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게임 깔다 지루해서 게시판 살다시피해서 둠빠인 거 티나는 인간 중 하나인데..; 그 점을 노력으로 걸러 나름대로 솔직하게 리뷰해볼까 합니다. 구매 고민하는 분들 참고하시길 바래요. 전문 왭진의 리뷰 구성을 따라 글을 쓰니 있는척 하고 싶어 그런 것 아니란 점을 이해해주시면 고마울 것 같네요.
둠의 신작이 12년만에 나왔는데 이 게임을 기대하는 팬들에겐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고 fps 팬들에겐 의심스러운 게임인 것이 분명하죠. 멀티 베타에서 보여줬던 자그마한 맵과 약해보이는 무기들, 이렇다 어필할 부분이 없던 면을 기억하기 때문이죠. 전 프리오더로 북미 다운로드를 통해 시즌패스와 같이 구입 할 정도로 기대하는 게임이었습니다. 고전으로 회귀하는 것이 분명한 게임 플레이, 그것 하나만으로 말이죠.
막상 플레이를 하면 제일 처음 놀라게 되는 것은 이 그래픽으로 60프레임이 어찌 가능할까 하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현세대 콘솔에서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해 있는 게임들은 전부 30프레임이었기 때문입니다. 오프닝도 고전적이라 바로 게임이 시작되서 권총 한자루를 얻어 기본적인 쏘기와 상호반응 키를 알아보더군요. 챔터 2까지 이어지는 감염된 연구자들을 글로리킬 하다보니 권총 타격감도 밋밋하고(뿅뿅총입니다) 컴뱃샷건은 다소 약한 느낌입니다. 케주얼 게임에 나오는 샷건 같은. 걷기 달리기 앉기 점프 그리고 쏘기, 이 요소들 외엔 보이질 않아 적잖이 실망했죠. 게임이 이대로 이어지면 실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id의 행보(레이지)를 떠올려보니 그럴 수도 있었죠. 돈 지랄 한 것을 후회할 수 있었어요. 언차티드4도 구입 안했거늘.
챕터3를 넘기면서 되어 머신건부터 차례 차례 얻어지는 무기들을 써보면서 이 게임의 타격감이 다른 게임과 굉장히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데몬들 오른쪽 옆구리에 총알을 넣으면 그에 반응해 스핀하면서 허우적거리고 하반신에 넣으면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넘어지며 허우적거리더군요. 머신건의 타격감은 "쇠로 만들어진 작은 총알이 날아가 박힌다"를 실제보다도 더 그럴듯하게 표현해놨습니다. 업그레이드를 통한 서브공격과 섞어주다보니 둠 리부트만의 쏘는 느낌이 전달되는데 일반적인 fps보다 굉장히 과장된 느낌이었습니다. 업그레이드를 통한 우클릭 공격의 사운드는 충분히 말초적이었습니다.
데몬들은 부위별로 팔 다리가 떨어져나가고 휘청거리거나 스핀하고 넘어지고 총알이 박혀 난장판이 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느낌이 둠 리부트가 주는 파괴성에 일조하고 있죠. 멘큐버스의 배에 더블베럴 샷건을 쏘면 살점이 출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권총, 유일하게 이 뿅뿅거리면서 저격모드도 가능한 무기 하나 만큼은 (퀘이크 기본 권총을 떠올리게 함) 영 별로라고 생각되더군요.
게임성은~이라고 말하기에도 둠 리부트가 가진 게임성이 단순합니다. 닼솔에서 "센의 고성에서의" 언차티드의 "네이트와 엘레나의 감정선이" 이런 것을 언급할 거리 자체가 없습니다. 퍼즐도 없고 은신해야 클리어 가능한 곳도 없으며 중간 중간 진행되는 홀로그램이나 단말기 정보는 말 그대로 정보 수준입니다. 내러티브도 없어요. 심지어 게임이 가지고 있는 난이도의 기승전결 외엔 아무 것도 없습니다. 현세대 게임을 즐기는 일부유저에게 굉장한 불호가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둠 리부트가 노리고 있는 전투 구간 자체가 예상가능하고 전투양상이 반복됩니다. 그 양상에 대해 설명해볼께요.
둠 리부트라는 게임 안에 달랑 하나 들어있는 것은 "쏘고 달리고 점프한다"입니다. 중반부 이전까진 아 이곳에서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겠군 하면 벌어집니다. 몹들의 패턴은 의외로 단순하구요. 물량도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아 가만히 서서 조준하기도 하고 보는 족족 글로리킬로 킬하다보니 영 식상하기도 하구요. fps 게임 속에 터렛도 없고 탈 것도 없고 빌딩이 무너지는 연출도 없고 잠입요소도 없고 하다못해 중간보스도 없기에 아 역시 타격감 좋은 싱거운 둠이 되었구나, 라고 생각했죠.
