즈의 옆좌석으로 뛰쳐 앉았다. 물론, 아기초코보도 그에 이어서 삿즈의 머리에 착지했다.
캔쥬스를 따 주니 돗지는 숨도 쉬지 않고 마셔버렸다. 그만큼 큰소리로 떠들고, 뛰어 다녔으니 당연히 목도 마를만하지.
"그러고 보니, 이녀석에게도 이름을 지어줘야겠네"
아기초코보를 보자마자 잡기놀이가 시작되버렸기때문에, 이름 지어줄 틈도 없었다.
"음~그러니까, 강해보이는 이름으로 할래! 티비에 나오는 애처럼"
티비에 나오는애처럼이라는것은 돗지가 매일 빼먹지 않고 보고 있는 아동용의 방송이다. 아기초코보가 주인공이며 정의의 히어로였다. 지금, 아이들 사이에서 아기초코보가 붐인것은 이 방송의 영향이다.
"그렇지만말야, 이녀석, 여자애일지도 몰른다구~"
초코보의 성별은 전문가라도 분간 못한다고 한다. 애시당초, 초코보는 수수께끼가 많은 생물이니까. 사람의 말을 이해할수 있는 지능을 가지고, 둥지로 다시 돌아가려는 본능 또한 뛰어나다. 알고 있는건 그 정도였다.
"자아, 강해보이고 귀여운 이름으로 할래!"
"아 그건 또 이름붙이는데 있어 고생할것같은 조건이구나. 뭐, 천천히 생각하면 되지, 이녀석은 도망은 안가니까"
문제는, 돗지에게 남겨진 시간이 어느정도 있는지다. 그것을 생각하면 침울해진다. 뛰다니며 노는정도밖에 할수 없는 6살의 아이에게 도대체 어떠한 사명을 완수시킨단말인지?
"앗, 아빠, 저거 뭐야?"
무의식적으로 돗지가 창문밖을 가리켰다.
"응? 어데어데, 아아, 저거는 보담 이적(異跡=보담에 있는 하계(팔스)의유적)이네, 이제 곧 도착할거야"
돗지는 창에 이마를 붙이고 가만히 이적을 내려다보고 있다. 에우리데로 향하는 열차의 창문에서도, 살짝 이적이 보였을테지만, 밑에서부터 보는것과 위에서 보는것은 인상이 전혀 다르겠지.
"저 안에, 들어가고 싶어"
"이적의 안말야? 그건 무리야, 보담이적에 입구는 없어, 아니 안이란게 있는지 없는지도 몰라, 애시당초, 저것은 팔스의 이적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삿즈는 깜짝했다. 팔스(하계)의 물건. 나바트가 뭐라고 말했었지? 돗지에게는 팔스의 존재를 느끼는 능력이 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안에..있어"
"돗지, 너........"
말이 도중 끊겼다. 그 뒤를 말하는게 무서웠다.
"돗지군, 저 안에 뭔가 있니?"
어느샌가, 나바트가 옆에 서 있었다. 아무래도 곁듣고 있었던것 같다.
"잘은....모르겠어. 하지만. 있어"
"그래. 잘은 모르지만, 뭔가가 있는거네?"
창밖을 주시한채, 돗지는 목을 세로로 끄덕였다.
"고마워. 착한아이구나."
돗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나바트는 삿즈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것이 이 아이의 힘입니다.라고 말하는듯이.
그래도, 아직 믿을수 없었다. 보담 이적은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다. 돗지는 그것에 흥미를 가지고 안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을뿐일지도 모른다.
"급히, 조사대를 조직해서, 이적의 내부를 조사시키겠습니다. 혹시, 그걸로 안에 팔스(하계)의...."
"바보같은!! 있을수없어!!"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가 나왔다. 돗지가 놀라서 돌아보았다. 삿즈는 당황해서 표정을 온화하게 한다.
"암것도 아냐. 아빠말이야, 쪼금 놀라서, 큰소리 내버렸어, 놀라게 해서 미안해"
돗지를 안아 올리고, 무릅위에 올렸다. 이 이상, 창밖을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팔스의 기척을 느낄수 있는 능력이라니... 믿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아직 마음 한구석에서 뭔가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겟지. 돗지가 루시라니.. 인정못해. 그래서, 이적에 흥미를 보인 돗지를 보고 평온하게 있을수 없었다.
애시당초 불꽃놀이도 그랬다. 팔스의 녀석들과는 관계 없어, 단지 돗지는 불꽃놀이가 보고 싶었을뿐이다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보담에서 에우리데행의 열차로 환승했을때, 불꽃놀이대회의 이야기라도 들었을거야라고 말이야.
실제로, 넌 말야, 돗지가 원하는걸 기억하고 있어? 아빠가 건강하도록말이야. 그런말을 했다면, 풀죽은 얼굴하고 있을수 없잖아. 아이한테 걱정시키다니말이야.
그러니까 두번 다시는, 돗지 앞에서 흥분하거나, 풀죽은 얼굴 보이거나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어.
아빠말이야, 꽤 힘내고 있는거지? 중령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했을때도------------
한낮과 같은 밝기였다. 불꽃놀이대회도 종반을 달리고, 몇몇의 엉키게 설계된 불꽃이 아낌없이 밤하늘로 쏘아 올려지고 있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걸 끝냈기 때문인지, 모두가 하늘을 올려보며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돗지도 삿즈의 손을 쥔채, 뛰어 오르고는, 즐거운듯이 웃었다.
