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방송
회사에서 일을 끝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웹 서핑을 하며 잠이 올 때까지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뉴스, 유머, 괴담 등등 여러 종류의 글이 올라오는 웹사이트에서 평소처럼 마우스를 놀렸다. 재미있는 글도 있었고 유치한 글도 있었다. 그러던 중 ‘괴담’ 이라는 카테고리를 단 한 게시글이 눈에 띄었다. ‘기분 나쁜 블로그 혹은 개인방송’라는 제목으로 문제의 블로그나 개인방송으로 갈 수 있는 링크와 각각의 설명이 간단하게 적혀있었다. 국가의 비밀부서에 의해 뇌에 칩이 심어져 뇌파공격을 당한다는 블로그, 모든 게시글이 유니코드로 적혀진 알 수 없는 글로 가득 찬 블로그, 개인 방송으로 경찰들이 자신을 언제 어디서나 감시한다며 방송을 킨 채 자신을 24시간 촬영하는 방송 등 보고 있으면 기분 나빠지는 글로만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우며 소름 끼쳤던 것은 가장 마지막에 링크 되어있던 개인 방송인 ‘살인방송’ 이였다.
살인방송이란 링크를 들어가 보았던 것은 책상에 앉은 사람의 모습을 찍는 방송 이였다. 제목처럼 살인방송이라기에 스너프 비디오 같은 방송일 줄 알았지만 책상에 앉은 사람이 노트에 사람의 이름을 적고 그 사람이 잘못한 내역을 적고 있었을 뿐이다. 방송은 노트 중심으로 카메라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이름을 적는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것은 살인 리스트와 책상위로 나온 상반신 그리고 소름 끼치는 웃음 소리만이 흘러나왔다.
살인방송은 은근히 인기가 있는 듯 상당히 많은 방청객이 시청하고 있었으며 간간히 현금화를 할 수 있는 포인트를 방장에게 주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홈페이지에는 한 애청자가 지금까지 적은 살인 리스트를 적어두기까지 하였다. 재미있는 건 애청자들은 방장을 살인마라는 애칭을 붙여서 부르고 있었다. 그렇게 방송을 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더니 새벽 1시쯤 살인마는 돌연 방송을 꺼버렸다. 그렇게 남겨진 애청자들은 아쉽다는 듯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날 오후, 회사를 마친 후 평소처럼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게시글을 읽었지만 살인방송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다시 한번 살인방송에 접속하였다. 그렇게 살인방송에 꽂힌 나는 계속해서 살인방송에 접속하는 애청자중 한 명이 되었다.
살인방송을 시청하면서 알아낸 사실은 살인 리스트에 중복된 이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잘못한 내역에는 중복된 내용이 꽤나 자주 보였다. 그리고 살인방송의 방송시간은 7시에서 8시 사이에 시작되며 새벽 1시가 되면 칼 같이 방송을 종료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살인마는 기분 나쁘게 웃으며 잘못한 내역을 작성도중 한번씩 울음을 터트린다는 것이다. 극심한 감정의 기복 때문에 조금은 섬찟하지만 방송을 오랫동안 시청한 애청자들은 그런 살인마의 감정에 동조해 격려를 해주거나 노트에 적힌 인물을 욕하기도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살인마가 울면서 적은 내역을 읽어보면 충분히 일반 사람들 또한 공감하여 분노할 만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반대로 그런 살인마의 행동에 기분 나빠하며 돈을 벌기 위해 컨셉을 잡고 쇼를 한다고 욕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그렇게 점점 방송이 달아오르던 순간 새벽 1시를 알리는 방송종료 알림창이 띄어졌다.
오늘도 어김없이 살인방송에 접속하여 채팅창을 읽던 도중, 나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살인마의 행동 보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계속해서 살인 방송을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마가 하는 행동이라고는 기분 나쁘게 웃고 소리치는 것과 이름을 적는 것, 감정에 북받쳐 울음을 터트리는 것뿐이며 그가 살인 리스트를 적는 것뿐이지 직접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는 것을 며칠간 시청을 하며 알 수 있었다. ‘행동 할 용기가 없어 그저 글을 쓰는 것으로 사람들의 동정심을 받음으로 살의를 풀어낸다.’ 나는 그렇게 살인마를 판단하였다. 아마 애청자들 중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애청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 말을 채팅창에 올리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어느새 나도 살인마의 개인방송이 좋았고 내 한마디에 부셔 질리는 없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였다.
