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도 재미도 4배로, ‘헤일로 인피니트’ 협동 모드 체험기
기다림이 참 길었다. MS와 343인더스트리는 오는 8월 말 론칭을 목표로 ‘헤일로 인피니트’ 캠페인 네트워크 협동(Campaign Network CO-OP) 모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그 일환으로 정식 론칭보다 한 달 앞서 Xbox 인사이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니 관심이 있다면 신청해보자(보통 몇 분 내로 승인된다). 금번 테스트는 별개의 콘솔끼리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네트워크 협동 모드를 대상으로 하며, 한 화면을 나눠 쓰는 스플릿스크린 협동 모드는 오는 11월 시작될 시즌 3서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게임 본편에 대한 소개 및 평가는 앞서 발행한 리뷰로 갈음하겠다.
'헤일로 인피니트' 네트워크 협동 모드 공식 시연, 10분 30초부터 게임 플레이다.
원사님 분신술 쓰신다
‘헤일로 인피니트’ 캠페인을 친구와 함께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게임 내 소셜 메뉴에서 미리 화력조를 편성하거나 별도의 친구 초대 기능을 활용하면 된다. 화력조 정원은 방장을 포함하여 최대 4인. 협동 플레이는 시네마틱 컷신을 비롯한 캠페인 시작부터 끝까지 전구간에 걸쳐 이루어진다. 여기서의 진행 상황, 가령 무장이나 도전과제 달성도 등은 언제든 솔로 플레이로 이어갈 수 있다. 역으로 솔로 플레이 중 어려움을 느껴 도움을 받는 것도 가능한데, 이때 서로 임무 진척도가 다르더라도 모두의 공통 분모를 기준으로 조정되어 특정 구간을 놓칠 걱정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 명의 마스터 치프를 전제로 짜여진 캠페인을 여럿이 함께 즐길까. 이 방식은 고전 소설 ‘홍길동전’서 홍길동이 펼치는 분신술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인트로 컷신이 끝나면 → 마스터 치프가 화력조 인원만큼 분열한다 → 여럿이 신나게 싸우다가 → 누구든 목적지에 도달하면 → 이벤트 컷신이 시작되고 → 다시 분열하고 반복. 즉 스토리 상 마스터 치프는 한 명으로 취급되므로 특별히 내용이나 연출 변화가 없어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물론 스토리 상 그렇다는 것이고 서로 결합하고 분열하는 와중에도 무장 및 업그레이드는 제대로 구분된다.
하나의 세이브 파일로 캠페인 솔로잉과 코옵을 부드럽게 오갈 수 있는 것이 특징.
※ '이 협동 게임 세션은 모든 화력조 멤버를 통틀어 가장 많이 진행된 임무에서 시작될 것입니다'라는 번역 탓에 본래 의미를 반대로 받아들이기 쉽다. 원문은 'This Co-Op session will begin at the furthest Mission reached by all Fireteam members'로 '모든 화력조가 도달한, 가장 많이 진행된 미션' 즉 그냥 가장 적게 진행한 멤버에게 맞춘다는 뜻이다.
인트로와 엔딩을 포함한 모든 컷신은 멤버 모두가 마스터 치프 시점으로 감상한다.
그러다 실제 게임 플레이가 시작되면 화력조 인원만큼 마스터 치프가 분신술을 쓰는 식.
물론 무장과 업그레이드는 각자 적용이다. 스파르탄 코어는 누가 줍든 똑같이 상관없다.
혼자서도 공포스러운 데몬, 마스터 치프가 넷이나 되니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헤일로’ 협동 모드는 전통적으로 엄밀한 밸런스보다 재미를 중시해왔으며 이는 본작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아군이 살아있는 한, 총에 맞든 중력 망치로 머리가 깨지든 헤일로 깊이 추락하든 아무런 페널티 없이 부활할 수 있다(누가 살려줄 필요도 없다). 설령 화력조가 전멸한대도 체크 포인트서 다시 시작할 뿐이다. 화력이 네 배인 건 말할 것도 없고, 머릿수가 많은 만큼 어그로도 분산되니 혼자일 때보다 훨씬 과감하고 바보 같은 돌격을 감행하곤 한다. 다 함께 쏘고 죽고 웃음이 터진다.
‘헤일로 인피니트’의 백미인 그래플링훅은 협동 모드서 더욱 빛을 발한다. PvP서 아군에게 사용해봤다면 익숙할 텐데, 앞서가는 동료에게 줄을 걸고 딸려가거나 추월하는 식으로 손쉬운 이동 + 약간의 트롤링이 가능하다. 경직 같은 부가 효과는 적용되지 않지만 살짝 대미지가 들어가기 때문. 그렇다. 협동 모드에선 기본적으로 프렌들리 파이어가 허용된다. 심지어 필자는 이를 끄는 옵션도 찾지 못했다. 어차피 쉴드만 버티면 실질적인 피해가 없고 부활이 자유로운 만큼 재미 요소로 남겨둔 듯하다. 그래도 충돌 판정까진 존재치 않아 몸으로 길을 막거나 밀기는 안된다.
"저곳이다!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스콜피온 전차를 몰고가서 행패 부리는 건 물론이고,
멀찍이 자리잡고 전장을 넓게 보며 아군을 지원하는 저격수 노릇을 할 수도 있다.
'헤일로 인피니트' 보스전은 대부분 일대일 상황이라, 좀 비겁한 기분까지 든다.
