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62962“이 정도 규모로 철충이 발생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우리야 뭐 특별히 할 일은 없지. 아메리카 대륙의 해상 경계에나 신경써.”
유미의 물음에, 오메가는 심드렁하게 답했다.
“오르카 측에는 심대한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그건 고민을 좀 해 봐야겠는걸.”
이어지는 물음에는 턱을 감싸쥐며 고심하는 오메가.
“철충의 공격으로 잿더미만 남을 때까지 지켜보다가 조롱하는 것과 철충과 협공해서 순식간에 짓밟아버리는 것…. 둘 중 어느 쪽을 골라야 할지 말야.”
유미는 오메가의 입가에 떠오른 가학적인 미소를 보고 몸서리치며 침을 꿀꺽 삼켰다.
“뭐, 서둘러 결정할 일은 아니니 상황을 봐서 지시할게. 이만 가봐.”
“아,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유미가 주춤주춤 뒷걸음질치며 방을 떠난다.
“인간님! 일단 오메가가 움직이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철충 쪽의 방비만 신경쓰시면 될 것 같아요!”
“...라고 말하고 있겠지. 같잖은 박쥐 같은 년.”
유미가 떠난 후, 오메가는 혀를 차며 경멸 어린 어투로 중얼거렸다.
‘일단은 좋을 대로 날뛰도록 해볼까. 저 년의 목을 죄는 것은 조금 여유롭게 해도 되겠지.’
유미의 스파이 행각은 진작부터 알아채고 있었다. 그녀를 역이용하여 함정을 파두기 위해 모른척하고 있었을 뿐.
생각같아서는 주제를 모르고 날뛴 죄를 물어 사지를 찢어버리고 싶지만, 들통났음을 모르고 있는 한 사용가치가 남아있으니 분노를 억누른다.
‘물론 그 어설픈 스파이 짓에 대한 대가는 톡톡히 받아낼 거지만 말야.’
오메가가 사고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돌린다. 유미는 오르카의 사령관과 협력관계인 만큼, 인질로써 큰 쓸모가 있다.
‘분이 풀릴 때까지 두들겨 패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보내볼까?’
온 관절을 정성스레 바스라뜨리고, 살가죽이 터지도록 후려치고,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할 때까지 잘근잘근 짓밟는 과정을 오롯이 기록해 오르카에 보내면 어떨까?
통신을 연결해 비참한 내통자의 최후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귀찮은 것은 건너뛰고, 숨통을 끊어버린 후 박제하여 깜짝 선물로 선사해 주어도 좋겠지.
‘그럼 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무슨 말을 할까.’
얼굴을 절망으로 일그러뜨리며 그만해 달라고 애원할까?
거센 분노를 쏟아내며 반드시 복수하겠노라고 다짐할까?
애써 태연한 척하며 한낱 바이오로이드 따위 인질로써 가치없다고 선을 그을까?
그 중 어떤 반응을 보여도 유쾌할 것 같다. 그 건방진 남자의 감정을 자신의 뜻대로 조종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만으로 날아갈 만큼 상쾌하다.
‘그게 아니면… 한창 철충과의 전투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취약해진 배후를 습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 제아무리 날고 기는 전술의 천재라고 해도, 총 병력의 절반 이하로 내 휘하의 AGS를 막아낼 수 있겠어? 속절없이 무너지는 전선, 짐승처럼 도살당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을 손가락 빨며 바라만 봐야 할 때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유일한 인간인 사령관의 가치는 한낱 바이오로이드와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 측근들이 그를 한사코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겠지. 이제껏 필사적으로 지켜왔던 바이오로이드들의 생명이 덧없이 꺼져갈 때, 그는 얼마나 큰 절망감을 맛보게 될 것인가. 자신의 안전과 자존심 따위 내던져버리고, 제발 멈춰달라고 엎드려 빌지도 모른다. 그 대단한 인간을 자신의 발 아래 조아리게 만들 생각을 하니 오싹거리는 쾌감이 온몸을 내달린다.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지.’
