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ㆍ1
신이 드디어 나타났다는 소문이 들렸다. 사람들이 모두 몰려나와
신을 구경하고 있었다. 신은 거리 한복판에 드러누워 있었다.
신의 모습은 아주 괴상했다. 얼굴엔 눈이 다섯 개, 코가 세 개나
달려 있었다. 입은 사발만큼 크고, 손가락은 양쪽을 합쳐 스무 개나
되었다. 온몸엔 금빛 나는 털이 덮여 있었다.
빽빽이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의 여기저기에서 감탄하는 소리들
이 새어나왔다. “어쩌면 저렇게 우람한 몸짓을 하고 있을까?” “털이
저토록 금빛일 수가 있어?” “저 입을 봐, 얼마나 늠름해 보여?”
그때 신이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여섯 개의 콧구멍과 커다란 입
에서는 콧물과 더러운 가래가 한꺼번에 튀어나와 사람들에게 튀었
다. 그러자 사람들은 “에그머니, 이게 웬일이야?” 하고 소리를 지르
며 냅다 우르르 흩어져 달아나 버렸다.
가자, 장미여관으로
마광수, 책읽는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