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이 새까맣게 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정말 사실이었다. 새까맣다고 할까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단말기를 만지작거리며 대학의 연구기관이라던가 민간의 두뇌집단을 닥치는데로 억세스 했던것은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말야. 거기에 뭐가 적혀 있었는지.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읽긴 읽었다.
읽은 기억은 있다. 확실히 [성부의 루시]에 관한 문장을 몇개정도 보았다.
하지만, 어느것 하나도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다. 알고싶은 것들이 아니었다.
있잖아. 아빠가 듣고 알고싶었던게 뭔지 알어? 단 한마디이지만, [아들은 괜찮다]
그 한마디만으로 충분했다.
나바트중령이라면 그것을 말해줄지도.. 라고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래. 필사적이었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 어느것 하나도 못 믿겠어서 말이야. 사관학교 수석의 군인이라면,
그런것따윈 뒤집어 엎어줄꺼라고 한가닥의 빛처럼 생각했었다.
그런데 말이야. 그 한가닥의 빛인 나바트중령을 만날수 있었던 것은 그 이튿날, 사건으로 부터 3일이나 지난후였다.
"3일이나 방치한 꼴이 되어버려서 우선은 사과 드리겠습니다"
나바트는 깊이 머리를 조아리며 "분명 걱정이 많으셨겠죠" 라는 침통한 표정이었다.
의료시설의 어느 한 룸이었다. 벽 한면에 모니터가 있고 거기에 퍼즐과 같은 것으로 놀면서 질문을 받고 있는 돗지의 모습이 비춰졌다. 이것도 검사의 일환인것 같다.
면회는 아직 허가되어 있지 않았다. 적어도 건강한 모습을 보는 것만이라도라며 나바트가 준비한 것이 이 모니터룸이었다.
"사과라니, 뭐 어찌되도 괜찮아요. 그것보다 돗지를. 아이를...."
빨리 집에 데려 가고 싶다. 라는 말을 삿즈는 잇지 못했다. 모니터에 비춰진 돗지는
즐거운듯이 손을 두드리고 있다. 그런 그 손등에는, 그 문양이 있다.
아직 말할수 없어. 집에 데리고 돌아갈때까지는, 이걸 어떻게 하지 않으면......
"벌써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나바트는 말하기 어려운듯 말을 잘랐지만, 살짝 숨을 들이쉬고는 마음을 잡았는지 입을 열었다.
"자녀분께서는 루시에게 선택되었습니다. 팔시=쿠쟈타에 의해서.."
최근 3일간. 시간이 허락하는한 단말기에 달라붙어 있었다. 루시에 관해서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절망은 깊어졌다. 나바트만이 최후의 희망이었다. 뭔가 잘못알고 계신건 아닐까요, 아들이 루시라니 그럴리가 없죠라며 웃어 넘기는것이 아닐까하고.
실의가 돌연 격정으로 전환되었다. 삿즈는 생각지도 못하고 목소리를 거칠게 한다.
"무슨농담이에요!! 루시라니 그건 옛날이야기일뿐이지..."
"그 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나바트는 슬픈듯이 눈을 아래로 깔았다. 그것을 본 순간, 삿즈는 할말을 잃었다.
당신이 뭘 안다고, 그녀에게 대들면 되는건지, 아니면 값싼 동정은 그만두라며 들이대면 되는건지. 아니 뭘 어떻게 말한데도, 사태는 변하지 않고, 가슴속의 미♡듯 발광하는 감정을 억누를수있을 까닭이 없다.
모르겠어. 뭐가 어떻게된건지, 삿즈는 단지 양주먹을 꽉 쥔다.
"저희들도 놀랐습니다"
나바트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기록상으로는 성부의 팔시는 묵시전쟁이래(以來) 수백년이상 루시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왜 돗지가!!!!"
도대체 왜. 돗지인걸까, 그 날, 그 장소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돗지와 비슷한 연령이나 모습의 아이도 있었다. 아니, 아이일 필요가 어디에 있지? 어른도 있었다. 그들도 상관없었을거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돗지였던건가?
