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에 구입해서 이틀간 18시간 정도 플레이했습니다.
문명 팬이고 문명같은 4x 게임이기에 문명과 비교하며 리뷰할 거 같습니다.
문명에 익숙하다 보니 초반에 문명식으로 생각했다가 낭패 본 게 많습니다.
1. 땅 따 먹기
4x 게임 본질이라면 땅 따 먹기 겠지요.
HUMANKIND는 땅 따 먹기가 전부가 아니긴 한데
그래도 역시 영토 넓은 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게 사실입니다.
착각한 게 문명 처럼 아무데나 도시를 세우고
그곳을 중심으로 반경이 넓어진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땅의 구역은 이미 처음부터 나뉘어져 있습니다.
구역 안에 전초기지를 지으면 이 구역은 내꺼라는 식으로 알박기가 됩니다.
전초기지 상태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제한 적이지만
전초기지를 도시로 바꾸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건설을 하거나 유닛을 뽑을 수 있습니다.
전초기지는 영향력이 있고 빈 땅이 있다면 마구 세울 수 있지만
도시 수는 시대와 정책 등으로 한계가 걸려있기 때문에 마구 늘릴 수 없습니다.
(1개 정도 오버는 하는 건 견딜만 한데 2개부터 패널티가 팍팍 커집니다.)
도시를 중심으로 주변 전초기지를 병합함으로 도시를 키울 수 있습니다.
병합에는 영향력(후반에는 금으로 대처 가능)이 필요하고
많이 병합할 수록 많은 영향력이 필요하고 안정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무조건 땅 많이 차지해야 한다고
전초기지 짓고 도시로 바꾸고 병합하다가 안정도 떨어지고
엉망이 되더라구요.
자신의 영향력과 어느 정도까지 안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잘 생각하고
차근차근 확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거 같습니다.
2. 자원
전략 자원이나 사치 품목 이야기가 아니라
게임 운용에 필요한 핵심 개념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일단 공용 자원은 영향력과 금입니다.
영향력은 이거저거 다 가능한 만능자원 같은 느낌입니다.
영토를 늘리고, 불가사의를 짓고, 정책을 결정하고
초반에는 영향력 확보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은 말 그대로 금으로,
외교할 때 주고 받거나
정책이 진보하면 영토 확장 같은 건 영향력 대신 금으로 할 수도 있고
유닛을 빨리 뽑거나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겁니다.
과학과 종교의 경우에는 그냥 과학을 발전시키거나
종교를 발전시키는 데 쓰이는 거 같습니다.
신앙으로 뭘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후반에 가면
종교를 없애버릴수가 있더군요.
시대에 따라 문명 바꾸는 것도 그렇고 이 부분은 신선했던 거 같습니다.
3. 도시
일단 도시의 핵심 자원은
식량, 산업, 자금, 과학입니다.
식량은 인구를 늘리고
산업은 생산 작업하는 턴수를 줄여주고
자금은 금을 늘려주고, 과학은 새로운 기술 개발에 사용되죠.
아, 잊었는데 인구 역시 자원처럼 이용됩니다.
이 부분이 문명과 차이인데
문명에서는 별일 없는 한 인구가 늘어나고 인구를 늘리는게 목표입니다.
HUMANKIND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좀 더 유동적으로 인구를 다룹니다.
군대를 만드는 데도 인구가 소모되고
군대가 해산하면 다시 도시 인구로 들어갑니다.
(노예제를 이용하면 인구를 소모해서 건설을 보조할 수도 있구요)
인구가 0이어도 도시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인구가 어느 정도 한계 달하면
계속 인구가 늘었습니다 -> 인구가 줄었습니다 반복하는데
이거 보고 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설정 봐도 없애는 거 못 찾겠고...
후반에 농업 기술이 좋아지면 한계까지 인구를 채우겠지만
그 전에는 군대로 인구를 빼거나 건설에 사용해서 없애버리거나 하면서
적절하게 사용하는 게 중요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도시 운영에 핵심은 안정도입니다.
처음에 도시가 하나인 상태에서는 안정도가 높지만
다른 지역과 병합하거나 지구를 건설하다보면 안정도가 떨어지고
반란이 일어나게 됩니다.
안정도를 올려줄 건물이나 불가사의 같은 게 없으면
초반에는 무리하게 이거저거 짓다간 안정도 떨어져서 망합니다.
제가 그랬다는 겁니다.
도시의 안정도를 유지하면서 개발해 나가는 게 중요한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저 안정도 설명창이 조금 불편한게
현재 총 플러스 안정도와 총 마이너스 안정도를 비교해주면 좋겠는데
저렇게 항목별로 나뉘어져 있어서(하위 항목도 있긴 하지만)
더하고 빼서 잉여 안정도를 구해야 하는 게 불편하더라구요.
