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남긴 글입니다.
한 해가 지나 다시 콩국수의 계절이 왔다. 작년 날이 더워질 즈음 무렵 한국 마트에서 갈린 콩가루를 사다 만들어 먹은 것으로 시작하여, 이것이 성에 차지 않아 직접 콩을 갈아 콩국물을 낼 수 있게 된 이후 콩국수를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콩국수에는 아주 상큼한 세종 (Saison)이나 사워 (Sour) 맥주들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새로운 발견을 하면서, '역시 여름엔 콩국수에 사워지!' 라는 우리 집만의 고상스럽게 얘기하면 마리아주, 요즘 말로는 꿀조합, 혹은 국룰이 생겼다.
춥고 어두운 2, 3월이 지나고 4월 중순까지도 일주일 내내 비가 오더니 이제서야 'LA의 여름 날씨가 이렇게 아름다웠지', 하는 기억을 되살려주는 날씨가 찾아왔다. 아주 오래간만에 구름 하나 없는 푸르디푸른 하늘, 뜨거운 햇빛에 바삭하게 데워진 공기의 냄새를 맡으며 반팔, 반바지 차림을 할 수 있음이 너무나 반가웠다. COVID-19로 여전히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긴장감과 그 이상으로 아주 명확한 갑갑함을 잠시나마 뒤에 두고, 이 뜨거운 날씨는 역설적이게도 시원한 자유를 느끼게 해 주었다. 아내와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역시 콩국수에는 사워지!' 하고 외쳤다.
아내가 모처럼 콩을 불려 비타믹스에 갈아내었다. '위이잉' 하는 모터의 센 소리가 반가웠다. 나는 뜨거운 햇빛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사워 맥주들을 사러 갔다. 오랜만에 만나는 맥주집 사장님에게 안부를 물으니, '여전히 불안하고 이상한 기분이지만 내가 건강하고 네가 건강해서 다행이다'라고 마스크 너머 답해주었다. 그렇다. 우리는 여전히 건강하다.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돌아오니 아내가 깜짝 서프라이즈를 공개했다. 왠 몽글몽글 흔들리는 갈색 젤, 도토리묵이 눈 앞에 있었다. 얼마 전 도토리 가루를 사더니 내가 일찍 자러 간 지난밤 그것을 쑤어 굳혀낸 것이었다. 콩국수에 도토리묵이라니.
갑갑한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 우리가 LA에 머물며 얻게 된 얼마 되지 않는 소중한 인연, 같이 캠핑도 하고 클라이밍도 하고 음식도 나눠먹게 된 가까운 지인도 한동안 이 쿼런틴에 지쳤을 테다. 그도 한동안 집에서만 버티다가 특별한 날씨를 맞아 우리와 함께 특별한 식사에 함께해 주었다.
오래간만에 먹는 콩국물의 고소함, 그와 어우러지는 매끄러운 소면. 이것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날씨를 얼마나 기다렸는가. 여전히 많이 불안한 세상에 자그맣지만 우리에겐 중요한 평온함을 가져다주었다. 오래간만에 먹은 새콤한 사워는 역시나 콩국물의 고소함과 잘 어울렸다. 입안 한가득 퍼지는 라즈베리의 향, 그리고 뒤로 느껴지는 쌉쌀한 자몽의 향.
살면서 먹어본 도토리 묵 중 가장 맛있었다. 세상에,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은 다 그렇기는 하지만 도토리의 고소함이 한껏 느껴졌다. 직접 도토리 가루를 갈아낼 수 있으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
풍요롭게 먹고 나서 나는 설거지를 시작한다. 요리라는 과정에서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설거지 정도이다. 싱크대의 물소리를 뒤로 두 사람이 베란다에서 아내의 티라미수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그들이 할 이야기가 많았을 것이다. 설거지가 끝난 후 나도 아내가 준비해 준 달콤한 티라미수를 맥주와 함께 먹는다. 창밖, 그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자몽 색 오후의 빛이 왠지 나에게 위로가 된다. 우리 모두가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기를.
콩국수에 설탕도 넣어서 먹는군요, 몰랐습니다. 저희는 소금 넣어서 먹습니다.
콩국수맛도 맛이지만 김치가 맛있어야
캬.. 슬슬 안 먹고는 못 버티는 시기가 오고야 말았네요. 아휴 그냥 한그릇 쨥쨥 후루룩 아주 캬....
더워지는 날이 반갑습니다.
음식도, 글에서 느껴지는 감성도, 언제나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집 앞에 무지 유명한 콩국수집이 있는데, 슬슬 가봐야겠네요 :)
말씀 고맙습니다! 그럴 날씨가 찾아왔네요.
그래서 설탕입니까? 소금입니까?