"그래서, 어찌된겁니까. 나바트중령"
주위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는 것은 삿즈와 나바트였다. 조금전까지, 나바트는 조사대로부터의 보고를 듣기 위해 비공정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여기에 왔다는 것은....
"아까전에 조사대로부터 연락이 있었습니다"
나바트가 목소리를 낮춘다. 삿즈는 숨을 죽이고 그뒤의 말을 기다렸다.
"이적의 내부에 팔스의 팔시가.."
주위로부터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불꽃을 쏴 올리는 소리도, 사람들의 함성도, 뭐든지 사라져 갔고, 단지 나바트의 목소리만이 들렸다.
"부끄러운 얘기입니다만, 그 이적은 몇백년이나 여기에 있었는데도, 성부는 아무것도 파악되어 있지 못했습니다. 돗지군에게 감사해야겠군요"
그런 돗지는 나바트의 말따윈 전혀 신경쓰지 않고, 하늘로 향해 손을 뻗치고 몇번이고 뛰어 오르고 있었다. 그렇게하면 불꽃에 닿을수 있는것 같이...
"별안간,보담으로 간다던가, [있어]라던가 말하길래, 뭔가 했더니..."
설마, 정말로 팔스의 팔시가 보담에 있었을줄이야, 그것도, 입구따윈 없다고 인식 되어 있는 이적의 안에...
"이걸로 틀림없군요. 돗지군은 팔스의 존재를 파악할수 있는거네요"
"그런것보다, 돗지의 사명은? 녀석들을 파악해서 찾아내는것입니까?"
나바트가 표정을 어둡게하며, "아직 단정할수는..."이라며 말을 흐렸다.
"그니까, 실제로 찾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왜 판정할수 없단거죠?"
"죄송합니다. 저희들에게도 모르는쪽이 더 많습니다. 단지, 단순히 찾아서 끝난다라는게 아닌것 같은..."
나바트가 말을 잘랐다. 이 이상은 말하고 싶지 않았기 떄문이겠지. 혹시라도, 팔스의 존재를 찾는것이 사명이라면, 이적의 안에서 팔시가 발견된 지금, 돗지가 크리스탈이 됐을것이다. 그 말은 팔시를 발견하는 것만으론 사명을 완수하는것이 아니라는 거다.
도주중인 루시를 포함한 팔스의 존재 모두를 찾는것이 사명인건가, 아니면.....
찾은뒤에 쓰러트리지 않으면 안되는건가. 어느쪽이든, 6살의 아이에게는 무거운짐에 불과하다.
"아빠, 있잖아, 아빠~"
강하게 팔을 당겨져서 다시 정신이 돌아왔다.
"아아,미안,왜 그래?"
"이번에 말이야-- 노틸러스.파크에 가자"
삿즈와 나바트는 얼굴을 마주했다. 노틸러스.파크라고 하면, 성부가 운영하는 유원지로서, 환락도시 노틸러스의 꽃이라고도 할수 있는 시설이다. 돗지는 거기에서 팔스의 존재를 감지한건가. 그렇다면, 도주중인 루시임에 틀림없다.
"거기에....뭔가 있니?"
목소리의 떨림을 누르는데 고생했다. 혹시라도, 노틸러스에서 팔스의 루시를 발견한다면
이번에야말로 돗지는 크리스탈이 될지도 모른다.
"있다구-- 초코보가 가득~! 그리고 있잖아~ 모코모코(푹신푹신한것 = 아래에보니 양이네요 ; )도.."
안도감으로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돗지는 단순히 초코보나 양을 보러가고 싶은것뿐이다.
그러고보니, 에우리데로 가는 열차안에서도 노틸러스의 이야기를 해줬다. 그것을 생각한거겠지..
"아무래도 팔스와는 관계없는것 같네요"
삿즈는 나바트에게 살짝 머리를 숙였다.
"있잖아..데려가줘~~~!"
다음기회에, 라고 삿즈가 말하려고 하는것보다 먼저 나바트가 돗지의 앞에 웅크리고 앉았다. 의혹이 빗나가서 실망해서 그런건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 표정은 따뜻했다.
"돗지군. 달리 가고 싶은곳이 있으면 염려말고 말하렴"
과연, 이번에는 불발이라도, 다음이 있다는건가. 아니, 나바트는 배려로써 그렇게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루시라는 중책을 업고 있는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즐거운 추억을 가지게 해주자고..
아냐아냐, 그녀에 한해서 그건 아니겠지.....
"누나가 어디라도 데려가줄께"
"노틸러스 파크!"
"네네,자아, 다음에 모두와 함께 가자. 누나랑 약속."
"응!"
옆에서 본다면 미소짓게하는 광경임에 틀림없다. 아무 사정도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그렇게 비치겠지.삿즈는 무심결에 눈을 돌렸다. 그 앞에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이전의 그 금발의 장교다. 분명.... 롯슈중령,이었던가.
"나바트 중령"
롯슈의 목소리는 딱딱하다.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나바트가 일어선다. 롯슈가 또 놀아줄거라고 생각했는지 순식간에 얼굴이 활짝 핀 돗지을 삿즈는 아무일도 없는듯 안아 올렸다.
아마도 아이에게는 들려주지 않는게 좋을것같은 이야기다.
"결정이 내려졌다"
롯슈의 목소리를 등뒤에서 들으면서, 삿즈는 돗지를 데리고 그 장소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