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토리와 연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하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했다는 것도 아닌, 전반적으로는 딱 기대한 수준만큼 해줬다?
기대보다 아쉬웠던 부분은, 암흑군주의 전사로써의 면모가 보스전을 제외하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둠벤져스 어셈블 이후에 그 전장 한가운데에서 둠 슬레이어가 누구보다도 많이 악마들을 쳐부수며 나아갔듯이, 이에 대비하여 악마들 사이에서 가장 센티넬 군을 능숙하게 쳐부수는 암흑 군주의 모습이 간간히 컷신으로 보였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예를들면
길이 막혀 있음
> 컷신 재생
> 날아다니던 암흑 군주가 주변 전함을 쓸어버리며 타이탄을 쓰러트린 아틀란에 돌격하여, 아틀란을 순식간에 쓰러뜨림
> 아틀란이 넘어지면서 막힌 길이 무너져 길이 뚫림
> 슬레이어와 암흑군주가 서로 눈을 마주치고 노려봄
> 암흑군주의 대사 '대충 임모라 중심부에서 기다리겠다는 내용'
> 암흑군주 날아감
이런식으로, 얼마든지 암흑군주가 전투에 참여하는 모습을 잠시나마 보여줄 수 있었다면, 그가 둠 슬레이어에 비견되는 전사라는 것을 더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기대보다 좋았던 부분은, 그의 계략과 정체에 있습니다.
왜 사무르는 하필 이방인인 둠 슬레이어를 선택했는지, 칸 메이커는 왜 그렇게 쉽게 타락했는지 등을 이번에 밝혀진 코덱스 문서에서 암흑 군주의 계략이 있었다고 설명했죠.
둠 슬레이어가 승천할 때 암흑군주의 힘을 받았던 것이고, 사실상 둠 슬레이어의 얼굴이 암흑군주와 똑같은 이유는 이 때문이라는 것이 추론 가능해졌구요.
이게 자연스럽게 엔딩 장면에서 둠 슬레이어가 쓰러진 이유에 대한 설명도 되죠.(그 역시 암흑 군주의 권능을 받은 존재이므로)
무엇보다도, 악마를 향한 둠 슬레이어의 증오심을 이용해 오히려 그것이 우르닥의 파멸로 이어지게끔 한 지능적인 면모도 높이 살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역이용하여 우르닥 이상으로 지옥을 몰락시킨 아버지 역시 대단하지만요.
암흑군주가 창조주였다는 진실도 아버지가 그를 죽이지 않은 이유, 그가 그렇게 깊이 타락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해 어느정도 보충 설명을 제공해준 셈이구요.
다만 반전이 밝혀진 뒤에 결말이 너무 급히 마무리지어져 이야기가 정리는 잘 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먼저 반기를 들고 그 이후에 복수심으로 인해 암흑 군주가 타락한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지구가 있는 차원의 우주(클래식 지구와 리부트 지구 전부 포함)와 그 외의 차원들은 아버지가 만든 것인지, 그 전에 암흑 군주가 만든 것인지
창조주의 권능이 절대적인 것이 아닌 셈인데, 그러면 아버지가 없어도 우르닥의 루미나리움을 통한 메이커의 환생이 가능한 것이 아닌지
등등 암흑군주가 창조주라는게 밝혀지면서 우르닥과 지옥에 대한 수많은 질문점들이 생긴 셈인데 이애 대한 설명이 전혀 되질 않아버렸습니다.
그 외에 보스전에서 나타나는 연출은 웅장해서 좋았습니다
처음엔 임모라 중심부의 방에서 시작되어 지옥화된 지구의 풍경을 거쳐 잉모어 성소로 변하는 모습이 암흑군주의 엄청난 힘을 보여주면서, 시리즈의 마무리를 짓는 전투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망치 맞으면 머리에 별 도는 연출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지만, 저는 원래 둠의 감성에는 그런 뻘한 코믹함도 있다고 생각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2. 보스전 전투
dlc 1회차를 마친 뒤, dlc 전반적인 평가글을 처음 올렸을 때에는 암흑군주의 보스전을 '괜찮은 보스전이지만, 마지막 보스전으로써는 검투사 심화판이라 크게 아쉽다.'라고 표현했는데, 2회차까지 하고서 좀 뽕이 빠지고 나서 느끼기에는 '많이 실망스럽다.'까지 평가가 내려갔습니다.
