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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그러지 마!”
어디선가 다급한, 그러나 제대로 균형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듯한 발소리가 들렸어. 어른의 발소리는 아닌, 타닥거리는 가벼운 소리였지. 고개를 들어 보니 내 허리께에도 오지 못할 조그만 아이가 내게 다가오는 흉측한 괴물을 막아선 것이 보였어.
“LRL....?”
그, 장님 LRL이었어. 내게 달려오다가 몇 번 넘어졌는지 무릎이 까져 있고 온통 먼지투성이였지만 용케도 내 앞까지 다다를 수 있었지. 괴물이 다가오는 방향 – 아마 소리로 알았겠지 –를 향해 엉거주춤하지만 굳은 자세로 그 아이가 팔을 펼쳤어. 바라보는 방향은 좀 어긋났지만, 적어도 그 의지는 알 수 있었지.
“오...오지마!”
“얘! 위험해!”
아니, 죽을 위기에 처한 건 나도 마찬가지긴 한데, 그렇다고 어린아이까지 죽을 필욘 없잖아. 아무리 내가 위험에 처해도 나도 양심이 있고 군인이야. 어린아이들은 군인 앞이 아니라 뒤에 서야 한다고....아니 그보다 얘는 대관절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저..저리 가!”
괴물들 방향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그 눈 없는 LRL이 가냘프게 외쳤어. 나는 어이가 없었어. LRL 따위 조그만 아이의 목소리 따위에 놈들이 반응할 리가 없었으니까, 놈들은 순식간에 짓밟고 한 번에 나까지 짓뭉개 버릴 테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두 팔을 벌린 LRL 앞에서 놈들은 순간 주저했어. 그 애를 밟고 지나가는 걸 망설이는 것 같았어. 그제야 난 깨달았지.
‘...동족...이라서?’
저 괴물은 LRL과 더치걸과 같은 아동 바이오로이드의 집합체라고 했지. 지금 내 앞을 막아선 LRL과 동일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을 거야. 뇌파도 비슷할 거고. 그러니까, 놈들 입장에서는 쟤가 아주 작은 자매로 인식되는 건가? 아니면 최소한 자기랑 유사한 그 어떤 것이라 인식되어서 머뭇거리는 건가? 어떤 경우든, 내게 잠시간의 말미가 주어진 건 사실이었지.
놈들은 고민하는 것 같았어. 자기 앞을 가로막은 이 조그만 ‘동족’을 밟고 지나갈지, 아니면 어떻게든 피해서 그 너머의 나를 채갈지. 놈들의 동족의식이 과연 허기보다 강할까? 그건 알 수 없었어. 그러니 그 전에, 나는 재촉해야 했지.
“당장 도망쳐!”
난 LRL에게 소리쳤어. 다시 말하지. 아무리 내 목숨이 위험하대도, 그리고 호드가 껄렁한 양아치 부대더라도 난 군인이야. 어린아이의 목숨을 담보삼지 않아. 난, 마리아 같은 개1년이 아니야. 하지만, LRL은 무서운 듯, 혹은 어색한 듯 엉거추춤하게 섰으면서도, 그리고 목소리는 떨리면서도, 말했어.
“나...나도...나도 알고 있었어”
뭐를?
“자고 일어날 때마다 어른들의 목소리가 하나하나 사라져 갔어. 홍련 아줌마, 레프리콘 언니, 드라코 언니, 착한 언니들이, 다..다들 날 좋아했는데..”
“.....”
“처음엔 몰랐어. 무슨 일인지 몰랐어. 앞이 안 보였으니까. 난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저 겁에 질려 따라다기니만 했어. 하, 하지만...”
“....”
“언젠가부터 알게 되었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구형 방독면 아래, LRL, 그 어리디 어린 것 - 그래. 나보다 더 오랜 세월을 버텨왔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이의 마음을 지닌 것 - 의 목소리에 죄책감이 깃들었어. 그래. 저 아이도 보아 왔겠지. 도시의 바이오로이드들, LRL이 알던 어른들, 자매들이 하나 둘씩, 어디론가 사라져 가는 걸. 눈으로 보진 못해도, 뭔가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는 걸. 언젠가는 눈치를 챘겠지.
“하지만 말하지 못했어. 무서웠어. 무서워서 말하지 못했어. 누구에게도. 언니한테도.”
“.....”
“미안해.”
“.....”
“잘못했어. 잘못했어요...”
누구한테 말하는 걸까. 나에게? 아니면 그 동안 죽어간 수많은 이들에게? 눈물 흘릴 눈도 없건만, LRL의 목소리에 울음이 어렸어. 그건, 그 오랜 세월 동안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무고한 바이오로이드들을 속여 온, 눈짝 제대로 달린 어딘가의 미치광이 누구 씨보다 더 진솔했지.
“하지만 핀토 언니는 그걸 했어.”
양심은, 늘 어딘가에서는 남아 빛난다. 그 어딘가에서라도. 미약하게라도.
“핀토 언니가 옳아. 그래선...그래선 안 되는 거였어. 아무리 무서워도.”
LRL은 고개를 들었어. 그리고, 이번엔, 똑바로 괴물들 방향을 바라보았어. 우연일까? 아니면, 더는 외면하지 않겠다는 표시일까? 자신의...뒤틀린 동생들을.
”그러니 이제, 나도...할 거야.”
믿어 줘. 나는,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데도, 갑자기 한없이 기뻐졌어. 믿기지 않겠지만, 말 그대로 죽도록.
