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미국 유학 당시, 여행용 양념키트를 사서 잘 써먹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양 음식 위주의 트래블킷이었던지라 향신료 선정에서 좀 아쉬운 부분도 있었고, 무엇보다 요리 한 번 하면 다 써버리는 수준의 소량이었던지라 나만의 트래블킷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었죠.
그런데 소형 유리병도 그렇고, 보관함도 그렇고 마음에 드는 게 별로 없더라구요. 간혹 가다 마음에 드는 건 너무 비싸고...
그러던 차에 도서관에서 '우리 도서관 기념품으로 뭘 만들까'라는 회의를 하다가 이때다 싶어서
"남들 다 하는 에코백이나 수첩 말고, 우리는 식문화 도서관이니까 향신료 키트를 만듭시다!"라고 난리를 쳐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심을 담아 개인용 키트도 만들었지요.
물론 도서관 예산으로 만든 건 아니고, 주문 넣으면서 제 돈으로 추가 주문을 넣은 겁니다.
스테인레스 컨테이너나 소형 공병은 혼자서 주문하려고 하면 가격이 엄청 쎈데 도서관에서 대량 주문할 때 끼어서 주문하면 거의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거든요 ㅎㅎ
허브 트래블킷. 로즈마리, 파슬리, 바질, 타임을 넣었습니다.
로즈마리는 육류 요리할 때 많이 사용되지요. 전 개인적으로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여행 가서 꿀에 이거 조금 넣고 끓여서 꿀차 만들어 마시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집어넣었습니다.
파슬리는 뭐, 대충 아무데나 다 집어넣어도 은근 어울립니다. 버터와 잘 어울려서 버터간장밥 먹을 때 조금 뿌려도 맛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뭔가 요리를 했는데 '허브를 넣었음!'이라고 강조하고 싶을 땐 만만하게 파슬리지요.
바질은 토마토 들어가는 요리엔 무조건! 토마토 케첩 쓸 때도 바질 넣으면 맛있어집니다. 토마토 스파게티의 단짝.
타임은 생선요리에 주로 뿌립니다. 연어 구울 때 솔솔. 저는 고기 요리에도 로즈마리 대신 많이 씁니다.
소금 키트. 사실 트래블킷이라기보다는 샘플러라고 보는 편이 좋겠지만요.
국산 천일염, 트러플 솔트, 히말라야 핑크 솔트, 플뢰르 드 셀 이렇게 네 종류의 소금이 들어있습니다.
트러플 솔트는 이탈리아산 중에서 그나마 트러플 함량이 높은 걸로 채웠습니다. 파스타나 수프에 넣어 먹기 좋습니다.
히말라야 핑크 솔트는 핑크핑크한게 뭘 찍어먹는 소금으로 쓸 때 좋구요.
플뢰르 드 셀은 유명한 프랑스 게랑드 소금 중에서도 염전 위에 뜨는 소금꽃만 걷어서 만든 소금입니다. 요리 다 만들고 맨 마지막에 장식처럼 뿌려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빵에 녹인 버터 한 번 발라서 위에 살짝 뿌려주면 좋지요.
천일염은 뭐, 어디에나 다 쓸 수 있는 소금이죠 ㅎㅎ. 우리나라도 소금 퀄리티 좋아요.
향신료 키트. 예전에 사용하던 트래블킷의 가장 큰 불만이 향신료 부분이었는데 (내가 텍사스 바베큐 스파이스를 쓰면 얼마나 쓴다고...)
이번 기회에 입맛에 맞게 '캠핑 가면 얘네들 있으면 좋겠다' 싶은 라인업으로 채웠습니다.
소금은 소금킷에 충분히 있으니 후추 한 병.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큰 일은 안 나기 때문에 항상 잊어버리기 십상인 (그렇다고 현지 마트에서 굳이 구입할 생각은 안 드는) 마늘 대신 마늘분 한 병.
비린내 잡는데 직빵인 생강분 한 병. 그리고 비상시에 풍미를 더해줄 커리 파우더 한 병.
커리 파우더는 카레라이스 만드는 용도로 쓴다면 1~2인분 정도밖에 안 나올 분량이라 실제로는 다른 요리 만들면서 향신료 뿌리는 개념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투명 라벨지에 인쇄해서 뚜껑에 붙이고, 조금 남는 공간에는 선물 포장할 때 사용하는 스터핑도 꽉꽉 채워줍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트래블킷 삼종 세트! 마참내! 즐겁다!
뭐랄까 아이스크림 기계 구입한 이후로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충만함입니다.
근데 만들다보니 두 세트씩 만들어 버려서리 새해 선물삼아 나눔 들어갑니다 ㅋㅋ
비밀댓글로 신청을 받아야하는지라 제 블로그 포스팅(https://blog.naver.com/40075km/223309866090)에서 댓글 달아주시면 됩니다.
각 세트당 한 명씩 총 세 분에게 추첨을 통해 드립니다. 배송비도 제가 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극 집돌이라 어디 나갈 일은 없지만 왠지 하나 갖고 싶은 구성이네요.
호오 뭔가 신기한 무언가네요. 될리는 없겠지만 ? 신기한 마음에 블로그 가서 댓글 남기고 왔습니다!
보기만 해도 낭만이 넘치네요 ㅋㅋㅋㅋㅋ 상상만 하던 일을 실제로 이뤄서 기쁘실것 같아요 요리가 하고싶을때 옛날 블로그글로 대리만족 많이 하는데 허브 탐나네요 ㅋㅋㅋ
양념통이 귀엽군요. 저도 가지고 싶습니다.
저는 소금 후추만 챙겨서 다니는데 저렇게 세트로 있으면 캠핑 요리할 때 좋긴하겠네요.
무난하지만 있으면 너무 좋을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