1회차 때에는 보스전을 하면서 그다지 모험을 하려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냥 제시된 튜토리얼 대로만 싸워봤었거든요.
그러니 '검투사 심화판'이라는 느낌만을 받았었습니다.
그런데 2회차가 되어 보스전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면 해볼수록, 꽤 불쾌한 경험을 해야했습니다.
검투사나, 머라우더도 기본적으론 방패와 패링의 눈치싸움이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무기를 활용하여 어떻게든 딜을 넣는 방법이 있었죠
하지만 암흑군주는 그런걸 정말 철저히 막아놨더라구요.
이렇게 하면 딜 먹일 수 있나 ? 안되네 ? 그럼 이건 ? 어 이것도 안돼 ? 그럼 이건 어때 ? 진짜 다 안돼? 심지어 그렇게 하면 힐해 ?
그러고 나니 2회차에 이르러 깨달았습니다.
이 보스전이 리부트 시리즈와 클래식 시리즈를 모두 통틀어서 가장 수동적인 보스전이라는 사실을요.
어떤 방법을 활용해도 암흑군주에게 데미지를 먹일 방법은 존재하질 않더군요.
오직 패링 후 망치질하는 것만 빼구요.
암흑 군주가 슬레이어를 공격하며 체력을 힐하는 것 자체에는 불만이 없습니다.
슬레이어 역시 적을 쓰러뜨리면서 동시에 자신의 힘을 보충하면서 싸우니까요.
암흑 군주가 그렇게 힐을 하면서 싸우는 모습은 그가 둠 슬레이어 못지 않게 끝없는 전투의 화신이라는 걸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서로 계속 힐을 하면서 장기전을 해야하는데, 그 보스전의 흐름이 원패턴 패링싸움이라는 지루하고 루즈한 전투라는 점이죠.
이전 평가 글에도 말했듯이, 아이콘 오브 신 전투처럼 가진 화력을 다 때려박아 싸운다는 기믹을 발전시키는 편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암흑군주가 슬레이어처럼 다양한 무기로 엄청난 화망을 때려붓게 만들고, 그 공격에 맞을 수록 암흑군주가 회복하게끔 만드는 거죠.
그만큼 슬레이어는 암흑군주 못지 않게 일정 수준 이상의 dps를 계속 쉼없이 투사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무기 스왑 테크닉이 거의 필수가 되도록 구성했다면, 둠 시리즈의 호쾌함을 살리는 한편, 말그대로 너죽고 나죽자 식 상남자의 결투 같은 느낌이었을텐데....
전반적인 둠 시리즈의 호쾌함보다, 둠 이터널에서 추가된 전략성을 더 부각시키고 싶다면 암흑군주의 패턴을 다양하게 만들어 각 패턴에 대해 다양한 무기로 대응해야하게끔 하는 방법도 있었겠죠.
칼 휘두르는 패턴 > 패링 + 망치질로 자세를 무너뜨리고 검투사처럼 글로리킬 가능
어깨에 달린 터렛이 공격 > 저격볼트 or 점착 폭탄으로 일정시간 무력화 가능
돌진 패턴 > 쉴드 대시로 카운터 가능
홀로그램 적 소환 > 플라즈마 소총으로 삭제
지형을 제한한 뒤(사이버데몬이나 검투사처럼) 차징 후 돌진 > 반자동 샷건으로 캔슬 가능
체력이 한칸 전부 소비되었을 때 날아올라 재정비 시도 > 미트훅으로 따라올라가 글로리킬
해당 패턴들에 제대로 대응 못해 피격당하면 암흑군주가 체력 회복
이런식으로 지금까지 나온 다양한 대응 방식을 잘 섞어주기만 해도 다채롭고, 그만큼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는 신나는 보스전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적어도 슬레이어 사가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는 너무 실망스러운 보스전 전투인 것 같습니다.
보스전이 노잼인가 보네요 ㅠㅠ
재보급용 좀비 외에 아무런 적도 없는 넓은 평지 아레나에서 덩치 큰 머라우더 한마리랑 10분간 싸우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헐...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