‘아, 하하하’
아까 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궁금해했지? 지금 살아남은 저쪽 생존자들 중에서 우리가 구출할 가치가 있는 이가 있을지, 다들 한통속인 건 아닐지.
나는, 방금 그 질문의 답을 보았어.
이 생지옥, 이 마굴, 이 추악한 구덩이에도,
구할 가치가 있는 생명은 있구나.
우리가 여기 온 게 헛되지는 않았구나.
눈이 없는 LRL, 그 아이도 ‘비정상’ 이라는 의미에선 괴물일지도 몰라. 하지만, 이 도시에서 본 이들 중 그녀는 핀토와 함께 오히려 가장 ‘정상’적인 아이야. 이 아이는 괴물이 아니야. 그렇다면, 이, 괴물이 되지 않으려, 이 도시의 광기에 휩쓸리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아이를 구해야 해.
....지금의 내가 뭘 할 수 있겠느냐마는.
나는 LRL을 품속에 껴안았어. 동시에, 놈들은 결정을 내린 것 같았어. 배고픔이 동족애를 이긴 걸까? 아니면, 이 아이를 자신들의 ‘일부’로 만들려는 생각인지도. 저 지하실에서 본 기록이 맞다면 이 LRL은 저 셋의 가장 큰언니인 셈이겠지만, 또한 가장 약한 개체이기도 하니까. 자기들 나름대로 ‘보호’해주려는 생각인지도 모르지. 자기들과 하나로 만들어서.
“미안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다만 공포에 떠는 그 아이를 껴안아 주는 것뿐이었어. 둘 다 저민 고깃덩이가 되기 전에.
하지만 그 때,
쿵
나는 몸을 떨었어. 소스라치게.
난, 이 소리가 뭔지 알고 있었어. 예전에 몇 번 들어 봤거든. 원랜 별로 기분좋은 소리가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다르군.
늦는 줄 알았는데.
마침내, 내가 기다리던 것이 왔어.
쿵
머나먼, 도시의 흐릿하고 어두운 거리 저편에서, 진동이 울려퍼졌어. 무겁고, 육중한.
어쩌면, 여기 내 앞의 괴물보다도 더더욱 묵직한.
놈들이 멈칫했어. 그래. 아마 놈들이 태어난 이래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진동이겠지.
쿵
이 도시에서 놈들보다 큰 건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 못생긴 것들아. 세상은 넓고, 괴물은 많단다.
너희만 추악한 괴물인 게 아니란 말이지.
쿵
마지막 순간, 저 하늘에서 아련하게 으아아아아아- 하는 한탄에 가까운 비명이 들려왔지. 쒸이잉-하고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아아아! 이젠 다 몰라요! 전 시키는 대로 한 거에요!”
그와 거의 동시에 건너편의 벽이 와르르 무너졌어. 꽤 튼튼한 콘크리트 벽을 골판지 상자 찢듯이 부수고, 시뻘건 안광이 번득였어. 내 눈앞의 괴물들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이고 금속성인 붉은 빛이.
하지만, 내게는 더 익숙한.
보라. 인간이 남긴 죄악을 벌하러,
끝나지 않은 구시대의 업보를 벌하러,
지금 바로 여기, 외계 신들의 심판이 다다랐노라.
쿠오오오오오오--!
철충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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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들을 클릭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덧글과 추천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철충님 여깁니다! 여기에요! 이 도십니다!
그렇읍니다. 처음에 프로스트바이트가 언급된 건 떡밥이었던 셈이죠. 소설 외적으로는 철충님 ㅈ간을 벌하러 빨리 와주세요 밈의 반영이지만..
철충도 외계에서 온 '인류의 심판자'로서의 신이고, 저 괴물도 신의 힘(원자력)을 가졌던 인간의 후손으로서 신이라면, 밀리터리 명언 "전쟁의 신은 신들끼리 싸우느라 정신없다"는 구절대로, 신들은 신끼리 싸우게 냅둬야죠. 신들 싸움에 상관없는 바이오로이드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기 전에 튀겠읍니다
모성의 광기는 개성의 광기를 이길 수 없었습니다 근데 이거 큰일났잖아요 어떻게되는겁니까
철충도 외계에서 온 '인류의 심판자'로서의 신이고, 저 괴물도 신의 힘(원자력)을 가졌던 인간의 후손으로서 신이라면, 밀리터리 명언 "전쟁의 신은 신들끼리 싸우느라 정신없다"는 구절대로, 신들은 신끼리 싸우게 냅둬야죠. 신들 싸움에 상관없는 바이오로이드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기 전에 튀겠읍니다
처음에 나왔던 구원자 철충의 등장이군요.
그렇읍니다. 처음에 프로스트바이트가 언급된 건 떡밥이었던 셈이죠. 소설 외적으로는 철충님 ㅈ간을 벌하러 빨리 와주세요 밈의 반영이지만..
(두 손 모으면서) 철충니이임---철충니이이임---! 그분이 오셨다 철충니이이임---! p.s 좌우좌 하고 카멜 서로 안는모습이 참...애잔하네요. 좌우좌도 결국 피해자였고...눈도 안보이는데 어떻게 살아갈수 있었을지 참...
철충님 여깁니다! 여기에요! 이 도십니다!
삭제된 댓글입니다.
용자추종자
기괴한 괴물 vs 그만큼이나 기괴한 또 다른 괴물의 싸움은 정말 흥미진진한 소재지 않습니까? ㅎㅎㅎㅎㅎ
멸망전 밉상 인간들이 저지른 일은 역시 킹갓제너럴엠퍼러 철충이 처리해주는 군요 ㅋㅋ
소설 외적으로는 철충님 밈이기도 하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