4. 건설
건설은 공유사업, 지구, 기반시설, 부대, 공공행사 식으로 나뉘는데
일단 이 공유사업은 정말 편했습니다.
불가사의 같은 거 지을 때 모든 도시가 달라 붙어서 지을 수 있게 해뒀기에
불가사의 짓는 도시가 한참 동안 아무것도 못하는 걸 피할 수 있습니다.
지구는 타일에 무언가 짓는 것으로 사치자원이나 전략자원을 얻는
광산 같은 것을 짓거나
농업지구, 산업지구, 상업 지구, 과학 지구같은 걸 지어서
특정 자원 생산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문명6처럼 지구 수에 한계는 없어서 타일 있는대로 지으면 되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건설의 별을 얻을 때는 지구 수로 따지는 지라
지구를 많이 짓는 게 유리한 거 같습니다.
기반시설은 타일을 안 먹고 도시 안에서 생기는 것이고
부대는 유닛, 행사는 특별히 할 일없으면 쓰는 건데
특별히 할 일이 없을 만큼 한가하질 않았네요.
생산력에 비하면 가성비가 별로 좋아보이지도 않구요.
잠깐 언급했지만 불가사의는 영향력을 이용해서 소유권을 획득.
그 뒤에 짓는 식이라서, 짓는 도중 뺏기는 거지같은 상황은 없습니다.
국가 전체 공유사업이라서 어디에나 지을 수 있고
모든 도시가 달라붙어서 건설할 수 있기에
불가사의 건설은 굉장히 편한 거 같습니다.
하지만 불가사의 건설에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줄창 불가사의만 짓다가 도시가 발전하지 않아서
오히려 퇴보하기도 하는데...
제가 그렇게 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5. 전쟁
전쟁은 섬멸전이 아닌
전쟁 지지도가 있어서 전쟁 지지도를 0으로 만들면 승리하는 방식입니다.
전투에서 이기면 지지도가 오르고 패배하면 내리는 식이죠.
그리고 명분 있는 전쟁이라면 지지도가 유지되지만
기습 전쟁 같은 건 지지도가 계속 줄기 때문에
빨리 승리해야 해서 공격자에게 패널티가 가게 됩니다.
선전 포고 상태가 아니더라도 길 가다 시비 붙어서 싸울 수도 있고
그걸 빌미로 배상 요구하고 안 들어주면 전쟁 일으키거나
두들겨 맞았는데도 상대가 강하면 입다물고 있어야 하는 등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 시스템입니다.
전투는 적군이나 성과 부딫치는 순간 발생해서
턴제 전략으로 싸우게 되는데
이런 저런 신경은 많이 쓴 거 같은데 귀찮습니다.
산지에서 기병이 불리하다거나
이런 걸 표현한 건 꽤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자잘한 전투보다는
어차피 물량전으로 대부분 승부가 나는데다가
게임시간도 긴데 이걸 일일이 조작할 마음은 전혀 안 들더라구요.
왜 우리 기병이 산에서 졌는가를 확인해보는 정도 수준.
6. 외교
외교는 밸런스 있게 만든 거 같은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습니다.
조약은 몇 개 안 되고 나머지는 사건이 터져서
요구를 통해서 제시하는 거 같은데
공동 전쟁 같은 것도 이런 식으로 하는 듯 한데
발생 조건을 잘 몰라서 아직 파악이 안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이 게임도 AI를 오냐오냐 해주면 기어오르더라구요.
동맹 맺고 잘 해보려고 했는데 뒤통수나 치고.
결국에는 AI는 주기적으로 패줘야 되는 거 같습니다.
문명도 그렇고 이 게임도 그렇고 외교는 매번 아쉽습니다.
세계가 힘의 논리라고는 하지만
그렇다면 외교는 보조밖에 안 되나 싶은 느낌.
7. 문명
이걸 1번으로 다루었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의외로 중요성이 낮다고 생각이 들어서...
딱히 번호 순으로 중요한 건 아니고 생각나는 대로 적은 겁니다.
휴먼카인드 소개에서도 가장 눈 길을 끌었던 것이
시대별로 문명을 바꾼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럼 내가 이 문명 조종하다가 저 문명 조종하다가 하는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RPG 잡체인지 처럼
문명을 시대에 맞게 바꾸는 거더라구요.
문명에 따라 지향점이 다르고 특성이 달라서
고대 시대에는 아사리아로 다른 나라 마구 침략해서 영토 늘린 다음에
중세 시대에서는 네덜란드로 바꿔 상업으로 돈 벌어볼까 식으로
나름 재미있는 시스템이었던 거 같습니다.
