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훈련소 생활을 21사단 훈련소에서 보냈는데요.
2주차에 경계근무 교육을 받으면서 초소근무를 서기 시작했습니다.
초소 근무는 조교1명과 훈련병2명으로 구성되어 3인1조로 2시간씩 경계근무를 수행하였습니다.
당시 저와 저의 바로 뒤 번호 동기 그리고 '붕어'라는 별명의 가장 악질이었던 조교와 함께 경계근무를 나갔습니다.
당시 시간이 새벽 2시였습니다.
저희가 근무를 서던 초소는 절벽 바로 옆에 위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초소 맞은편으로는 산으로 올라가는 오솔길이 있었고요.
나가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근무를 서고 있었는데 어느새 근무자 교대시간이 다가오더군요.
뒤 근무자가 손전등을 켜고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꽤나 가까이 까지 다가왔는데 조교가 수하(피아 식별을 하기 위하여 행하는 과정으로 암구호를 물어보며 확인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당황한 저는 조교를 부르려고 옆을 쳐다봤는데, 조교가 뒷 근무 교대자 쪽이 아닌 절벽을 향하여 총구를 겨누고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정말 사람 눈이 그 정도 까지 커지는지 전 처음 알았습니다.
절벽에는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경고판이 있었는데, 조교가 그쪽을 쳐다보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쪽을 쳐다봤는데 경고판 주위로 반딧불 두 마리가 날고 있더군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반딧불의 움직임이 말이죠.
자연스럽게 날아 다니는게 아니라 그 자리에 멈춘 것처럼 그대로 있었습니다.
이윽고 깨달은 순간 저도 몸이 얼어붙은 듯 움직이기가 힘들었습니다.
반딧불이 있던 곳을 자세히 보니 마치 어두운 그림자가 사람처럼 서있었습니다.
반딧불이라고 생각한건 이상할 정도로 빛나는 사람의 눈이었던 것입니다.
밤이어도 사람이 어둡게 보일 정도로 조명이 없던 곳이 아니었는데, 몸이 그림자처럼 어두웠습니다.
마치 검은 안개가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것 같달까요?
너무나도 기이한 형태에 가위에 눌린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는데, 마침 뒷 번호 근무자들이 교대하러 오는 시간이어서 교대 근무자들과 당직사관이 다가왔습니다.
그러자 순간 움직이지 않던 몸이 풀렸습니다.
뒤돌아 교대 근무자들을 쳐다봤는데, 그 순간 반딧불… 이라고 생각한 그 사람의 눈이 사라졌습니다.
주변엔 숨은 공간도 없었는데 갑자기 사라진 것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겁니다.
우리의 시선을 피해 굳이 숨을 필요가 없었을것 같네요.
이윽고 어리버리한 저희 모습을 보고 당직사관이 화를 냈습니다.
"야 이자식들이 정신이 빠져갖고 조교새*고 훈병새*고 뭐하는야!!" 하지만 그렇게 화내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도 일반적인 사고를 벗어나는 일을 겪고 나니 아무 말 할 수가 없더군요.
당황한 조교가 당직사관에게 해명을 하려는 찰나...
사박..사박...사박..
아무도 없는 오솔길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걸음소리는 들리는데, 모습은 보이지 않더군요...
곧이어 조교의 설명을 듣고서는 내무실로 복귀하는 동안 당직사관은 저희에게 아무런 질책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당직사관에겐 익숙한 일이어서 아무 말하지 않았던게 아니었나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