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새로운 인연
“이대리님, 부장님이 찾으시는데요”
경민은 갑작스런 부장의 호출로 부장실로 향했다.
“똑, 똑”
“부장님 이경민입니다”
“들어오게”
부장실에 들어서자 부장이 이미 소파에 앉아 여러 장의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김환경 부장. 서울대학을 졸업 후 국제그룹에 입사, 일본의 유력 게임기 업체인 세가시즈에 교섭을 진행하여 한국에서 기가드라이브의 판매권을 획득한 인물로 현재는 게임기 사업 외에 온라인 및 여타 게임 시장에 대한 사업성을 조사하고 있다.
“거기 앉지”
경민은 부장 맞은편에 앉았다. 부장이 얼마간 테이블의 보고서를 흩어 보더니 이윽고 경민에게 말한다.
“이대리, 자네 게임기 사업부에서 일 한지 이제 3년 차지?”
“네 햇수로는 그렇게 되는군요”
“오늘 자네를 부른 건 다른 게 아니네, 새로운 팀을 만드는데 자네가 좀 맡아줬으면 해서 말이야”
“신규사업 말씀이십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신규사업이라기 보다는 게임개발팀이지, 지금 고전하고 있는 32비트 게임기 기가새턴말일세. 그걸로 국산 게임을 하나 만들려고 해”
경민은 가슴이 뛰었다. 국제그룹은 이미 4년 전에 16비트 게임기 기가드라이브용으로 슈팅 게임을 만들었다가 실패한적이 있다. 대기업 특성 상 한번 개발에 데었으므로 다신 안 만들 줄 알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위로부터 기회가 내려온 것이었다.
“이미 팀 구성은 대강 되었네. 자네는 다음주에 과장으로 승진 될 거야. 자리도 다른 곳으로 옮겨질 테니까, 그 동안 현재 맡은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에 전념하고 있게”
“알겠습니다”
경민은 부장실에서 나오면서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생각보다 일이 수월하게 풀릴지도 모르겠군’
그로부터 일주일 뒤, 경민은 일하던 부서의 업무 인수인계를 마치고 자리를 옮겼다. 새로 옮긴 자리는 과장 석으로 단독 데스크가 배정 되었으며 경민 외 5명의 개발자가 앉아 있게 되었다. 한 명의 프로그래머에 네 명의 그래픽 디자이너로 구성 된 전형적인 개발 프로세스였지만 문제는 5명 모두 게임 개발 외적인 업무를 맡고 있다가 갑자기 게임 개발 쪽으로 발령이 났다는 점이었다.
프로그래머 한 명은 원래 기가새턴용의 한글 롬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가 단지 어셈블리어 사용에 능숙하다는 이유로 발령이 났다. 나머지 그래픽 디자이너 네 명은 각기 다른 부서에서 온 것이었다. 각각 맡았던 업무도 CAD, 건축디자인, 로고디자인 등으로 다양해서 게임 쪽과는 하등 관련이 없었고 단지 디자인에 공통적으로 관계 되었다는 것뿐이었다. 경민은 팀원들의 프로필을 보고 일주일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민했다.
‘이걸 대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기술적 사항은 둘째 치고 팀원들 전체가 게임 개발에 별로 열정이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그것이 제일 걱정이었다. 경민이 아무 말 없자 팀원들은 별 다른 질문도 없이 매일 칼 퇴근을 반복하기 일수였기 때문이다. 헌데, 어느 날 경민의 눈에 늦게까지 게임 플레이에 열중하고 있는 여직원이 띄었다. 경민은 김미수라는 그 여직원이 원래 다른 부서에서 상품의 로고나 마크 등을 디자인 했었던 것을 생각해 냈다.
경민이 가까이 가 보니 그녀는 시장에서 한창 유행하고 있는 세로스크롤 슈팅 게임을 플레이 하고 있었다.
“미수씨 집에 안가요?”
