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도던가 1988년도던가,
보물섬에서 어린이회관 수영장 무료입장권을 부록으로 끼워 주던 그런 시기에,
하늘이 아주 맑고 햇살이 따가웠던 걸로 기억되는 어느 여름 날에,
부모님과 함께 어린이 대공원에 놀러 갔었더랍니다.
공원 내의 기념품 매장이었던지 공원 입구 밖의 노점상이었던지 기억이 좀 애매하긴 합니다만,
여하간 둘리와 까치 음반 테이프를 팔고 있길래 아빠 이거 사줘를 시전했고,
그렇게 손에 들어온 테이프에 수록된 노래들을 듣고 따라 부르고 하면서 전곡을 다 외우고 다녔더랍니다.
그 물건이 바로 이 물건.... 은 아니고요,
어린 놈이 물건을 뭐 그리 소중히 다뤘겠습니까.
그 때 사들고 온 앨범은 아이가 나이도 먹고 이사도 다니고 하면서 존재가 소실되었고,
한참이 지나 궁상맞게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싶어지는 그런 나이가 되었을 때 동네 음반 가게에서 발견하고 집어들고 온 것이, 이 물건입니다.
진열대에서 집어 들고 계산하려고 하니 음반가게 사장님 말씀하시길 "소품으로 쓰시려구요?"
대답했습니다. "네, 20년 후에 루리웹에 올리려구요."
그렇게 20년이 흘러 오늘이 왔습니다. (믿거)
사진 속의 물건은 라벨지가 속지 형태로 되어 있지만, 초판본은 종이로 된 아웃케이스에 한 번 더 싸여 있었습니다.
어쨌든 어릴 적에 샀던 초판본은 안타깝게 유실되어 이젠 찾을 수도 없지만
다행히 재판본이나마 (아마 세 번째 판본? ) 확보한 것이 천운이라고 할지 인연이라고 할지...
간혹가다 비누방울도 흥얼거려 보고, 형아 가지 마도 흥얼거려 보고, 소년찬가도 흥얼거려 보고, 그리운 누나도 흥얼거려 보고 그러고 있습니다.
OST 앨범...이라기보다 보컬 앨범이라 하는 쪽이 맞을 거 같긴 합니다만 그런 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1면에는 둘리의 보컬곡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전 '별을 처다보며'를 자주 흥얼거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하시는 대로 '라면과 구공탄' 은 없습니다... (눈물이...)
2면은 까치에 나오는 보컬곡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노래들의 인지도가 둘리에 밀리는 감이 있어서 그렇지 이쪽 노래들도 상당히 좋습니다.
떠돌이 까치(A)는 다들 아시듯이 떠까 주제곡이고,
그리운 누나는 어린 마음을 눈물에 젖게 만드는 감성 충만한 곡이고,
소년 찬가는 나가서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이라도 몇 바퀴 돌고 싶어지게 만들고,
까치의 날개는 이유는 모르겠는데 계속 귓가와 입안에서 맴돌고,
까순이 테마는 머릿 속에 애니메이션의 장면 장면이 떠오르게 만들고,
까치 행진곡은 배에 힘을 딱 딱 주면서 가사를 내뱉게 만들고,
떠돌이 까지(B)는 '오늘도 어디론가 떠나가지만---' 구절에서는 괜히 혼자 가슴 벅차 하늘을 올려다 보고...
뭐야.
쓰고 나니까 뭐 이리 아재 냄새가 진동을 해.
내 여서일고여덟아홉살 돌려줘요.
** 어이쿠. 이게 다 뭐라고 오른쪽으로 갔네요. 이번 달 가문의 영광으로 삼겠습니다.
그 시절 추억 함께해요. 둘리 https://www.youtube.com/watch?v=6_O5gHgxJ0Y&t=2073s 까치 https://www.youtube.com/watch?v=SXolYnL1JQ8&t=1s 하니 https://www.youtube.com/watch?v=nNiaZkqQpKk&t=66s
저도 다 버리고 잃어 버리고 했는데, 어렸을 때 주제가 테이프 말고, 로보트 태권V , 똘이장군 테이프 등등이 있었습니다. ㅠㅠ
어릴 때 가지고 있던 것들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면 좋을텐데 아쉽죠.
이거 가지고 있었는데 여기서 보네요, 잘 봤습니다.
초기 발매본이 아쉬워지는 순간입니다. ㅎ...
동아기획에서 나왔다는 게 신선하네요.
이 동아기획이 그 동아기획인가요. 허어....
