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을 본 건 아니지만 유출 엔딩에 대한 불만감이 많길래 솔직히 불안불안 했었는데
실제 게임에서는 낯뜨거운 장면이 그렇게 많이 이어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네요.
음 전반적으로 스토리는 블리자드 역대 가장 극적이라고 할만한 본편과 다소 부족한 엔딩을 가졌던 거 같음.
사실 이건 트릴로지 이상급인 거대 프랜차이즈가 가져야할 숙명이긴 하죠. 타이틀의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할 것인가. 욕심을 부려서 뭔가 뜻깊고 충격적인 전개를 손보이고 싶은 제작팀도 있을테고 안전하게 지금까지 뿌린 것들의 결실을 거두는 게임사도 있을텐데 블쟈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게임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자유의 날개에서 쭉 예상할 수 있었던 그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아요. 아몬은 사악한 젤나가이고, 프로토스가 고생해서 아몬을 몰아내고, 뭐...케리건은 확실히 우주의 희망이 됩니다.(스타1의 악녀 케리건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절대로 달가운 이야긴 아니었어요.)
그래도 최근 많은 게암들이 보다 전환적인 국면을 보여주고자 막판에 요상한 샛길로 빠져서 게이머들을 뭥미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점에선 블쟈가 옳은 선택을 했다고 봅니다. 우선 스타2에 들어서 블쟈의 최고 강점은 이야기 모드에 있어요.
통속적인 이야기를 엄청 흥미롭고 독창적인 월드 안에 잘 녹여넣는다는 거죠. 자유의 날개 특유의 그 마카로니 웨스턴같은 분위기. 군단의 심장에서 보여줬던 독특한 저그들의 사고체계. 그리고 공허의 유산에서 원없이 폭발하는 영웅적인 순간들.
블리자드는 각 확장팩마다 이 이야기 모드-컷씬 연계를 통해 세계관 보여주는 것에 굉장히 주력해왔고 그게 공허의 유산에서 확실히 결실을 맺었어요. 공허의 유산은 미션을 클리어할 때마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배경 변화를 보여주고, 때로는 야심적인 디자인이나 제법 과감한 연출도 보여줍니다.
캐릭터들도 살아있어요. 아르타니스, 보라준, 로하나, 피닉스 등등...자유의 날개나 군단의 심장에 비해 더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들 모두 나름의 이야기와 의미, 그리고 비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점은 정말 높이 사고 싶네요. 심지어 엄청 빨리 리타이어하신 제라툴마저 스토리 내에서 기여하는 바가 확실합니다.
떡밥도 잘 회수했습니다. 솔직히 자날, 군심에서 자꾸 얘네가 디테일한 부분을 엉성하게 넘어가려는 기색을 보여서 불만스러웠는데, 그걸 공허에서 확실하게 언급해주고 넘어갑니다. 중추석의 의미와 작용, 프로토스의 신화와 실제 젤나가 역사의 차이, 칼라 라는 대규모 집단정신의 의미, 역사와 진보에 대한 관점 등등.
물론 무슨 플레인스케이프토먼트에서 나오듯이 철학적인 대사를 줄줄 읊으며 심오한 주제에 대해 고뇌하는 그런 수준은 결코 아닙니다만,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테마가 확고하고 그게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어를 탈환해야 한다는 주제의식은 게임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아요. 아몬은 캠페인 내내 주인공들을 절망으로 몰아넣구요.
이렇게 만족스러웠던 본편에 비해, 네. 에필로그는 실망스러웠던 게 사실이죠. 저같은 경우엔 이해는 가는데 납득이 안됐어요.(비문이긴 한데 이렇게밖에 표현이 안됨.)
케리건은 사실 스타1과 스타2에서 캐릭터성이...그러니까 스토리라이터들이 주목하는 캐릭터 정체성이 너무 심각하게 전환된 캐릭터에요. 스타1에서는 정말 엄청난 악녀였지만 스타2에서는, 자신의 자아에 대해 고민하는 휴머노이드 괴물에 가깝죠. 이런 모습이 사실 플레이어들에게는 새롭게 다가오기 보다는 짜증나고 가증스러워요. 어째서냐고요?
이 게임은 거의 10년 가까이 정체되어 있다가 다시 개발된 게임이거든요. 그 동안 유저들이 어린/젊은 시절 경험하고 교감했던 케리건이란 캐릭터는 악녀로 확고하게 잡혀 있었어요. 그걸 갑자기 바꾸려 하니 반발감이 드는 거죠.
하지만 만약 스타크래프트 라는 프랜차이즈를 스타1이 아닌 스타2로 처음 접한 사람들이라면 스타2 에필로그를 납득했을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솔직히 공허의 유산 덕분에 스타2라는 게임은 독자적으로 매듭이 잘 지어졌거든요. 매우 후련했어요. 최근 게임들은 어떻게든 후속작 떡밥을 남겨두려고 좀 찝찝한 결말을 추구하는 편인데 스타는 쿨하게 잘라 버려서 마음에 드네요.
뭐 어쨌든 좋았단 겁니다.
이 게임은 트릴로지 마지막으로써 바랄 수 있는 거의 모든 걸 가졌다고 생각해요.
자날부터 군심에 이르기까지 숱하게 써먹어왔던 기상천외한 트리거들을 모조리 끌고왔고 미션들은 하나하나마다 방대하기 그지 없으며 컷씬과 이야기 모드의 사물들은 매우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OST도 최고인데다 유닛 선택이 부드럽고 선택폭도 넓어요.(물론 쓰다보면 선호하는 유닛들로 고정되긴 하지요) 아둔의 창 업그레이드는 적어도 케리건 레벨 올리기보다는 훨씬 더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아직 멀티쪽은 못돌려봤는데 확실히 만족할만한 게임이 나온 거 같아요.
저하고 생각이 비슷하네요 케리건 케릭터가 바뀐거랑 분위기가 달라진건 앞에 두편에서 충분히 익숙해 졌고 이정도면 만족합니다
저도 지금 초반정도 플레이했는데... 게임이란 직접플레이하봐야 한다는걸 다시금 깨닫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와 소리만 하면서 몰입감있게 하고있음
그냥 무난한 엔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작시리즈인 만큼 너무 기대한 팬들에겐 많은 실망을 가질법 하다는 느낌은 들지만, 그래도 나름 깔끔하게 끝냈다고 보네요.
저하고 생각이 비슷하네요 케리건 케릭터가 바뀐거랑 분위기가 달라진건 앞에 두편에서 충분히 익숙해 졌고 이정도면 만족합니다
저도 방금 막 깼는데 멋진 시네마틱 영상을 원했건만 그게 정말 아쉽네요 스타크래프트는 결국 캐리컨이네요 스타1 골고루 3종족을 다루는 삼국지같은 그런 느낌이라면 스타2는 그냥 레이너와 캐리건에 드라마네요 감정이입하는데는 이게 좋지만
재미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