중반부에 헬로 들어가면서 위와같은 플레이를 하다 보니 구간을 도저히 깰 수가 없더군요. 계속 달리고 피하고 도망쳤습니다. 안죽으려면 레이스를 해야하더군요. 레이스에 점프는 본능적으로 사용하게 되고 글로리킬로 탄약과 헬스를 효과적으로 얻는 법을 순간 순간 고민해야한다는 것을 알게됬죠. 헬나이트급 소환되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사망하는 전투 속에서 데몬들 유인하고, 점프로 뒤를 잡고, 우클릭 공격으로 뎀딜 노리고, 글로리킬과 체인쏘우 타이밍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데몬들과 떡치고 있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심지어 싱글 안에 퀘이크 부스터 발판을 박아놓은 구간이 있습니다. 공중에서 로켓으로 한데 모인 데몬들 터트리다 보니 제 입꼬리가 올라가더군요.
중반부터 컨트롤이 익숙해지고 레이스를 즐기게 되는 순간 둠 리부트가 위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게임의 싱글은 어느 순간부터 미쳐돌아간다고 말이죠. 둠 리부트의 싱글은 파괴적적인 제트분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게 안 재밌다면 손가락에 풍이 온 분이거나 아쉽게 멀미때문에 못하시는 분들이 아닐까 싶었던 거죠.
문제는 이 미치도록 즐거운 전투가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여긴가보다 하면 거기서 대규모 전투가 일어나고 혹시나 하면 레버넌트, 멘큐버스, 헬나이트, 바론오브헬 순으로 꼬박 꼬박 소환됩니다. 전 이 점이 완성도 있는 전투를 제대로 못 살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둠 리부트가 클래식의 공식을 따른다면 광활한 곳에 짱박혀 장풍만 날리는 바론오브헬이 있어야 했어요. 둠가이는 탄막게임처럼 구간을 지나치는 전투 말이죠. 또 좁은 복도에서 한껏 줄지어 있는 데몬들에게 체인건으로 갈며 나가는 전투도 있어야했어요. 그외에 클래식 가졌던 다양한 전투 스타일 말이죠. 그게 둠 리부트의 최대 단점입니다. 한가지 양상이 반복된다는 것 말이죠.
멀티는 싱글만큼 이해하려면 며칠 더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미니멀하지만 중독성이 있다입니다. 점령전이 특히 재밌고, 옛 향수를 일으키는 요소들이 많아요. 적의 등 뒤를 머신건으로 쏘면 땅땅땅 소리나던 퀘이크3가 오버랩되더군요. 물론 땅땅 소리는 안났습니다. 예상되는 것은 멀티의 소비가 빠를 것 같다는 점입니다. 5:5 인원 수와 미니멀한 맵, 고전적이고 식상한 게임 룰이 그것을 말해주죠.
만약 둠 멀티가 싱글의 본질을 가져왔다면 아주 좁은 수직, 또는 수평 공간 안에 플레이어들을 천장에 딸린 파이프를 통해 계속 공급해주고 방 중앙에는 고기를 가는 커다란 고기 분쇄기가 있어야했습니다.
장점: 열반이 이런 것이 아닐까 추측하게 만드는 무념의 싱글플레이. 전투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신세계 수준. 구간 전투가 끝나면 유저 얼굴에 피떡이 묻은 착각이 들게 함. 60프레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미려한 그래픽.
단점: 전투 외에는 내세울 요소가 텅 비어있음. 그 전투가 다소 반복적 양상을 보임. 내공이 없는 멀티플레이.
10점 만점에 12점 아니구 9.0 주고 싶은 게임입니다. 호전적인 하이퍼 fps의 놀라운 귀환이예요.
이런 잔인한 게임을 어떻게 해 했는데 주말에 엔딩을 봄... 한글화 패치나오면 진짜 천천히 즐기면서 해보고 싶네요
전투자체는 재밌긴한데 패턴이 너무 반복적인거 동감합니다. 좀 다양한 방식이었으면 좋겠는데 ㅎㅎ
작성주신 리뷰가 10점만점에 12점이네요. 올드유저 클래식둠 유저로서 200% 공감가는 리뷰네요. 10분하고 환불했다는 BJ는 도대체 먼지 조루도 아니고..ㅋ
둠을 좋아해서 더 그렇겠지만 정말 좋은 리뷰네요.
좁은 공간에서 머신건으로 학살하는 재미가 빠진건 극 공감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