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극의 분위기는 참신하고 맛에 깊이가 잇음.
그 자체가 되게 참신하다기보다는 이런 지독하게 쓰디쓴 블랙커피같은 분위기의 드라마가 캬라멜 마끼아또 같은 취향이 집중된 공중파 주말 시간대에 방송된다고?에 해당하는 참신함이고
이 바닥 고인물 한석규의 연기는 그런 블랙커피같은 분위기를 기가막히게 잘 살림. 바로 그래서 2화까지만 봐도 고카페인 커피 두 잔을 연속으로 마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지만..;
근데 '척 보기만 해도 훤한 베테랑 천재 프로파일러'라는 캐릭터를 감정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 놓고 굴린다는 모양새 자체가 보면서 지속적으로 몰입이 깨지게 만듬.
프로파일러 팀을 주역으로 삼았던 크리미널 마인드를 빗대서 보자면,
크리미널 마인드가 사건이 터져서 팀원들이 저마다 사건을 보고 의견을 내고 조율을 하고 현지 경찰과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서 사건을 하나 해결한다~라는 느낌이라면
이친배는 일단 2화까지는 사건이 터져서 주인공은 본청 올라가기 직전에 이거 하나 해결하고 간다고 나섰으면서도 막상 현장 뛰는 경찰들과 전혀 협력하지 않고 서장 외에는 대놓고 무시하면서 동료들이 여기저기서 모으는 단서를 '추리게임의 npc가 치는 대사에서 단서 수집하는 느낌으로' 줍줍하고는 정작 들이댈 때는 혼자 비집고 들어가서 좌충우돌함.
그런 끔찍한 방식으로 일을 하면서도 번득이는 통찰력을 곧잘 발휘하긴 하지만, 결과를 내놓는걸 보면 어차피 발로 뛰는 형사들하고 비슷하게 진도가 나가는데다가 범인을 추격하는 일처리는 그런 형사들보다 오히려 못함. 크리미널 마인드 같은 범죄수사물에서 주인공팀이 현장 경찰들과 협력하면서도 행동분석의 예리함을 알기 쉽게 드러내준 것을 완전히 뒤집어버린 꼴임. 주인공은 동료들과 협력하지도 않는데 동료들보다 뛰어난 점을 드러내지도 못함.
상식적으로 경찰이 범인을 쫓는다고 하면 혼자 들이댈게 아니라 팀이 역할을 분배해서 필요하다면 지원까지 요청해서 철저하게 도주경로를 봉쇄하는게 기본이고, 이건 잘 팔리는 경찰영화의 오프닝 클리셰이기도 함. 거기에 유머를 잘 녹인게 극한직업이나 베테랑 같은 거고, 그런 데서 등장하는 경찰들은 천재 프로파일러같은 점쟁이에 가까운 추리력을 발휘하진 않지만 적어도 범인이 있고 그걸 잡아야 한다는걸 알면 그 안에서 최대한 머리를 굴려서 꼴이 좀 우스꽝스럽게 되더라도 잡긴 잡음.
근데 주인공은 자기 나이 반토막 언저리인 어린 놈을 혼자서 차로 미행하다가 들켜서 놓침.
이건 도저히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천재 프로파일러라는 타이틀에 아다리가 맞질 않는 무능함인데, 문제는 이게 개연성 없는 무능함은 또 아니라는 데에 있음. 주인공은 딸이 관련되었다는 것 하나 때문에 자기 타이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들을 하면서도 서정적인 배경음이 깔리면서 '나는 모르겠다'는 말을 1화에서도 하고 2화에서도 함.
이건 이 드라마가 의도적으로 핵심을 삼은 괴리인데, 이 괴리가 뛰어난 행동분석 수사관이라는 주인공의 캐릭터를 지나치게 뭉게버리니까 주인공이 그냥 허명만 잔뜩 높고 주변인이랑 더럽게 화합 못하는 주제에 수사결과내는 것조차도 딱히 뛰어나지도 않은 지독하게 비호감인 경찰이 되버렷음.
그러니 '캐릭터가 좀 나사빠져도 능력은 확실한 프로파일러 수사물'에 익숙하던 사람들은 오히려 바로 그래서 이 드라마가 '프로파일러가 주인공인데도' 애매한 느낌으로 보게 되기 쉬운 거 같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캐릭터가 성격이 더럽긴 하지만 나사가 빠진 사람은 아니거든...근데 드라마 전개상 다루는 사건 때문에 유능함이 발휘되기는 커녕 남의 발품 판 정보로 똥볼을 차고 다니고 있으니;
이래서 딸을 의심해야 하는 수사관의 감정선에 집중한다는게 '천재형 프로파일러'라는 캐릭터하고 애초에 좀 안맞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지속적으로 들었음. 주인공이 차라리 서도철 같은 느낌의 형사였다면 좀 더 몰입이 되지 않았을까.. 싶음. 처음부터 그렇게 머리가 뛰어나지 않은 사람이 뭔가 하나하나 따져보다보니 어? 어? 하면서 제일 의심하기 싫었던 사람을 결국 의심하게 된다면 두근두근하면서 따라갈건데, 머리가 뛰어나다는 사람이 한번 증거 다 잡은 것처럼 들이댔다가-모르겠다. 또 증거랑 정황 다 나온 것처럼 들이댔다가-모르겠다 이래버리니 원;;
머리나 기지로 빠바밧 해결해야 할 사건인데 설정으로는 머리가 뛰어난 프로파일러가 자기 딸이라서 감정에 가로막혀서 가스실 같은 공기의 집에서 고뇌하고 있는걸 보면 그 분위기의 맛은 분명 진하지만, 다 보고 나면 기운이 쪽 빠질 수밖에 없는 거 같음.
애초에 지향점 자체가 자로 재서 한 판에 사이다 팍 터뜨리는 유형의 프로파일러 수사물이 아니고 감정에 휩싸인 고뇌의 수사관을 다루는 드라마이니만큼 '못만든 수사물'이라기보다는 '잘만든 스릴러 드라마'라고 봐야겠지만
보통 잘 만든 드라마라면 짧으면 아쉽다고 할 건데 이친배는 이런 페이스면 10화 다 보기도 벅차겟다 싶은 느낌이다...
일주일에 두편씩 나오고 있던데 난 일주일에 한편 정도 보는게 적당하겟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