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19일년, 스팀에 한 게임이 올라옵니다.
환원 -Devotion-. 이미 반교-Detention-으로 크게 사고쳤던 게임사입니다.
많은 미디어가 메시지를 담지만, 가장 직관적으로 관객이 이야기에 관여하는 게임이라는 매체로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노골적이지 않게, 그러나 분명하게 담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임에도
반교의 제작진 레드 캔들 게임즈는 이걸 멋지게 성공해냈습니다. 반교는 나중에 영화로도 만들어졌죠.
꼭 보십시오. 연출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었던 게임의 제약에서 벗어난 반교의 메시지는 훨씬 더 강렬하게
가슴을 후려칩니다.
이런 스토리텔링과 완성도를 보여줬던 게임사이니, 당연히 게이머들 기대만발이었습니다. 그리고 레드 캔들 게임즈는
이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최대 평점 만족도 99%! 사실상 만점이죠.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을 받으며 환원은
입소문을 타고 승승장구 합니다. 그런데 발매 일주일이 되는날, 문제가 터집니다. 평점이 수직낙하를 하네요. 심지어
밑바닥, 압도적으로 부정적을 찍었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점수가 오르락 내리락 한 케이스는 드문데요, 그럼 뭐가
문제였을까요? 게임의 만듦새가 부족해서? 끝까지 깨보니 엉망이라? 아닙니다. 이유는 생각보다 더 단순한, 그러나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환원 게임내의 벽면 장식 텍스쳐중 부적모양 텍스쳐에서 중국의 독재자 시진핑을
비웃는 내용이 들어있다는게 발단이었죠.
문제의 이미지는 부적입니다. 곰돌이 푸를 의미하는 글자가 테두리에, 중앙에 니 엄마는 백치다, 토속적 욕으로 바꾸면
느금마 정신병자라고 적혀있네요. 주입식 분노 학습을 받은 붉은 군단, 스팀에 몰려와서 평가 그래프를 시뻘겋게 물들이기
시작합니다. 누구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스팀측에서 환원을 내려버립니다. 사실상 거의 즉각 대응
이었던 셈이죠. 이 결정 때문에 스팀에 배신감을 느꼈던 사람들도 꽤 많았습니다. 그중 제일 상처받았던건 레드 캔들 게임즈였겠죠.
중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사실상 1당, 1인 독재체제 국가입니다.
국민 세뇌는 이미 기본 옵션이고, 말 안 들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가 세상 모든 곳에 있게 되는 나라입니다.
시주석에 대한 국민들의 환호가 뻥카이든 리얼이든 간에 결국 찬양하지 않으면 끝장나는 동내라는 거죠.
이 사태를 얼핏 듣기만 한 사람들은 레드 캔들 게임즈가 중국 게임사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근데 현실은? 아니에요. 애초에 레드 캔들 게임즈가 중국 게임사였으면 이분 들은 지금 세계 모든 곳에 계실 겁니다.
레드 캔들 게임즈는 '대만'회사입니다. 전작인 반교가 대만의 쑨원 계엄 사태 하의 군부 정권 시절의 부조리를 비판한
게임이라는 거. 대만과 중국. 자세히는 모르더라도, 사람들은 이 둘의 관계가 견원지간이란건 압니다. 아니지, 견원지간은
좀 순한 표현이네요. 불구대천지수 정도면 적당하겠습니다. 중국은 하나된 중국이라는 왈소리로 대만을 어떻게든
씹어 삼키려다 무력 분쟁이 국제적 도발이 되는 시대가 되자 국제적 왕따로 대만을 추락시켜 그들을 지치게 만드려는
전략을 쓰는 중입니다. 그리고 이 전략은 의외로 현재진행형으로 대만의 목을 조르는 중이고요. 그래서 대만은 국제
행사에서 대만 국기를 쓰지 못합니다.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죠.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국공내전 이야기부터
출발해야 겠지만 지금은 게임 이야길 하고 있으니 넘어갑시다.
