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나비
길이 있기에
따라갔지요
당신은 누구인가요?
아침 기도는 뭐라 했나요?
마을에는 싱싱한 꽃밭이 있어요
영혼을 믿으세요?
소년이 나를 따라와요
우린 팔랑팔랑 달리며 날아요
함께 달린다는 말을 아세요?
소년이 두 손가락을 오므려 나를 잡아요
사실은 내가 소년을 붙들고 싶었어요
소년이 조심조심 걸어요
꽃밭 뒤에 놀이터가 있고
시소 위에 소녀가 있어요
소년이 소녀에게 나를 건네줘요
저녁노을이 아름다워요
점박이 무당벌레 한 마리가 산을 넘어와요
소녀가 후 입을 모아 나를 놓아줘요
나는 소녀의 갈래머리 위에 앉아요
작은 오솔길이 있군요
좋아요 길이 있으니
당신에게 물을 수 있어요
당신은 어디로 가나요?
우린 언제 만났던가요?
색색의 무당벌레들이 반짝반짝 산 넘어와요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곽재구, 문학동네시인선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