단순히 철충의 수만 따져 보아도, 현재 오르카가 가진 모든 전략자원을 동원한다 한들 크나큰 타격을 입는 것은 사실상 확정이다. 어찌어찌 철충의 공세를 이겨내고 사태를 일단락시킨다 해도 유럽 전역이 황폐화될 것이며, 전투 중 죽거나 다친 바이오로이드들과 곤두박질친 사기, 바닥난 자원을 복구하는 데에 최소 몇 년은 소모될 것이다. 그때 등장해 선심쓰는 척 여러 이권을 대가로 물자를 지원한다면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오르카 측에 목줄을 채울 수 있다.
‘후후…. 이거야말로 내가 바라마지않던 기회야. 그 망할 남자의 운명이 전적으로 내 손가락 끝에 달려있다니. 몇백 년 살아오면서 이렇게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처음인걸.’
오메가는 눈앞에 놓인 선택지들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보며 특유의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이 중 단 하나만을 골라야 한다는 사실이 괴로울 정도로, 하나같이 완벽한 선택지들 뿐이었다.
‘잠깐….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전 유럽이 대혼란에 빠져 있는 동안이라면 그 남자를 납치해 오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
그때, 오메가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영감이 스쳐지나간다. 철충과의 전투로 혼란해진 유럽에 침투하여, 얼마 되지 않는 호위병력을 모조리 쏴죽인 후 그의 신병을 확보한다면?
‘그 망할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내 통제 하에 두고, 더 나아가 생리현상마저 내 뜻대로 주무를 수 있어. 유럽에 남은 생존 바이오로이드들을 인질로 삼으면 그 뜻도 내 마음대로 유도할 수 있지.’
그야말로 완벽한 지배와 통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유일한 인간’, 오르카의 사령관을 말이다!
‘그 피 한 방울, 살 한 덩이, 숨결 한 조각까지 지배하는거야. 눈물을 흘리는 것도, 화를 내는 것도, 기뻐하는 것도! 모조리 내 통제 하에 두는 거야!
인간이란 종족은 바이오로이드가, 그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내가 지배해야만 마땅하니까!’
오메가는 주먹을 불끈 쥐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가로막는 방해꾼들을 모조리 짓밟아버리고 사령관을 차지할 생각에 전에 없을 만큼 흥분하고 있었다.
‘당장 병력을 편성해 유럽으로…’
순간, 텅 빈 모니터에 반사된 스스로의 얼굴이 오메가의 눈에 들어왔다. 추악한 탐욕으로 이글거리는 눈동자와 비열하게 비틀려 올라간 입꼬리도.
‘내가… 이런 미소를 짓고 있었나?’
얄궂게도, 오메가는 자신의 미소 속에서 옛 주인들의 흔적을 찾아내고 말았다.
무능력한 주제에 끝도 없이 부풀어오른 질투, 분노, 인색, 나태, 탐욕, 색욕, 그리고 오만함을 지니고 있던 괴물들.
오메가에게 환멸을 느끼게 하고, 바이오로이드라는 종의 한계를 뛰어넘으리라 결심하게 만든 그 버러지들.
지금 오메가의 입에 걸린 미소는, 그런 그들이 늘상 짓던 그 미소와 너무나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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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가 자신의 옛 주인들을 혐오한다는 묘사가 있었지만 사실 오메가도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혐오스러운 괴물이지...
그렇게 쉽게 죽는다고 말하지 마...
그렇게 쉽게 죽는다고 말하지 마...
오메가님의 발닦개가되고싶어
12지로 너무 입체적인 캐릭이 되어서 재밌지만 한편으론 초반의 날림설정과 스토리가 더 부각되버린
이렇게 된김에 초반부 스토리 리부트해서 아군화 빌드업 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