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세계'는 시뮬레이션 바깥에 있는 센티널들이 데이터를 저장하는 아카이브입니다.
아틀라스가 실패했을때를 대비한 시뮬레이션 내 생명체들을 구하기 위한 장소입니다.
순수한 데이터로만 이루어져 있기에 시뮬레이션 내의 생명체들은 유리의 세계를 직접 보거나 만지거나 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유리의 세계'라고 불리는 이유는 아카이브로 복사된 그 시점 그대로 시간이 고정된 채 저장되기 때문입니다.
아틀라스의 하위 서브루틴인 에어론 세력(센티널)은 자기가 설계된대로 시뮬레이션 내의 모든 생명체를 스캔하여 아카이브로 이동시키고자 합니다.
컴퓨터가 갑자기 꺼지면 모든 것이 사라지고 손실되지만 하드디스크에 남아있는 건 멀쩡히 남아있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에어론이 생명체들을 아카이브로 옮기게 되면 아틀라스가 작동을 멈춰도 생명체들은 아카이브에 영원히 남게 됩니다.
물론 원본 그대로 옮겨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컴퓨터에서 파일을 '이동'시킬때 겉보기로는 원본이 이동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새 위치에 복사된 다음 원본이 사라지는 거죠.
센티널이 아카이브로 옮긴 생명체들도 사실 원본이 옮겨지는 게 아니라 원본이 소멸하고 사본이 아카이브에 남는 형식입니다.
센티널에게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 원본과 복사본은 똑같이 여겨집니다. 센티널은 개개인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 방법만이 모두를 구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내의 개개인들에게는 그냥 아틀라스가 작동을 멈췄을때 모두가 죽을 뿐이며, 센티널이 아카이브로 옮긴 존재들은 다른 존재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