“아 네, 과장님. 이것만 끝 내구요”
미수는 그렇게 말하며 계속해서 모니터에 집중했다. 경민이 모니터를 보니 이미 난이도가 꽤 올라있는 레벨인데도 거의 데미지를 입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 보였다. 상당히 순발력 있는 플레이로 이 정도까지 하려면 게임을 몇십번 이상은 반복했을 거라 생각이 되었다.
“미수씨, 이 게임 어때?”
“꽤 재미있어요. 캐릭터도 괜찮은 거 같고……”
“미수씨 이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 이거 말이야. 이걸 한번 스프라이트 되는 걸로 디자인해 볼 수 있을까?”
“언제까지요?”
“3일 정도면 어때?”
미수는 잠깐 말을 멈추고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하지만 최고 난이도의 레벨에서 너무 대화에 신경을 쓴 탓인지 곧 플레이어 캐릭터가 파괴 되어 버렸고 화면에 ‘게임오버’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뜨자, 미수는 패드를 내려 놓으며 경민을 쳐다 보았다.
“좋아요. 하지만 이건 보고 그대로 찍는 거니까 다른 형태로 디자인은 거의 없을 거에요. 그냥 여기 움직이는 거랑 똑같이 나온다는 이야기죠”
“괜찮아, 난 미수씨가 이 캐릭터의 움직임을 그대로 찍는지 그걸 보고 싶은 거니까”
3일 후, 미수가 다 된 결과물이라고 놓고 간 디스크를 툴로 돌려 본 경민은 만족했다. 캐릭터의 움직임도 거의 완벽하고 제한 된 팔레트에서 색을 고르는 것도 훌륭했다. 게다가 원래 게임에 없었던 여러 애니메이션도 추가해 넣은 것은 센스도 있어 보였다. 다음날, 경민은 퇴근하려는 미수를 불러 세워 놓고 말했다.
“미수씨, 일에 대해서 물어 보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으면 식사라도 같이 할까?”
“좋아요!”
미수는 흔쾌히 응했다. 물론, 부서장의 부름이니까 따라올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쉽게 둘만의 식사 초대에 응해주다니…… 경민은 약간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과장님이 사주시는 거니까 비싼걸 먹고 싶은데요?”
“그래? 어디든 상관없으니 가자구”
“회 어떠세요?”
“좋아, 이 밑에 잘하는 집이 있으니 그리 가지”
경민은 자리를 일부러 다다미 방으로 골랐다. 조용한 곳에서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고급 횟집이라 그런지 나오는 스키다시도 다양했는데 미수는 거의 모든 종류를 고르지 않고 좋아라 하고 먹었다.
“이 집은 정말 회가 정식으로 나오네요. 도쿄에서 먹었던 것하고 그다지 차이가 없어요”
“도쿄에서? 미수씨 일본에 갔다 온 적이 있나?”
“네 학교 다닐 때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연수를 갔다 왔었거든요. 그 때, 많이 먹었죠”
“연수 갔을 때 뭘 배웠는데?”
“게임그래픽 과였어요. 원래 CG에 관한걸 하고 싶었는데 거기 밖에 없었거든요. “
“아니 그럼, 원래 게임 개발 과정을 배운 거네?”
“처음부터 게임에 관심이 있어서 배운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많이 배웠죠. 그때부터 관심도 좀 가지게 되었고……”
경민은 속으로 안도감이 들었다. 게임에 대해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로 꽉 찼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경민이 보기에 미수는 아주 명랑하고 그래픽적인 감각도 있었다. 어쩌면 팀장을 시켜줘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미수씨! 솔직이 우리 입장에서 게임을 새롭게 기획해서 만들기는 벅찰 거 같고 아까 보았던 그런 류의 슈팅게임을 만들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직접 디자인도 해보았으니 느낌이란 게 있을 거 같은데”
“제 생각에도 슈팅이 가장 좋을 거 같아요. 하지만 저걸 만들려면 지금 아주 중요한 게 빠진 거 같아서……”
“그게 뭐지?”
“원화요”
경민은 자신의 빈 잔에 술을 마저 따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시기에 원화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디자이너라니 의외였다. 그것도 업계 경력조차 없는 젊은 여자 아이가.
