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이 장군이]
다음 날 장군이에게 갔다.
"너 어제 왜 나한테 사과한 거야? 너한테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안 돼서 그래!"
장군이가 말했다.
"나도 빨리 할 생각이 있었으면 애들한테 같이 빨리하자 했을 텐데 아무도 안 하니까 나도 그냥 별생각이 없었어. 그래서 미안하다고 한 거야."
의문을 해결하러 갔는데 새로운 의문이 하나 더 생겼다. 장군이의 뇌구조가 이해가 안 됐다. 저건 무슨 생각인지를 아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냥 미안하다 사과를 했다? 흐음... 그날부터 나는 장군이를 계속 관찰했다.
저건 이상했다. 분명 할 말을 못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런데 누가 코를 베가려고 하면 줄 것 같았다. 멍청하지 않다. 장군이가 우리 반 1등이다. 그런데 왜 저런 걸까. 단순히 분란을 싫어해서 사과로 마무리하는 건가?
그러다 얼마 후 반에서 싸움이 났는데 장군이였다. 누군가 장난을 치다가 장군이 책상에 있는 장군이 수학 책을 다른 아이에게 집어던진 것이다.
장군이가 무뚝뚝한 얼굴로 가서 집어던진 친구에게 말했다.
"사과해..."
"뭐래 반장 새끼야! 꺼져! 죽을래?"
"사과해..."
그 아이가 장군이에게 다가 갔다.
'짝!!!'
장군이 볼에서 따귀 소리가 났다.
"사과해..."
'짝! 짝 퍽퍽'
"사과해..."
더 이상 관찰이고 뭐고 못 보고 있겠어서 다가갔다. 장군이를 때린 친구는 눈 주위가 마치 안구가 없는 것처럼 푸욱 꺼진 것 같이 어두워보였다.
얼굴을 때리면 안될 것 같았다. 다가가 한대 때렸는데 갑자기 장군이가 나를 뒤에서 와락 끌어안으며 하지 말라고 말했다. 상황이 납득이 안 갔다.
"쳐 맞으면서 니가 날 왜 말려 이 병X아.."
"싸우지 마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긴 미X놈아... 야 너 일루와!!!"
수학책을 던진 애가 말했다.
"아.. 시.. 신일아.. 미.. 미안..."
“반장한테 사과해”
"바.. 반장 미안해..."
"..."
이 쉬운 사과를 장군이는 왜 맞아가면서 받는 걸까? 나는 혼돈스러웠다. 약육강식이 맞았다. 그런데 무언가 내가 알 수 없는 세상이 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난. 장군이에게 불려갔다...
"나랑 이야기 좀 해"
"뭐? 나?"
"응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해!!!"
"..."
그렇게 장군이가 날 밖으로 불러냈다. 난 이 초식동물이 실컷 맞는 걸 구해주고 사과까지 받게 해 주었는데 화가 난 얼굴로 나에게 따라 나오라니 기가 찼다.
'이 새X는 대체 뇌가 어떻게 생겨먹은거야? 지가 나를 불러내? 그래 뭐라하나 들어나 보자.'
따라나갔다. 조용한 곳에 장군이는 섰다.
그러더니 나에게 말했다.
"신일아 개인적으로는 정말 고마워 고마운데 방금 그 일은 내 일이었어. 내가 받았어야 하는 사과인데 네가 나서서 난 그 친구에게 사과를 받지 못하게 되었어. 저 사과는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해 "
"뭐? 뭐라는거야?"
"내가 사실 참고 넘어갔어도 되는 부분인데 네가 지난 번에 한 말 나 곰곰이 많이 생각했어. 아닌 거 있으면 아니라고 말하라고... 그래서 아까 사과하라고 말 한 거고 난 끝까지 말로 하고 진심으로 사과를 받을 거였는데 네가 나서서 이렇게 된 것 같아."
"내 잘못이라고?"
"그런 의도로 하는 말이 아니야. 너에게는 정말 고마워. 그런데 내 생각과 네 생각이 다르다는 거야."
"내가 진짜 납득이 안돼서 그러는데 천천히 설명해 봐!"
“띵동댕동 딩동댕동” 수업시간 종이 울렸다. 수업시작했다고 나중에 이야기 하자며 들어가려는 장군이를 붙잡았다. 하던 말 끝까지 하고 가라고 했다.
"니가 도와준 건 고마워. 근데 나는 말로 사과를 받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네가 방해해서 나는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거야. 지금 나도 약간 흥분해서 이렇게 말한 것 같아. 미안해... 들어가자!!"
이상한 말을 하고 웃으며 들어가는 장군이 등은 왠지모르게 잠깐동안 밝은 빛으로 보였다. 그러나 나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뭐라는거야 이 씨X'
'납득이 가게 설명을 한건데 내가 못 알아 듣는거야 아니면 저게 돌아이 인거야...?' 설명한답시고 설명한 말을 들었는데 이게 무슨 개뼉다구 같은 소리인지...
'사과 이미 받았잖아? 내가 받게 해줬잖아? 근데 사과를 못 받았다고? 내가 나서서 대신 받아줘서? 자신이 두들겨 맞아가며 그 사과를 받을 수나 있나? 저게 무슨 소리야...'
