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을 여행하는 오랑캐의 말
미스터 션샤인의 말투로 말하겠소
햇살 좋은 아침이면 앞마당으로 나가 빨래를 너오
그곳에 돌배나무, 목련, 배롱나무, 자두나무, 살구나무,
사과나무, 생강나무, 이팝나무, 자작나무들을 심었소
자작나무에는 따로 이름을 붙여주었소
가난하고 아름다운 사냥꾼의 딸, 꽃 피는 봄이 오면, 자
작나무 우체국, 레아 세이두, 장만옥, 톰 웨이츠, 김광석,
빅토르 최, 칼 마르크스, 체 게바라, 아무르, 아르디 백작,
상처 입은 용, 짐 자무시, 짐 모리슨, 닉 케이브, 탕웨이, 아
르튀르
눈 속을 여행하는 오랑캐의 말들, 이들은 가난하고 아
름다운 나의 열혈동지들이오
돌배나무는 대낮에도 주먹만 한 별들을 허공에 띄우오
그 여름 폭풍은 내 마음속에 있었소
폭풍우 치는 낮과 밤을 동무들과 함께 어깨동무하고
견디오
폭풍우 치는 한 계절이 지나면 장난처럼 고요하고 맑은
저녁이 내 작은 창가로 오오
그리고 기적처럼, 등잔불 피어오르는 고요한 밤의 생이
시작되오
나는 늘 등외에 있는 삶이었고 세상의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삶을 꿈꾸었소
심지어 때때로 나는 태어나지 않았을 때도 많았소
오랑캐의 말을 듣는 누군가의 귀처럼 푸른 이파리들 돋
아나는 아침이오
침묵의 함성이 하나의 행성이 되는 시간이 오고 있소
지나가는 바람이 배롱낭구의 매끄럽고 단단한 살결에
입맞추는 아침이오
미스터 션샤인이 빨래를 널고 있는 무한의 아침이오
눈 속을 여행하는 오랑캐의 말
박정대, 달아실시선 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