콩국수에 설탕도 넣어서 먹는군요, 몰랐습니다. 저희는 소금 넣어서 먹습니다.
전라도쪽은 설탕을 탁자에 기본으로 배치해주길래(배달할 때에도 따로 담아줍니다) 예전엔 다른곳도 그런줄 알았는데 전혀 안그렇다는거 알고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전 서울사람이지만 설탕넣어서 먹습니다. 소금은 아주 가끔 넣어서 먹고요.
소금이 국룰이죠 설탕은 이단이야!
집에서 소금만 넣어서 먹을때는 못먹었는데 우연히 설탕을 넣어서 먹는순간 신세계가 열렸음... 그후로 여름엔 콩국수매니아가 됨 ㅋ
저도 광주쪽이라 당연히 설탕이 기본인줄 알고 놀람. 하지만 광주에서도 유명한 콩국수 집은 소금도 약간 넣어서 파는걸로 알고있습니다. 소금을 넣는쪽이 고소한 맛이 더 나긴 하더라고요.
여수사람이라 당연히 설탕이 기본 베이스인줄 알고 살아왔는데, 5년 전쯤인가 제주도 놀러가서 콩국수 먹을때 설탕 따로 주문하니, 전라도에서 오셨나요? 하고 물어보더라구요. 예전 식샤를합시다 드라마에서도 이 주제로 짤막하게 나오기도 했죠.
크~ 이거보니 콩국수 국물이 너무 땡기네요~
저도 또 구수한 국물이 먹고 싶네요.
"살면서 먹어본 도토리 묵 중 가장 맛있었다."-made by Wife 제품중에 세상서 젤 않 맛있는게 있으려구요? 묵 별로 않 좋아하는 제가 봐도 침이 꿀떡 넘어갑니다... 오늘도 글 잘 봤습니다~
아내가 아내가 아니었어도 이 사람의 음식을 맛있게 먹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아내라는 부분에 분명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는 합니다.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콩 알러지만 아니면 ㅠ
아이고 안타깝습니다 ㅠㅠ
오늘 낮에 무지하게 더웠는데 콩국수가 생각나던데....
저희도 날이 더울 때마다 생각이 납니다
콩국수맛도 맛이지만 김치가 맛있어야
정말 그렇습니다! 김치를 얼마나 많이 먹게 되는지...
어우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콩국물 사다가 콩국수 엄청 해먹었던 기억나네요 ㅎㅎ 올해 여름에도 그만큼 많이 사먹겠네요.
콩국수 때문에라도 여름이 반갑습니다
오늘 같은 날 딱이네요.
그렇습니다!
콩까지마
콩까지마
드디어 콩국수의 계절이 왔네요
정말 그렇습니다
저도 콩국수엔 무조건 설탕을 큼직하게 한 숟가락 넣고 섞어 먹습니다... 약간의 달달한 맛의 콩국수는 정말 진리죠 진리~~!!!
이 다음에 설탕을 넣어 보아야곘습니다!
엄청 진하고 맛있어 보이네요
콩국수 너무 좋아하는데, 요즘 오뚜기 콩국수 라면이 단종 됬는지 안보이더군요. 간편하게 해먹기 딱 좋았는데...
보기에는 정말 맛있어 보이는데 콩국수를 못먹는 ㅠㅠ
여름에 콩국물 좋죠 ㅋㅋㅋ 국물이 엄청 진하게 보이네요 개인적으로 국수 보다는 우뭇가사리 넣는걸 좋아합니다 ㅋㅋㅋ
이거 맛있어요. 얼음 동동해서 깨랑 오이 넣어서 우뭇가사리랑 호로로로록
콩국수는 설탕 소금 둘다 잘어울리더군요 :)
콩비린내가 싫어서 안먹는;;
뜨신 콩국에는 갈색설탕이고 콩국수에 오이넣고 그렇게 해주시면 소금이고 콩국순데 콩물 먹어보고 단맛 나는곳이면 설탕 넣고 그렇게 먹어용 면삶아서 베지밀에 타묵는게 진리
LA가 아니고 줄서서 먹는 맛집 포스가 느껴집니다 어릴땐 소금소태(?)를 만들어도 맛없던 콩국수가 이젠 찾아서 먹게 되는걸 보니 나이가 들었나 보네요 ㅠㅠ 아무쪼록 코로나 조심하세요
콩국수 좋아 하는데.. 소면 주는데는 안갑니다. 소면 너무 맛이 없어요..
집에서 급하게 콩국수 땡길 때를 대비해서 복만네 콩국수 가루 2봉지 준비해뒀음. 이걸로도 부족하겠지만..
글과 사진을 보니, 영화나 드라마로 상상되면서 가슴이 짠하면서 감동이 밀려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