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
2024
작곡: 윤종신, 이근호
편곡: 이근호, 김건
작사: 윤종신
"30년 후에도 단 몇 분만 시간 내줘요."
생각을 글로 옮길 때 더욱 유려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더욱
간결해지는 사람이 있는데요. 저는 후자 쪽인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여러 방향으로 시도를 해보았는데 꾸미기 위해 노력하면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오더라고요. 그게 더 화려해보일 수는
있을지언정 실제로 제 머릿속에 있는 그림과는 멀어지는 거죠.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적확한 단어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의 어휘력
안에서 제가 떠올린 생각에 가장 근접한 단어를 쓰는 거죠. 이러한
작업 방식 때문에 저는 다양한 글쓰기 장르 중에서도 유독 가사와
잘 맞는다고 느끼는데요. 가사는 이야기에 걸맞은 단어를 선택하고
또 축약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저는 저와 잘 어울리는 최적의 장르로
제 생각을 표현하고 있네요.
가수, 뮤지션, 싱어송라이터, 작곡가, 작사가. 저를 표현할 수 있는
여러 말들이 있는데요. 요즘 저는 스스로를 '노래 이야기 작가'로
정의해보고 있어요. '음악'보다는 '노래', '곡'보다는 '이야기'가 실제로
저의 작업과 더 밀접한 단어라고 느끼거든요. 그러고 보니 지난 30년간
저의 활동은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쪽으로 좁혀지는 과정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요. 수많은 가능성들을 경험하기 위해 확장되었다가 진정으로
내게 잘 맞는 자리에 안착하기 위해 축소되는 것 같달까요. 10년 전부터
그렇게 가지를 쳐나가는 작업이 시작된 것 같고 아마도 나이가 들을수록
더욱 좁혀지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내가 더 잘할 수 있고 더 즐길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싶고요. 저는 점점 좁혀지고 선명해지는 이 방향이
마음에 드네요.
==========================================================
2024 월간 윤종신 10월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