교실로 돌아오자 이미 수업은 시작되었는데 방금 일어난 일들이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아 계속 곱씹어 보았다. 나는 그냥 약한 동물의 헛소리 정도로 생각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지가 무슨 간디도 아니고 뭔 개소리를 하는건지. 비폭력 무저항 뭐 그런거야? 그렇게 맞아가면서 결국 상대가 사과하면 그 사과는 진심어린 사과야? 약한데 약하다는걸 인정 못하고 나는 때리지 않았으니 내가 너보다 나아 뭐 이런 정신승리인가?'
그런데 신기했다.
'오호 비폭력주의자라 이거지!!!'
처음 만나봤다. 대놓고 초식동물을 선택한 인간!
'뜯어먹혀도 할 말은 하겠다? 그것도 나 때문에?'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어야 할 말도 하는거지. 맞아가면서 하라는게 아닌데...
'내 말을 잘 못 알아 들었고만? 같이 운동가자 그래야지! 장군이가 장군이를 스스로 지켜야되니까!'
이렇게 생각을 마무리 하고 수업이 끝나고 가서 이 기가 막힌 생각을 말했다.
"아냐 난 괜찮아."
"그럼 계속 그렇게 두들겨 맞으면서 산다고?"
"아냐 이런 일은 많지 않아. 그리고 난 상관 없어!"
"상관이 없다고? 핑계 아니야? 공부해야 해서 그래?"
"아니야... 공부랑은 상관 없어. 난 정말 아무렇지 않아. 생각해줘서 고마워 신일아!"
"계속 그렇게 살거야?"
"응. 지금은 내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기가 어렵다. 나중에 생각을 좀 정리해서 다시 차근차근 이야기 하자. 그래도 이거 하나는 확실해. 넌 괜찮은 애 같아! 고마워. 그리고 나도 농구 할 줄 안다?"
"뭐? 너 농구한다고? 왜 말 안했어?"
"별로 좋아하진 않아서?"
"가드냐? 니 입으로 니가 할 줄 안댔으니 X밥 수준은 아닐거고 좀 하겠네? "
"아냐 잘은 못해..."
"보면 딱 알지.. 나중에 한판 하자!"
장군이는 완전 거짓말쟁이였다.
'조금 한다고?' 내가 여태 본 가드들 중에 손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체육시간 정도만 하고 다른 시간에는 하자고 아무리 꼬셔도 안 나왔다. 농구 누구한테 배웠냐고 물어봤더니 자기 아는 사람들이 있고 모임도 있다 했다. 그럼 그렇지...
그렇게 나는 1학년 내내 장군이와 대화했다. 그리고 신기한 생각과 뇌구조를 파악하려 시도해봤지만 어려웠고 난 내 나름 운동하느라 바쁜 삶을 살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장군이와, 방과후는 운동으로, 재미난 날들을 보냈다. 그렇게 맞은 겨울방학 직전
장군이가 나를 불렀다.
"신일아 부탁할게 있는데..."
"어 장군이! 니가 나한테 부탁을? 뭔데? 어떤 새낀데? 말해봐! 내가 다 조져줄께!!!"
"뭐래! 큭큭 그런게 아니고 나 쿠폰이 생겼는데 떡볶이 오뎅 같은 분식 쿠폰이거든? 같이 갈 생각 있나 하고..."
"야 먹어달라는게 부탁이냐? 당연히 콜이지! 언제 갈껀데? 오늘?"
"아니 토요일!"
"오케이 말만해. 토일요일은 프리니까 내가 가서 다 조져줄께!!!"
이렇게 약속을 하고 토요일. 장군이를 만나 분식을 먹을 장소로 갔다. 그런데... 장군이가
"여기야"
하는데 난 이를 악 물었다.
'이 개X끼가 나한테 사기를'
그 곳은 분식집이 아니라 교회였다.
"야 여기 교회잖아? 그럼 니가 말한 쿠폰이 달란트냐?"
"응. 교회가자 그러면 안갈까봐 쿠폰이나 달란트나 어쨌든 떡볶이가 목적이니까 떡볶이나 같이 먹자!"
"니가 뭘 잘 모르나본데 나 옛날에 교회 다녔어! 내 친구랑 친구네 엄마가..."
이런 설명을 하며 우린 떡볶이를 먹었는데 장군이가 말했다. 여기 형들이 자기 농구를 알려 준 사람들이라고. 다 먹고 한판 하겠냐고.
'이녀석 수준의 사람들이면 보통은 아닐텐데‘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 형들은 그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키는 나보다 작은데 나보다 훨씬 잘했다.
"오 장군이 친구 좀 하네? 이름이 뭐라고?"
"신일이예요 형! 형들 농구 개 잘하시네요? 어떻게 이렇게 됐어요?"
"잘하긴 뭘! 고마워! 장군이랑 나중에 또 하자!"
"나중에 언제요?"
"너 시간 괜찮을 때?"
"네 형! 장군이한테 말할게요! 나중에 또 해요"
이렇게 나는 꼼짝없이 농구하러 또 교회를 가게 되었다.
출처
https://blog.naver.com/daki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