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던 1996년엔가 출시되었을 때 구입해서 만들어본 이후로 한동안 잊고 살았던 녀석이었거든요.
당시엔 피아트가 디자인이 예쁜 자동차들을 많이 내놓던 시절이라 디자인 공부를 하면서 눈에 밟히더라구요.
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조립도 쉽고 작업하는 것도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녀석이었다는 점
그리고 당시 가격이 2만원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역시나 다시 구입을 해보니까 많이 저렴했습니다 ㅎㅎ
당시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요트라든지 보트의 실루엣에서 가져 왔다는 말을 어렴풋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롱노우즈 숏데크 스타일, 2인승 로드스터, 실차도 정말 자그마한 귀욤귀욤한 녀석이더라구요^^
수강생이 그린 여러 그림 중에서 예쁘장한 이미지가 있어서 이거 데칼로 만들어 붙여보고 싶다고 물었더니
강사님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하길래 냉큼 자작데칼로 만들어 붙였습니다.
그리고 이왕 작업하는 거, 레이싱머신처럼 화려하게 스폰서데칼을 더 붙여서 멋지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녹색과 연두색 패턴을 마스킹해서 일일이 칠해가면서 화려한 녀석이 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이미지는 백색용지에 출력해서 일일이 머리카락 하나까지 칼로 잘라서 붙여줘야 했는데요
만약 그걸 해주지 않으면 주변으로 하얀 테두리가 남게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바짝 잘라서 붙여야 하더라구요...^^
자작데칼에 대해서 물어오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그냥 왠만하면 시중에서 파는 거 사서 붙이라고... 먼 산...
표면이 반듯반듯한 평판같은 부분이면 붙이기가 그리 어렵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본넷, 후드, 천정처럼 4면으로 휘어지거나 각진 부분에 붙이려면 정말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한쪽을 붙이면 다른 한쪽이 뜨고, 그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들고 일어 서는데... 와... 그걸 참을성있게 점착시켜야...
일반적인 데칼들도 붙이다가 찢어지고 늘어지는데, 자작데칼이라고 그러지 않겠슴까...?
몇번의 삽질을 반복해야 그나마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게 되는데, 그게 말이 쉽죠, 실상은... 나만 당할 순 없어...^^
자동차도 재미있는 게 초보자들은 여러 차종을 많이 만들어서 하나라도 더 많이 가져보고 싶어하고
좀 만든다는 분들은 엔진을 디테일업하고 문을 떼어내는 개조를 하는 테크닉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근데 말이죠... 막상 큰 행사에 전시를 해보면, 다 거기서 거기로 보이기 때문에 타 장르보다 눈길을 끌지도 못하고
그래서 한명이라도 더 붙잡고 이거저거 설명을 해주려고 할라치면, 주차장가면 보는 거 그다지 관심없어 하고
광택에 목숨걸고, 문짝 따주고, 엔진에 배선 하나 더 추가한 걸 사진으로 보여줄 순 있는데 맨눈으론 잘 보이지기 않고
자동차가 얼마나 재미있는가를 알려줄 방법이 없다고들 푸념하시는 분들이 적잖이 많습니다. 그쵸?
남들과 다르게 만들 수 있는 방법, 이것은 누가 봐도 내가 만들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그때부터 데칼을 직접 만들어 붙이게 되었거든요. 한 23년은 된 것 같아요.
일본에선 이걸 이타샤라고도 하고, 한때는 조립키트 시리즈로 엄청 판매되기도 했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은 실차를 이렇게 꾸며서 타고 다니시는 분들도 많아졌지만, 23년 전에 이렇게 만들면 별종 취급 당했죠 ㅎㅎ
차암 별별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만, 꾸준함을 이기는 건 그 무엇도 없더라구요. 이젠 자작데칼은 기본이 되었고요.
아... 슬슬 또 수업하러 가봐야겠습니다. 요즘은 저희 수강생들도 이렇게 만들고 싶어 하시거든요^^
튜닝타임즈강좌 ( https://m.cafe.naver.com/tuningtimes/7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