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맞이 대청소를 하던 지난 2월 말, 제 눈에 띈 것이 있었습니다. 20년도 더 된 낡은 돌덩이였지요. 현재의 집에 이사오고, 아버지께선 기대감이 크셨는지 요리조리 인테리어를 하다가 손이 많이 가니.귀찮아서 봉인이 된 물건이었습니다. 안 쓴지도 거의 15년 정도 됐으니 제맘대로 쓰기로 하고 적당한 물건을 물색하던 중, 김장하고 남은 고무대야가 보이더군요. 고무대야에 고급 석재? 그게 무슨 조화야 ㅋㅋㅋㅋㅋㅋ
그리하여 주변에 남는 재료를 싹싹모아 임시로 꾸며봅니다.
일단 설치는 했는데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스위치 on!!!!
오!! 움직인다!! 일단 움직이는걸 확인했으니 제대로 준비해야죠. 일단 20년이나 묵은 저 돌덩이에 어떤 독소가 묻어있을지 모르니 물을 가득 채운채로 2일을.보냅니다. 그리고 나서 물을 전부 버린 후, 다시 1주일을 보냅니다.
그리고 나서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 이상 인위적인 조형물을 추가하기 싫으니 여과환경을 조성해 줘야 하고, 여과 후에 생성될 질소오염물의 처리도 생각하고 고민하다 나온 결과물이 이 것
집 안에 굴러다니는 여과재를 싹싹 긁어모아 전부 바닥재로 때려박아 여과력을 높입니다. 그리고 여과하며 뿜어져 나올 질소 오염물을 제거하기 위해 각종 수초와 이끼를 박박 긁어 모아 때려박습니다. 그 결과
(장비를 정지합니다. 정지 되었습니다.)
각종 수초와 이끼가 물구멍을 막아 돌이 멈춰 버렸습니다. 그래서 자잘한 이끼와 수초는 건져내고 물구멍에 거름망을 추가해줍니다. 그리고 수질상태를 체크해 줄 램프아이 특공대를 특파합니다.
그리고 며칠 지켜본 결과, 특공대가 구조요청을 보냅니다. 뭔가 잘못 되었음을 감지하고 수질을 기계의 힘으로 측정해본 결과 tds300!! 이라는 어마어마한 불순도를 보여줍니다. 채워준 원수의 tds가 80인걸 감안하면 나머지 220이 다 오염물입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오염물을 퍼먹는 괴물을 데려옵니다. 그러고나니 이제야 tds가 120이라는 아주 이상적인 수치를 유지하네요. 이제 특공대가 빠진 자리에 제가 선별한 구피를 집어 넣기로합니다. 하지만 날씨가 아집 쌀쌀하니 히터를 추가하여
(제가 자랑하는 질소퍼먹는 괴물 애플민트입니다. 모히또를 가지 않아도 몰디브 한 잔 가능합니다.)
시원하게 돌아가는 부티나는 돌덩이가 있는 빈티나는 어항의 완성입니다.. 물이 녹색빛인건 바닥에 흩뿌려 놓은 바닥재에 무사히 이끼가 번식하고 있다는 증거니 생물이 살기 좋은 상태라는 뜻이죠. 아직은 환경이 낯선지 구피들이 뒤에서 무리지어 눈치만 봅니다만, 사료를 흩뿌려주면 쪼르르 달려옵니다. 익숙해지면 사료주는 사람 얼굴만 봐도 달려듭니다. 원래는 잉어를 키울까 하였으나 길고양이들의 먹이가 될 것이 뻔하여 잡기 힘든 구피로 결정하였습니다. 본 어항의 해결 되지 않은 문제가 용존산소량이 미미하단 것이 있지만, 이걸 해결하려면 인공 조형물이 추가되어야 하니 과감히 포기하고, 레버린스기관으로 호흡, 쉽게 말하자면 폐호흡이 가능한 구피를 집어 넣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아직 운영 초기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어항입니다. 겨물이 오면 물이 얼어 운영이 불가능해, 모두 실내 어항으로 대피하겠지만, 운영하는 동안 집에 방문해주시는 택배기사님들, 배달원 분들의 소소한 힐링처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ps. 오탈자는 꼭 찾을 땐 안나오다가 글을 등록하고 나면 갑자기 보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