내가 살인방송을 접한지 두 달 정도 되었다. 살인방송의 채팅창은 예전에 비해 훨씬 난폭해졌다. 익명이 보장된 네티즌들의 특성인지 냄비현상이 심화되어 살인마가 울기 시작하면 시청자들은 노트에 적힌 대상에 대하여 분노를 표출하며 채팅창에는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난무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살인마의 울음이 그치면 다음으로는 시청자들의 평소에 쌓아온 불만들이 나온다. 주로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였다는 말이 대부분 이였고, 한번씩은 괴롭힘을 주도한 대상이 고해성사처럼 잘못을 말하며 다른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고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 곳이 되었다. 이런 구조가 된 채팅창은 살인마의 고해성사의 방이라는 웃긴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살인노트의 페이지 수는 얇아졌고 그에 반에 살인노트에 적힌 잘못한 내역의 수위는 강해졌고 그만큼 살인마가 울음을 터트리는 빈도수는 점점 늘어났다. 그렇게 살인마가 울음을 터트릴수록 시청자들은 더욱 거친 욕설을 하며 난폭하게 변해갔다. 마치 그 대상의 행동에 대해 욕을 하는 것이 아닌 ‘나는 이만큼의 언어와 어휘력을 발휘해 이 정도의 욕을 할 수 있다’라는 것을 자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노트에 한 명씩 적어내려 갈 때마다 인간 쓰레기들이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렇게 살인방송에 대한 애착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며칠이 지난 후부터는 살인방송으로 향하던 손길은 멈추었다. 조금은 거친 말을 주고받기는 해도 인격적 모독이 없는 예전 웹사이트에서 다시금 활동을 시작하였고, 예전처럼 유머글을 보며 시간을 때우게 되었다. 간혹 어쩌다가 ‘기분 나쁜 블로그 혹은 개인방송’이라는 제목을 가진 괴담 글이 올라왔지만 무시하고 다른 글들을 읽었다. 그렇게 살인방송은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갔다.
오늘도 회사에서 일을 끝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다. 어김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웹 서핑을 하며 잠이 올 때까지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뉴스, 유머, 괴담 등등 여러 종류의 글들을 보며 평소처럼 마우스를 놀렸다. 재미있는 글도 있었고 유치한 글도 있었다. 그러던 중 ‘괴담’이라는 카테고리를 단 한 게시글이 눈에 띄었다. 한 동안 잊고 있었던 단어를 제목으로 작성된 게시글은 ‘살인방송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게재되어있었다. ‘나는 결국 살인마가 살인을 저질렀나?’ 라는 생각을 하며 게시글을 클릭하였다.
게시글의 내용은 내가 살인방송을 보았을 때 알게 된 내용들이 서두를 장식하고 있었다. 살인마가 노트를 작성하며 누군가의 잘못을 적고 소리치거나 오열하는 모습 등이 사진과 함께 글로 잘 설명되어있었다. 그리고 스크롤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내가 느꼈던 난폭해지는 방송의 모습이 작성자의 의견과 함께 적혀있었다. 글이 결미에 다가갈수록 살인방송의 시청을 그만둔 후의 방송모습을 보여주었다. 점점 더 난폭해져 채팅창은 도저히 사람에게는 할 수 없는 욕설만이 가득 찬 사진이 모든 설명을 해주었고 글의 끝에는 닫혀진 노트의 사진이 있었다. 노트의 표지에는 ‘죄송합니다’라고 적혀있었으며 더 이상 사진은 없었다. 그리고 사진 밑에 작성자는 하나의 링크를 걸어둔 채 ‘혐오, 기분 나쁠 수 있으니 클릭 주의해주세요’라는 설명을 붙여두었다. 평소 혐오라는 경고 문구의 게시글을 자주 봐왔기에 거리낌없이 링크를 클릭하였다.