“원화라면, 그림 그리는 거 말이야?”
“일본에 있을 때 강사한테 아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거든요. 시각적인 자료 구성 없이 CG 디자인에 들어가지 말라나요? 뭐 사실 CG니까 컴퓨터로만 쓱싹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거기 사람들은 항상 원화라는걸 기획과 동시에 회의를 해서 결정하고 그 원화의 테두리 안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하더라고요. 처음엔 좀 귀찮은 생각도 들었는데, 디자인 할 때 원화가 있는 것하고 없는 것하고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을 깨달았죠”
“음 말을 듣고 보니 그러네, 나도 그런 생각을 안한건 아니었는데, 원화라…… 어디서 그런 사람을 구 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 PC게임 만드는 업체에 수소문하면 구할 수 있으려나?”
“국내에는 인재가 없을 거에요. 일본에서 유명한 분을 섭외하면 어떨까요?”
“그렇게 되면 좋긴 한데 어디 인맥도 없이 막상 유명한 사람한테 가서 한국에서 왔는데요. 당신의 그림이 좀 필요합니다~ 라고 하면 해주려나 모르겠군”
“그건 저한테 방법이 있어요”
“어떤 방법인데?”
“응~ 그건 오늘 과장님이 어디까지 사주시는지 보고요. 2차 가실 거죠?”
“어? 뭐 미수씨만 괜찮다면 나야 뭐…… 그런데 괜찮겠어?”
“저 꽤 술 잘 마셔요”
말을 마치자 미수는 앞에 놓인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도 술이 서너 순배 돌았다. 그녀가 그렇게 취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경민은 미수를 데리고 근처의 노래방으로 들어 갔다. 맥주나 몇 잔 마시며 노래 부르고 끝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수는 끈질기게 남녀가 듀엣으로 부르는 노래만 선곡했다. 노래 내용도 모두 남녀간의 빗나간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가사가 대부분이어서 경민은 노래 부르는 내내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이거 너무 늦어지면 문제가 되는 거 아닌가……’
조금 거리를 둬야겠다고 생각해서 다른 노래를 고르려고 선곡 집을 집어 드는 순간, 미수가 갑자기 경민의 무릎 위에 걸 터 앉았다. 경민이 깜짝 놀라서 미수의 얼굴을 쳐다보는 순간 미수가 경민의 귀에 대고 뜨겁게 속삭였다.
“과장님, 오늘 밤 저하고 같이 있어요”
경민은 순간적으로 술이 확 깨는 느낌이 들며 뭐라 말하려 했지만 이번엔 미수의 입술이 그의 입술에 강하게 밀착 되어 왔다.
‘모르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있겠냐고 생각하며 경민도 그녀를 껴안고 거칠게 노래방 의자에 밀어 붙였다. 뜨거운 입술 사이로 둘의 숨결이 교차했다. 경민은 미수의 숨결을 느끼면서 갑자기 머릿속에 아란이 생각났다. 그런데, 그 순간.
‘쾅-! 쾅-!’
노래방 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경민과 미수가 소스라치게 놀라 얼굴을 들어 보니 노래방 주인이 문의 유리창에 대고 손으로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연신 손을 흔들어대는 그의 제스처가 너무나 코믹했기 때문에 경민과 미수는 순간적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한동안 자지러지게 웃으며 둘은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겨 일어 났다.
“과장님 아무리 그래도 여긴 좀 그렇죠?”
“그……그렇지?”
둘은 노래방을 나와 바로 앞에 있는 호텔에 객실을 잡았다.
‘쏴아ㅡ’
화장실에서 미수가 샤워하는 소리만이 들려오고 있는 가운데, 경민은 혼자 침대에 걸 터 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휩싸였다.
‘아직 미혼일 테니 간통죄는 아닐 테고…… 아 그렇군, 회사 사규에 보면 이런 걸로 퇴사할 수도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경민은 아직 미혼이었다. 그리고, 미수도 미혼이었고 둘이 동침을 한다고 해서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 다만 과장 발령이 나고 얼마 안돼서, 그것도 같은 부서의 여자에게 손을 댔다고 하는 사실은 회사에 별로 좋게 비춰질 거 같지는 않았다.