동아기획 특유의 디자인이 추억 돋습니다.ㅎㅎ
뭔가 정리되고 심플한게 좋았죠 ㅎㅎ
레이아웃이 똑같네욬ㅋㅋㅋㅋ
80년대말, 90년대 초의 KBS는 애니메이션이란 매체에 상당한 공을 들였던 거 같습니다. 작화의 질이나 연출력도 준수했고, 둘리엔 김도향, 슈퍼보드엔 김수철, 달려라 하니엔 이선희, 원더키디엔 소방차 등등.. 당대의 내노라 하는 뮤지션들을 참여시켰죠. 90년대 중반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이 봇물 터지듯 유입된 이후, 열화된 번안곡이나 동요 수준의 창작곡들이 난립하면서 국내 애니송의 잠재력이 후퇴해버린 인상을 지울 수가 없네요.. 라젠카라는 역대급 성과가 있었지만, 정작 애니메이션이 전혀 받쳐주질 못해서..
지금 생각하면 예상외로 그 시절에 오히려 신경을 써서 앨범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라젠카는 신해철 혼자 때빼고 광내고 승천시킨 앨범이었고... ... 마왕 그립네요.
초판인지 재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같은거 가지고있었습니다. 인터넷 보다보니 리마스터링? CD로 복원하신분도 계시더라고요
네. 그런 능력자 분도 계시더라구요. 무능력자인 전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걸로 만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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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품꾸러미
내용물은 아마 맞을겁니다. 동년배시군요.
마이콜 노래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래도 명곡들이 많네요 ㅎㅎ
네. 마이콜 노래도 없고 이제 성우분도 없고...
그 시절 추억 함께해요. 둘리 https://www.youtube.com/watch?v=6_O5gHgxJ0Y&t=2073s 까치 https://www.youtube.com/watch?v=SXolYnL1JQ8&t=1s 하니 https://www.youtube.com/watch?v=nNiaZkqQpKk&t=66s
퇴근하고 집에 오면 노동요처럼 틀어놓곤 합니다 ㅋ
레어 ,.;
돌이켜 보면 어린시절 잃어버렸던 많은 것들이 레어 아이템이 되었지 싶습니다.
그러하죠 ,.;
옛날거라 가독성이...
저런 스타일이 기본이었던 것 같습니다.
형아 가지마 저 노래 생각이 날듯 말듯....
희동이의 절절한 보컬이..
저 이 테잎 어릴적에 어머니 따라서 공무원 공제 매장? 암튼 뭐 그런 곳에서 샀던 테잎인데 꼬꼬마 시절에 많이 들었던거라 가끔 생각도 나서 찾아보려고 검색 해보고 했었는데 와 너무 반갑고 뭔가 찡하네요 추억 떠올리게 해주신 글. 감사합니다. :)
다시 정식 CD 앨범으로라도 발매해 줬으면 좋겠어요. 희망사항 같지만 ㅠㅠ
까치 노래는 들으면 딱 그시절 무슨 응원가 같은 느낌이 드는.. 둘리 노래는 마이콜이 납치되서 서커스 앵벌이 할떄 둘리 무리들이 집앞에서 마이콜 기달릴때 나오는 노래가 좋던데..제목은 모르것네요.ㅋ
찾아보니 "마이콜은 어디에" 라는 제목이라는 거 같습니다. 마이콜이 보이지 않네 어디 갔을까 아아 싱겁게 키만 큰 나의 친구야~
어릴적에 '형아 가지마' 노래를 듣고 정말로 울어버린 기억이 떠오르네요. 떠돌이 까치 노래는 오랜만에 들으니 어릴적에 들었을때보다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은데, 마침 KBS의 옛날TV 유튜브 채널에도 까치 애니가 공식으로 올라와있으니 기회있으면 정주행 해볼 생각입니다.
풀영상이 올라와 있더라구요. 사이버 탑골공원은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있다....
가사만 봐도 바로 뇌 속에서 재생되는 음악들. 국딩 때 추억이 세록세록 솓아 오르네요. 어린이날 TV 앞에서 너무 재미있게 보던 저와 동생을 보시던 지금은 기억속에만 존재하시는 아버지깨서 그게 그렇게 재밌나며 불어보시곤 하셨는데요. 옛 생각에 잠시 잠기고 다시 업무 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퇴근 후에 마실 술 한 잔. 좋은 아버님에 대한 기억에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크으~ 둘리 1기 OST라서 2기 음악은 수록이 안되었나봅니다. ㅠㅠ 오세홍 성우님 그립[읍]니다~ ㅠㅠ
작품 내 삽입곡과 OST 전체적으로 다 정리된 앨범이 나오면 좋겠지만... 夢中之夢....(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