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름다운 눈물의 인민들
지난봄의 나뭇가지는 땔감으로도 부족하였습니다
땔감을 대신하여 담배 몇 보루를 쌓아두었으나 수시로
피워 올리는 담배 연기로도 팔뚝의 핏방울은 멈추지 아니
하였습니다
마당 한 모퉁이에 날아온 제비꽃 서너 마리, 패잔병처럼
지난봄의 전황을 전합니다
지지배배 지지지배
무엇이 무엇을 지배하는지 몰라도 아름다운 지지배배
는 한낱 한낮의 울음과 노래 속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한낱 속에서 어떤 아름다움은 한낮을 꿈꾸며
조금씩 자라납니다
봄은 담배 한대 피워 물면 왔다 사라지는 오래된 건망
증 같은 것이었으나
그 짧고 오래된 건망증의 봄낳에 수시로 담뱃물 봉화를
피워 올리며 오래돼 낡은 봄을 복구합니다
휘청거리는 제비꽃의 허리를 힘껏 껴안고 팔뚝에 흐르
는 싱싱한 핏방울로 시를 쓰며 한낱 꿈일지라도 멈추지
않는 한낮의 꿈을 꿉니다
아름다운 한 나라를 세웁니다, 우리의 제비꽃 공화국을
담배 한 대 피우는 동안 봄은 한 줄기 담배 연기처럼 피
어나 허공의 구름을 향해 흩어집니다
의자에 앉아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봅니다
한 세기가 지나가는 것은 구름 하나가 지나가는 것(1)
(1) 르 클레지오「운주사, 가을비Unjusa, Pluie D' Automne」
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구름 하나가 흘러갑니다, 천 년이 지나갑니다
안녕, 아름다운 눈물의 인민들
눈 속을 여행하는 오랑캐의 말
박정대, 달아실시선 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