‘뭐, 상관 없겠지……’
그렇게 스스로 자위를 하고 있는데 화장실 문이 열리고 미수가 나왔다. 타월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경민은 그녀가 평소 보아오던 느낌과 달리 글래머 한 몸매를 갖고 있다는데 놀랐다. 키도 큰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평범한 여사원으로 보았는데 훌륭하게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가슴이나 엉덩이의 볼륨은 최고였다.
미수는 살짝 웃어 보이며 침대에 앉아 있는 경민에게 다가 와 먼저 껴안았다. 경민의 코 끝에 그녀의 수풀이 닿았다.
“미수씨…… 괜찮은 거지?”
“응? 뭐가 말인가요?”
미수가 경민의 머리를 들어 올리며 고개를 숙여 쳐다 본다. 예의 장난끼 어린 눈망울이다.
“회사라는 거니깐…… 아무래도 매일 보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그……”
“과장님 전 어린애가 아니에요”
미수가 경민을 침대에 밀어 눕히며 말했다. 경민은 그제야 미수의 상체를 안고 침대 위에 뒹굴었다. 경민은 열정적으로 그녀의 목덜미와 가슴 언저리에 키스를 퍼부으며 와이셔츠를 벗어 던졌다. 몇 번인가 그녀의 몸 속을 드나 들며 아련하게 북악산에서의 키스의 느낌을 떠올렸지만, 곧 눈 앞의 미수에게 집중했고 둘은 하나가 되었다.
다음날 경민이 눈을 떠보니 미수는 이미 옷을 챙겨 입고 일어나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창문 밖이 환한 것을 보고 경민은 정신이 바짝 들었다.
“이런! 미수씨 지금 몇 시야?”
“어머 과장님 일어 나셨군요. 너무 곤히 자는 것 같아서 안 깨웠는데”
“그보다 서둘러야겠군. 회사에 늦겠어”
“과장님, 오늘은 개천절이에요”
“그래?”
경민은 그제야 달력을 보고 온몸에 힘이 빠지며 침대에 벌렁 누워 버렸다. TV에서는 아침 드라마를 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드라마의 소재가 직장에서의 상사와 부하 직원의 불륜을 다룬 것이었기 때문에 경민은 잠깐 시니컬한 기분에 빠졌다.
‘하지만 난 유부남이 아니지’
경민은 스스로에게 그렇게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러면서 찬찬히 미수를 살펴 봤다. 긴 생머리, 단정한 옷차림. 어딜 봐도 어제의 그런 도발과는 거리가 있는 여자다. 갑자기 경민에겐 그녀가 어제와는 다른 딴 사람처럼 느껴졌다.
경민은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끌어 안았다. 미수는 여전히 시선을 TV에 응시한 채 경민의 품 안에 안긴다.
“미수씨, 어제 말한 약속을 지켜야지”
그 말에 미수는 경민을 쳐다 보며 약간 웃음 지어 보였다.
“이번에 만드는 슈팅 게임은요. 이전 것들과 달리 메카닉 보다는 미소녀 캐릭터를 등장시켰으면 해요”
“그래? 하지만 슈팅 게임은 쏘고 부수는 거라서 전쟁물이 주종이었잖아. 요새 들어서는 SF가 강세니까…… 미소녀 캐릭터라면 슈팅하고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괜찮을까?”
“바로 그거에요. 그 점을 노리는 거죠. 우리가 만드는 슈팅 게임이 기교면에서 일본 게임과 비교 될 수는 없을 거니까 다른 부분에서 경쟁 요소를 찾아야 해요”
경민은 前世에서 있었던 건버드 같은 게임을 생각해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미수의 게임에 대한 감각이 놀랍기만 하다.