링크 속에는 사진 한 장만 달랑 있는 웹페이지였다. 하지만 사진을 보는 순간 입에서 단내가 나기 시작하였고 곧이어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나는 급히 화장실로 뛰어가 변기를 붙잡고 속을 게워냈다. 사진 속에는 닫혀있는 노트를 넘어 평소 살인마가 앉아있어 볼 수 없었던 의자가 있었고 의자의 너머에는 공중에 살짝 떠 있는 살인마가 걸려있었다. 여전히 얼굴만은 노출되지 않았고 축축하게 젖은 살인마의 바지만이 묘한 현실감을 주었다. 하지만 이 사진자체만으로 나에게 혐오감을 주었다는 것은 아니다. 표지의 ‘죄송합니다’라는 한마디에 사진 속 채팅창에 욕을 하던 인물들 중에 자신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에 대한 자기혐오감에서 온 구역질일 것이다.
[연재소설] 살인방송
생긴게죄다
추천 3
조회 1660
날짜 2013.08.04
|
해의노을이
추천 2
조회 1115
날짜 2013.07.30
|
메티에피에로
추천 3
조회 2903
날짜 2013.07.29
|
생긴게죄다
추천 5
조회 1360
날짜 2013.07.29
|
생긴게죄다
추천 3
조회 1229
날짜 2013.07.29
|
생긴게죄다
추천 3
조회 1111
날짜 2013.07.28
|
생긴게죄다
추천 4
조회 1240
날짜 2013.07.28
|
생긴게죄다
추천 4
조회 1968
날짜 2013.07.28
|
승스미
추천 1
조회 3333
날짜 2013.07.26
|
승스미
추천 2
조회 1716
날짜 2013.07.26
|
승스미
추천 1
조회 1507
날짜 2013.07.25
|
승스미
추천 3
조회 2725
날짜 2013.07.24
|
카나그라드
추천 6
조회 2734
날짜 2013.07.13
|
숏다리코뿔소
추천 11
조회 4524
날짜 2013.07.09
|
낭떠러지에서
추천 5
조회 2150
날짜 2013.07.04
|
낭떠러지에서
추천 5
조회 3984
날짜 2013.07.03
|
낭떠러지에서
추천 10
조회 1588
날짜 2013.07.03
|
낭떠러지에서
추천 9
조회 1725
날짜 2013.07.03
|
낭떠러지에서
추천 8
조회 1826
날짜 2013.07.03
|
낭떠러지에서
추천 10
조회 2853
날짜 2013.07.03
|
윌슨_찾는_놀랜드
추천 2
조회 4876
날짜 2013.06.30
|
i am sorry
추천 3
조회 3391
날짜 2013.05.27
|
칼 리코
추천 19
조회 36801
날짜 2013.05.22
|
고양이렌즈
추천 5
조회 5220
날짜 2013.05.20
|
☆Rampage☆
추천 3
조회 6941
날짜 2013.05.19
|
고양이렌즈
추천 4
조회 2575
날짜 2013.05.16
|
숏다리코뿔소
추천 19
조회 10409
날짜 2013.05.16
|
경찰누나
추천 1
조회 1527
날짜 2013.05.15
|
음... 그러니까 노트를 적던 살인마라는 인물은 채팅창에 넘쳐나는 부정적인 감정들때문에 자살하엿다는것이군요.. 글쓴이는 아무것도 안한줄 알았건만 실은 다른 네티즌처럼 여러욕설들응 같이 적었던것이구요..
혹시 이런 건가요? 자신의 범죄 내용과 상대의 이름울 적었던거죠? 무슨 연유인지 모르나 그런 부분을 반성하게 되고 자살을 택한거군요 ㅠㅠ
스스로 자신을 용서하기위해 방송으로서 고해를 한 것이지만 자신이 남에게 한 일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였다는거죠 ㅎㅎ 하지만 시청자들의 행동도 벼랑끝에서 돌아서는 살인마를 밀어버린 역활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