"솔직히 말해 그건 저희로서도 모르겠습니다. 최선이라고 판단했기때문에 팔시는 돗지군을 택했을거라고밖에는.."
"아직 6살 아이를 말입니까? 웃기고 있군"
"카츠로이상(삿즈의 성)...."
나바트는 뭔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냥 말없이 넘겼다. 뭔가 있는거야라며 삿즈는 직감했다. 그녀는 아직 뭔가를 숨기고 있다.
"PSICOM은....성부는, 돗지를 어떻게한려 합니까"
나바트는 비공정으로 이들을 데려와 돗지의 안전이니 운운했지만 민간인 아이한명의 안전을 단순히 군이 걱정해준다고는 생각할수 없다.
"아무쪼록 비밀로서 부탁드리지만."
맞췄다, 마음을 결정한듯 입을 연 나바트를 삿즈는 지그시 주시했다.
"코쿤은 지금,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희가 쭉 경계해온 팔스(하계)로부터의 침입이 드디어 시작된것입니다"
"에?!"
갑자기 무슨말을 하는건지. 팔스(하계)의 칩입이라니, 이야기가 너무 커져버려 어떻게 반응해야될지 전혀 몰랐다.
"성부는 공식발표를 아직 미루고 있지만, 플랜트의 이변은 사고가 아닙니다. 팔스(하계)의 앞잡이에 의한 파괴공작입니다"
끊임없이 분출하는 하얀 안개. 땅울림에 가까운 흔들림. 성부의 발표는 [사고]였다. 그것이 파괴공작이었단건가.
"피해가 최소한으로 멈춤건, 돗지군 덕분입니다. 팔시에게 선택되어 루시가 되었기때문입니다"
"설마. 고작 6살아이에게 뭘 할수 있었다는거죠" ?
있을수 없다. 6살아이에게 방해 될정도의 [팔스의 압잡이]따위. 애시당초 위협축에도 끼지 않을거야. 하지만, 나바트는 단호히 [사실입니다]라고 단언했다.
"단지 팔스의 앞잡이는 아직까지 도망중이고 언제 또 다시 테러를 일으킬지 모릅니다. 그러니 아무쪼록 협력 부탁드립니다"
"협력이라니..."
이건 또 다시 나쁜 농담이라고밖에 생각할수 없다. 대체 뭘 협력하라는건지.
"돗지군은 선택받은 존재입니다. 코쿤을 구할 열쇠입니다. 그러니 카츠로이씨, 부디 힘을 빌려주실수 없으시겠습니까?"
"갑자기 그런말을 해도. 이쪽은 뭐가 뭔지.."
좀더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었다. 팔스의 침략이니 코쿤을 구한다느니, 그런 이해하기 힘든 얘기가 아니라 언제 돗지를 집에 데려갈수 있는지. 이제부터 돗지는 어떻게 되는지..... 일상생활로 돌아갈수는 있는건지.
하지만, 삿즈는 그것을 말로 하는거보다 나바트쪽이 빨랐다.
"네네. 네. 그렇죠. 알겠습니다"
나바트는 몇번이고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군인이라기보다는 조그마한 아이를 상대하는 교사와 같은 태도였다.
"딱히 특별한 뭔가를 하라고 말씀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지켜봐달라고.."
혹시, 자신은 지금,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라며 삿즈는 생각했다.
"돗지군에게 주어진 힘이나 사명은, 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 한시라도 빨리 그것을 해명하기 위해, 저희들은 검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면회시간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아버님께서는 분명 걱정이 크실거라 생각하지만, 그 부분은 어떻게...."
사명. 그랬었다. 그것을 완수하지 못하면, 루시는 시해(사체)가 되어 버린다고 한다.
나바트가 말하는것은 올바르다. 지금은 우선, [사명]을 찾아내는것이 최우선이다. 알고 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서도.....
"내일은 반드시 면회할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오늘은 가능한 많은 검사를 실행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부디 오늘은 이쯤에서.."
그렇게 간청하니 삿즈는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할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