8. 승리
승리 조건은 가장 많은 명성을 얻은 자가 1등이 되는 건데
그러기 위해서는 시대의 별이라는 것을 얻는 게 중요합니다.
이걸 얻는 건 일종의 도전 과제로
확장의 별은 영토 늘리면 되고, 건설의 별은 지구를 많이 짓는 식입니다.
그러다보니 승리라는 것과 게임에서 느끼는 감각이 좀 차이가 있달까.
내 문명이 최강이다! 라기 보다는
내 문명이 최고라고 평가받는 느낌.
적들을 다 쓸어버리거나, 세상을 내 종교로 채우거나
이런 승리가 좀 더 와닿는데
뭔가 좀 밍밍한 승리입니다.
점수가 나보다 높은데 내가 쉽게 쓸어버릴 수 있겠다 싶은 놈도 있고.
가장 강한 자가 승자가 아니라
가장 유명한 자가 승자라는 느낌.
게임 종료 조건에는 화상탐사대 파견도 있는 거 보면
뭔가 다른 엔딩도 있는 거 같은데 거기까지는 못 해봤습니다.
9. 종합
기대 반, 불안 반이었는데 꽤 할만한 4x 게임이었습니다.
이틀간 열중해서 18시간 플레이하기도 했구요.
체감 시간에 비해 많은 플레이타임이 나온 거 보면 재미는 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문명에 비해 특출나게 훌륭하다는 건 모르겠고
4x 게임 좋아하고 문명하다가 지겨워지면 해볼만한 수준은 되는 거 같습니다.
이것도 확장팩 나오고 이거저거 채워지면 더 좋은 게임 될지도 모르겠구요.
불편한 점 1 : 이동
이동할 때 육각 타일 어느 부분에 커서가 있냐에 따라 경로가 바뀌는데
이거 처음에 몰라서 정말 짜증났습니다.
바로 앞의 적을 공격하라고 했는데 빙 돌아가질 않나.
나중에 알고 난 뒤에도 이건 불편하더라구요.
목적지 + 정확한 방향을 찍지 않으면 계속 이동 경로를 바꾸고
그걸 UNDO 할 수도 없어서 이상한데 빙빙 도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지형은 더럽게 꼬아놔서 바로 앞인데도 한참 빙 돌아가야 하고
저기가 몇칸 거리인지 계산이 어려워서 많이 짜증납니다.
그리고 초기에 배는 대양에 가면 1턴 표류 후 가라앉게 되는데
이동 찍으면 가라앉는 루트로 찍힙니다.
이런 건 자동으로 가라앉지 않게 경로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
덕분에 가라앉지 않을려면 조금씩 조금씩 이동하면서 경로 찍어야 합니다.
불편한 점 2 : 지도
조금 멀리서 지도를 보고 싶어서 약간만 줌아웃해도
이런식으로 보이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 축소시킨 데서는 지형하고 부대를 보여줬으면 했습니다.
성능 문제라서 숨긴건지 이게 편하다고 생각한 건지...
불편한 점 3 : 지도 설정
6트 정도 한 거 같은데 매번 대륙으로 시작하더군요.
새 게임 지도 설정 들어가봐도 아무것도 없고.
앞에 말한 거 처럼 기병이 산지에서 힘을 못 쓰는데
광활하게 펼쳐진 평야같은 거 나와줘야 할 거 같은데
매번 더럽게 꼬인 산지만 나오고...
지도는 랜덤이라서 제가 그런 것만 걸린 걸지도 모르겠미나
새게임 에서 설정할 수 있게 해뒀으면 좋았을 거 같습니다.
(수정 : 설정이 있었습니다. 제가 못 찾았네요.)
불편한 점 4 : 최적화
최적화는 약간 아쉬운 거 같습니다.
영상 나올 때 끊기는 현상도 있고
문명6는 태블릿 PC에서 잘 돌아가는데
휴먼카인드는 설정에서 최고의 속도로 해도 제대로 안 돌아가더라구요.
전략 게임 매니아들은 화려한 그래픽 보다는
게임의 재미를 따질 건데
최적화된 모드같은 걸 잘 만들어줬다면 좋았을 거 같네요.
태블릿 PC로 누워서 하는 게 좋은데
데스크탑 앞에 각잡고 몇시간씩 하는 건 이제 힘들어서.
자세한 느낀점 감사드립니다. 지도는 세계 그림 있는곳 누르고 아래로 내려보시면 세부설정이 가능 하십니다.
아, 그곳에 있는 건가요. 몰랐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