중국 여론(?)의 집단 구타를 받은 환원, 안그래도 억울한데 유통사에서 게임을 내려버립니다.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에요.
유통사는 회사입니다. 회사는 수익추구가 최우선입니다. 중국시장은 세계에서 제일 큰 시장이고요. 포기할 수 없겠죠.
중국을 비판하는 게임은 수없이 많지만, '대만' 게임사가 만든 게임에서 '중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나왔으니
이걸 묵인하면 중국 시장에서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됩니다. 하지만 이 설명에 납득하는 분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왜? 과도하잖아요. 다른 방법도 있었을지 모르잖아요.
그런 의문을 가진 분들에게, 나름대로 답을 드리고자 합니다. 어디까지나 자의적인 해석일 뿐 공식적인 입장은 게이브형만
알고 있을 겁니다. 마케팅팀이 알아서 처리해버려서 게이브 형 귀에 들어가지도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환원의 메시지가
문제가 된 이유가 뭘까요? 중국을 욕해서? 사업적으론 이게 이유일겁니다. 근데 저는 약간 생각이 다릅니다. 중국을 욕하는
게임,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비판하는 게임, 엄청 많습니다. 요즘 군사 관련된 내용에서 동양인 악역 나오면 거의 대부분
중국 아니면 북한입니다. 이야, 마르크스 눈물나겠네요. 빨갱이의 공포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심영의 부랄이
영원한 자유를 얻으려면 아직 더 긴 시간이 필요하겠네요. 힘내세요, 심영. 그럼 왜? 뭐가 문제일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게임으로 보여준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무슨 소리냐고요? 게임에 나오는 요소인데 게임에서 보여준게
아니다? 게임은 주제를 전달하는 도구입니다. 레드 캔들 게임즈는 이 문제에 대해 해당 문구는 제작 팀중 하나가 독단적으로
집어넣은 메시지였다고 의견 표명을 했습니다. 간접적으로나마 우리 전체의 책임은 아니라고 항의한 셈이겠죠. 이걸 항의해야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웃긴 일이긴 합니다만. 그러나 이걸론 부족합니다. 왜냐면 게임 전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서
이탈한 이레귤러에 대해서 게임사가 통제하지 못했단걸 인정한 셈이 되니까요.
대만 게임에서 중국을 비판한게 무슨 문제냐고요? 문제 없습니다. 사실 이런 게임은 앞으로 더 나와줘야 합니다. 비판이 힘
없어 보여도 비판이 아예 사라지는 것보단 낫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정보과잉의 시대에
올곧은 목소리를 내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꼰대, 진지충, 프로불편러 등등 온갖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은 해야 하는
리얼 선비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사람들은 '혹시 그런가?'라고 생각해 볼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 문제 없지 않냐고요? 환원의 문제는 이 비판의 매개체가 '게임 전체를 통해서 이야기와 주제의식, 구성과 연출로 전달'된게
아니라는데에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남산의 부장들을 보러 갔는데 화면에 갑자기 대문짝만하게 '쎍끈박근혜 최순실러'라고
자막이 뜨는거랑 비슷할 겁니다. 그 자막이 뜨는 순간 보여지는 내용과 인물들의 대사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도 그렇고요.
아니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화면에 갑자기 '천재노짱'이라는 캘러그러피가 뜨는거랑 비슷합니다.
불편하죠. 즐겁지 않습니다. 정치색과 별개로 '왜 여기서 이게 튀어나와서 내 몰입을 망쳐놓는가'라는 느낌이 들겁니다.
환원의 부적 이미지 사태는 이것과 비슷합니다. 게임 전체가 보여주려는 미려한 그림에 그어진 붉은 선. 뜬금없이 등장한
불협화음. 뜬금없이 들어오는 일ㅁㅁ의 러시와 시간장소 안가리고 오타쿠 미소녀게임 이야길 꺼내는 눈새친구 같은 느낌이죠.
