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미연시 게임인 "썸썸편의점"이나 "러브 딜리버리"를 포함하여 미연시 장르의 게임들은 하기는 커녕, 영상 조차 보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 취향은 아닌 장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VR을 갖게 된다면 꼭 해보고 싶었던 장르가 미연시였습니다.
실제로 PS VR이 세상에 처음 공개되었을 때, 사전 체험을 할 기회가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때 제가 했던 게임이 다름 아닌
"서머 레슨"이었습니다.
겉으론 미연시 싫어하면서 속으론 좋아하는구나? 이런 건 아니고... 제가 VR로 미연시 플레이 하려고 했던 건, 미연시라는 장르는 그 어떤 게임보다도 유저를 몰입시키는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연애'라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게 다른 감정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연시라는 장르가 역사가 깊어지고 제작자들의 노하우도 쌓이면서 대사나 그림, 연출 등등.. 유저를 빠져들게 만드는 방안들이 많이 쌓이게 되었지만, 일반 PC 미연시가 넘을 수 없는 벽.
바로, 결국은 캐릭터가 평면의 모니터 속에 갇혀있다는 점입니다.
유저 마음 속에 연애 감정을 심어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진짜 그 캐릭터가 내 곁에 있어주고 나와 직접적인 상호 작용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VR이라면? 이 벽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제가 VR로 미연시를 플레이 하고 싶어 했던 것입니다. 21세기 인간 기술의 맛을 느껴보고 싶었던 거죠.
그러한 궁금증에서 시작되는 이번 게임.
Focus on You(포커스 온 유) 입니다.
시작에 앞서
포커스 온 유는 한유아(여주 이름)와 함께 하는 연애 '스토리'에 모든 게 담긴 게임입니다. 그래서 최초 출시 때에는 게임 속 내용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찍어서 커뮤니티에 올리면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 현재는 금지 구간이 다 풀려서 개인 방송 스트리밍까지 허용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글에서는 최대한 초반부 사진과 움짤만 활용하고 많은 것들을 보여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저와 한유아의 연애담이 아니라 여러분과 한유아의 연애담이 되기 위해서 스포를 최대한 줄이는 게 맞겠죠?
이것이 VR이다
[▲ 스크린샷 시뮬레이터]
'포커스 온 유'가 어떤 게임인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사진 찍는 게임" 입니다.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유아의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요.
일반적으로 미연시라는 장르는 정해진 선택지에 따라 스토리가 진행되는 일종의 '인터랙티브 무비' 정도에 그치기 마련인데 여기에 포커스 온 유는 사진 촬영이라는 요소를 더해 한층 더 유저가 상호작용할 부분을 늘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사진 촬영이라는 게 사실 스크린샷 찍는 것과 동일한 행동이기에 이게 VR이라는 기술에 따라 더해진 참신한 기능이라곤 보기 어렵겠죠.
그러나 현실의 플레이어가 몸을 기울이면 그만큼 상대에게 가까워지거나 멀어지고
내가 있는 방향에 맞춰 캐릭터가 시선을 맞추는(Eye tracking) 모습
그리고 캐릭터가 나에게 다가와서 속삭이는 것이 사운드 뿐만 아니라 비주얼적으로 보이는 것까지
이것이 바로 VR의 진가입니다.
제가 앞서 미연시는 플레이어에게 연애 감정을 심어줄 수는 있을지언정 캐릭터가 모니터 속에서 튀어나와야만 가능한 내 곁에 있는 듯한 현실적인 표현 감각을 느끼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VR이 그 벽을 허물어 버립니다. 실제 결과물이 포커스 온 유에서 잘 나타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 현실의 스마트폰을 쓰는 것과 똑같이 터치로 조작하는 중]
게임으로서의 포커스 온 유
위에서 말한 부분들은 기존 미연시와 포커스 온 유를 비교했을 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일반 VR 게임들과 포커스 온 유를 비교하면 어떨까요?
제가 VR을 통해 현실과 가상의 벽을 넘어섰다고 말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유아와 플레이어 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기존 미연시와의 비교에서 할 수 있었던 말입니다. 플레이어가 한유아에게서 시선을 돌리는 순간 포커스 온 유의 상호작용 요소는 확 떨어집니다. 미연시인만큼 캐릭터에게 유저가 포커스를 맞추는 게 올바른 플레이지만 이런 디테일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 오로지 게임에서 시키는 것만 조작이 가능하다]
또한 미연시 시선으로 봐도 선택지는 아쉬운 부분이 남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여러 선택 루트가 있는 거 같지만 포커스 온 유는 단방향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포커스 온 유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른 선택을 플레이어가 하게 되면
한유아의 앙탈과 함께
포커스 온 유가 원하는 선택지를 플레이어가 고를 때까지 무한 루프에 빠지게 됩니다. 현존하는 여러 선택지 기반의 게임들이 멀티 엔딩은 기본인 시대이고 특히나 게임적인 요소가 다른 게임에 비해 뒤떨어질 수 밖에 없는 미연시들은 선택지(또는 호감도)에 따른 스토리에 되게 공을 들인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 역시 포커스 온 유에게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재밌는 게임은 이미 PC나 콘솔에도 충분히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VR의 방향은 재미도 재미지만 플레이어의 경험을 얼마나 증폭하느냐에 있다고 봅니다. VR 기기가 가상현실이라는 대단한 단어를 현실화 시킨 기기인 만큼 PC와는 다른 사실감 넘치는 경험을 줘야 VR의 존재 이유를 납득 시킬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이런 시각으로 접근할 때 같은 장르지만 PC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최적의 장르가 바로 미연시라고 생각합니다.
리듬 게임 유저에게 PC와 VR로 각각 리듬 게임 플레이 시켜본다면 'VR로 굳이 해야되냐요?' 라는 답변을 들을지도 모릅니다. 리듬 게임을 VR에 가져와봤자 플레이 방식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PC와는 확연히 다른 경험을 주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연시 게임 유저에게 PC와 VR로 각각 미연시를 플레이 시켜본다면 굳이 VR로 해야되냐는 말이 아니라 "와 이게 VR이구나"라는 감탄의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포커스 온 유'로 VR만이 가져다줄 수 있는 경험을 한 번 느껴보세요.
이것이 바로 다음 세대의 미연시이며 다음 세대의 미연시는 다릅니다.
이번 글 내내 쓸데없이 어렵게 말했는데
그냥 다 필요 없고, 한유아 귀여워 보이면 플레이 하시면 됩니다.
한유아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