설령 적에게 사살되거나 추락하더라도 전멸하지만 않으면 몇 초 내로 부활한다.
재미있지만, 최선은 아니다
‘헤일로 인피니트’ 협동 모드는 분명 재미있다. 엎치락뒤치락 서로 그래플링훅을 걸며 끌려다니고, 한 명이 미끼로 적을 모은 뒤 수류탄을 죄 까버리고, 전진작전기지서 생성한 레이저백에 UNSC 해병대까지 우르르 태우거나, 친구가 모는 스콜피온 전차 좌우에 대충 올라타 이동하는 등 웃긴 상황이 곧잘 벌어진다. 다만 엄밀히 따지자면 이러한 재미는 본작의 협동 모드만이 갖는 고유한 매력이라기보다 친구와 함께 놀 때 으레 느낄만한 감상이다. 물론 캠페인 전반에 걸쳐 협동 플레이를 가능케 한 점은 인정하나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상술했듯 마스터 치프가 분신술을 쓰듯 분열했다 결합하는 건 기존 캠페인을 전혀 수정하지 않아도 되는 간편한 방법이다. 일례로 배니시드 전함을 자침시키고 도망치는 도입부를 보자. 여기선 긴박함을 배가하기 위해 마스터 치프가 특정 지점을 통과하자마자 바닥이 꺼지거나 격벽이 내려앉는다. 협동 플레이의 경우, 여럿이 바짝 붙어서 달리지 않는 한 최초로 누군가 통과하면 나머지는 무조건 죽는다. 친구끼리야 이 상황이 그저 재미있고 부활하면 그만이니 딱히 문제삼지 않지만, 냉정히 말해서 343인더스트리가 한 일이라곤 마스터 치프를 여럿으로 늘린 것뿐이다.
'헤일로 인피니트'의 호평 요소인 그래플링훅은 코옵에서도 빛을 발한다. 트롤링이 아주…
기본적으로 프렌들리 파이어가 허용되므로, 실수를 가장하여 친구를 찰지게 패버리자.
이런 탈출 구간은 최초 통과자가 주인공 취급으로, 나머지는 얄짤없이 사망한다.
나를 버리고 지상으로 올라가는 친구 XX들. 물론 로딩 후에는 어느샌가 합류해있다.
이외에도 343인더스트리의 무성의함이 거슬리는 부분이 더 있다. 일단 분신술이라 당연하게도 모두 똑같은 모습이다. 배니시드 요새라도 털려면 전방위로 몰려오는 적들과 난전이 되기 십상인데, 아군이 너도나도 초록색이라 구분하여 호명하기 난감하다. 머리 위에 닉네임이 뜨지만 그 작은 글씨가 제대로 보이겠나. 그냥 PvP처럼 저마다 스킨을 고를 수 있으면 해결될 문제다. 그리고 누구 하나가 빠른 이동을 하면 모두가 강제 소환되고 이벤트 컷신도 한 명이 스킵하면 모두 종료되는 등, 어떤 식으로든 화력조에게 영향을 끼칠 때 동의를 구하는 투표 기능이 아예 없다.
‘헤일로 인피니트’가 자랑하는 오픈월드 활용도 미묘하긴 마찬가지다. 화력조가 떨어질 수 있는 거리는 800피트(약 240m)부터 경고가 떠서 1000피트(약 300m)면 한계에 달한다. 그 이상은 한 쪽이 죽고 동료들 근처로 소환된다. 240~300m가 어느 정도인지 확 와닿지 않을 텐데, 작중 최대 규모의 배니시드 요새 중 하나인 바수스 채굴지를 마음껏 흩어져 공략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몰려다닌다면 문제가 안되는 거리다. 하지만 화력조를 둘로 쪼개어 각기 다른 요새를 공략하는 식의 플레이는 불가능하다. 저마다 원하는 임무를 따로 수행할 수도 없다.
가뜩이나 난전의 반복인 '헤일로 인피니트'인데, 스킨조차 없으니 아군 식별이 어렵다.
화력조와 1,000피트 이상 떨어지면 죽는다. 오픈월드의 자유로운 활용이 아쉬운 부분.
특정 위치로 빠른 이동하거나 컷신을 스킵할 때 동의가 필요없다. 방장이 아니라도.
가끔은 엘리베이터 같은 것들이 플레이어 한 명만 태워서 사라지기도(저기, 방장은 난데…)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
정리하자면 ‘헤일로 인피니트’ 협동 모드는 딱 필요한 기능만 구현되었으나, 그럼에도 친구와 함께 쏘고 달리고 터지고 추락하는 재미는 살아있는 편이다. 앞서 지적한 투표 기능이나 강제 소환 등도 친구끼리 오디오챗으로 소통한다면 큰 문제는 아닐 법하다. 궁금한 건 이렇게 최소한도로 만들면서 어째서 본편으로부터 9개월이나 걸렸냐는 점이다. ‘헤일로 인피니트’를 리뷰할 적에 뭔가 쫓기듯 마감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제 또 협동 모드를 졸속 출시하는 모양새다. 도대체 343인더스트리는 왜 항상 시간에 쫓기는 건가. 이 스튜디오가 제때 업데이트하는 건 상점밖에 없지 않나.
협동 모드가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게 본편 출시 후 9개월이나 더 걸릴 일인가 싶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