“현재 일본 동인 계에서 탑 클래스에 속하는 타카하시 마도카라는 분이 있어요. 그 분에게 맡기면 될 거에요”
“그럼 당장 만날 준비를 해야겠군. 하지만 어디서부터 수소문을 해야 할지……”
“걱정 말아요. 이전에 일본에서 수학 할 때 동인 쪽에 친구를 사귀어 두었으니까요. 제가 연락을 해둘 테니 과장님은 출장 준비만 하시면 되요”
“미수씨 정말 게임 개발이 처음인 거야? 도트만 잘 찍는 줄 알았더니 섭외에 인맥관리까지…… 정말 의외인데?”
“과장님 설마 지금 이루어진 스탭 들이 게임 개발에 초짜들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아니 그건 무슨 소리야?”
미수가 웃으며 경민의 코를 어루만진다.
“저도 그렇지만 지금 모인 스탭들 대부분이 사내에서 극비리에 기가드라이브용 게임 개발에 투입 됐던 사람들이에요. 물론, 그 프로젝트가 잘 안 돼서 다른 부서로 갔다가 다시 모인 거지만”
“정말이야? 근데 왜 내가 받은 이력서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지?”
“그게 실패한 프로젝트였으니까 그렇죠. 비밀리에 가동했는데 결과가 안 좋았다면 그 프로젝트를 입안한 사람이 회사에서 정치적인 타격을 입게 되니까요”
경민은 정치적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았다. 확실히 국제그룹은 대기업이고, 누군가가 공을 다투어 프로젝트를 진행시켰는데 결과가 안 좋았다면 덮어 두고 싶기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비밀리에 스탭들을 움직이고 헤쳐 모여 까지 하려면 인사 팀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면 안 된다. 최소한 프로젝트 기간 중에 스탭들을 원래 업무에서 제외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막강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 대체 누구야?”
“누구긴 누구에요. 바로 당신의 상사, 김부장님이죠”
그제서야 경민은 사정을 알 것 같았다. 김부장은 원래 게임기 사업 부문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고 그의 포기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비추어 볼 때, 직접 하지 못하더라도 대리로 누군가를 세워서 달성해 보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을 법했다. 요는 김부장이 이번에 자신을 지목해서 대리로 내세웠다는 말이었다.
‘예산이나 부서별 협조 측면에서 기대해도 좋겠는걸’
경민은 자신감이 한층 더해지는 기분이었다. 단순히 상부에서의 지시뿐이었다면 김부장에게도 꼼꼼히 보고하고 예산 문제도 신경을 써야겠지만, 예산 책임자이자 다른 부서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김부장이 뒤에 있다면 여러 가지로 든든하다. 자신감이 붙는 것도 당연한 노릇이었다.
“그렇군, 좋아. 다음주에 당장 일본으로 갔다 와야겠어”
“올 때 오미아게 잊지 말아요”
미수가 경민의 볼을 쥐고 흔들며 장난스럽게 말하자, 경민은 미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긴 출장의 전에 하는 마지막 키스로서 여운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첫 리플의 영광...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됩니다. ^^
커헉! 이거 19금 제한달아야하는 글 아닌가요?
와아... 이거 수위도 들락날락하고... 내용도 재미있고... ㅎㅎㅎ;;;
흠...별수없지만 개발자1세대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받았군요. 좀 아쉽습니다.
잼있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어익후 왠 야X... 하지만 재미는 있네요 ㅋ
삼성에서 정말 새턴용 슈팅게임을 제작하려 했다는 건가? 꽤나 흥미로운 사실인데요. (스팀 하츠와 비스무리한 슈팅이 나올 수도 있었다는 얘긴데...)
단어선택면이나 문체가 정말 일본식같은 느낌이 드네요...-_-;;
뭐지 약가남아있던 나의 기대와 흥미는 어디로 간거지..
이건 온라인게임에 비판만있고 없어도 될이야기도 많고 윗분말씀마냥 단어선택에서 무슨 일본소설도아니고
갑자기 이야기가 중간에 삼천포로 ㄱ-;;
닥치고 와이셔츠
잘 나가다가 갑자기 왜 야설로 바뀌지 -_- 쩝.. 안 봐.
뭔가 했더니 야설 아.......
ㅋㅋㅋ
하지만 난 유부남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