물론 저 위의 예시는 극단적입니다. 그리고 환원의 부적은 사실상 극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재도 아닙니다. 수없이
많은 벽면 장식 텍스처중 하나일 뿐이죠. 그리고 시진핑은 비판 받아야 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독재자고, 민중의 탄압자이며
인권 유린자죠. 심지어 현재진행형이고 언제 미래완료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럼 문제가 없지 않냐고요?
방법이 잘못됐다는 겁니다. 환원 전체가 이런 시진핑과 공산정부의 독재를 연출과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는데 집중했다면
이 비판은 힘이 전혀 없을 겁니다. 환원 사태에 집단 광기를 일으킨 '그들'만 불편한 이야기가 될겁니다.
붉은 비판의 파도에 맞서서 세계인들의 지지를 받았겠죠. 그런데 다른 얘기를, 그것도 한참 집중해서하는 가운데에 이런게
툭 튀어나오면, '묻어가는' 느낌이 없지 않죠. 때와 장소를 잘못 만났고, 그걸 전달하는 방법도 너무 수준이 낮았습니다.
인터넷에서 만나는 극단주의자들과 얘기할 때 느끼는 불편함과 비슷한 것이죠.
물론 그런 상황보다 환원의 상황은 훨씬 규모가 작습니다. 과도한 비판을 받았죠. 이런 걸로 묻혀선 안될 물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래서 더 아쉬운'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작은걸로 묻혀선 안될 물건이었으니, 이런 작은 이레귤러
역시 제작사가 통제를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작사가 환원 전체에서 반독재, 반시진핑을 외치며 정면싸움을
걸었을때 이런 비난을 받고 게임이 쫓겨나는 사태가 발생했다면 저는 분노할지언정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을 겁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림의 균형을 망쳐버린 찍선 하나에 대한 아쉬움일 뿐, 만약 레드 캔들 게임즈가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을 비판하기 위한 게임을 이만한 완성도로 만들어준다면 저는 꼭 살겁니다. 3개 사서 아는 사람한테 나눠줄 겁니다.
하기 싫다고 해도 하라고 할 거에요. 환원 사태는 극단으로 치달은 사상의 폭력 앞에 힘없는 개인의 외침이 설득력을 갖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그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히 뒷골목에서 욕하는 포스터를 붙이는게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끝장나는 연설과 연극과 이벤트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갖추는 일입니다. 그 노력에 대한 평가는
대중이 하겠지요. 그리고 대중은 진심을 알아봅니다. 중국인들이 알아보지 못하면 세계인들이 알아보겠죠. 실제로 환원
은 많은 세계의 게이머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사태에 대해서 반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게임사가 플랫폼 출시를 포기하고 자체 판매를 하고 있음에도 꾸준히 판매 실적이 올라간다는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지금도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음에도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레드 캔들 게임즈를 응원합니다. 힘센 국가, 힘센 게임사,
힘센 자본 아래에서 생겨난 작은 탈선이었다면 해프닝은 됐을지언정 이렇게 극단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기에 이 게임사는 더 위대합니다. 포기하지 않았거든요. 자신들의 작은 통제 실패가 얼마나 극단적인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게 됐음에도 이들은 목소리를 내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훌륭합니다, 레드 캔들 게임즈. 다음 작품은
천안문 사태나 홍콩 사태를 배경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네요. 기왕 트집 잡힌 거, 아예 시원하게 엿을 먹여줄 수 있게.
환원은 지금 게임사의 자체 판매 플랫폼에서 DRM-free 버전으로 판매중입니다. 판매 중지 사태로 이 게임을 해보지 못한
분이라면 꼭 사서 해보시길 바랍니다. 꼭 '사서' 해주십시오. 뜻있는 사람의 목소리에는 의미있는 지지가 필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