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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대단한 남자… ‘용과 같이 8’ 논란의 엔딩에 대하여

조회수 19771 | 루리웹 | 입력 2024.02.29 (23:10:00)

올해 초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던 세가 용과 같이 스튜디오의 신작 RPG ‘용과 같이 8’이 어느덧 출시 한 달을 넘겼다. 전작에서 성공리 데뷔한 신인 카스가 이치반의 다음 여정이자 오랜 주인공 키류 카즈마가 퇴장하는 더없이 중요한 대목. 여기에 시리즈 최초로 선보이는 오픈월드 하와이와 더욱 풍성해진 콘텐츠가 호평받으며 단 일주일 만에 100만 장 판매라는 기염을 토했다. 메타크리틱 점수는 90에 근접했으며 PC 스팀 평가도 줄곧 매우 긍정적이다.


다만 전작부터 조금씩 지적되던 이치반의 답답하리만치 올곧은 성품이 한층 도드라져, 최종적으로 논란이라 부를 만치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특히 시이나 링고의 명곡과 함께 감동이 최고조에 올라야 할 엔딩 부근서 도저히 이치반을 이해하기 힘들다거나, 해당 장면에 이입하기 어렵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과연 개발진은 이처럼 엇갈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용과 같이 8’ 출시 한 달을 맞아 용과 같이 스튜디오를 이끄는 삼인방과 이야기 나눴다.


용과 같이 스튜디오 사카모토 히로유키 프로듀서, 요코야마 마사요시 대표, 호리이 료스케 디렉터

 

● ‘용과 같이 8’ 출시 후 한 달여가 흘렀다. 국내외 반응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사카모토: 발매 첫날부터 많은 분들이 ‘용과 같이 8’을 구석구석까지 플레이하고 감상을 남겨주어 무척 감사했다.


호리이: ‘용과 같이 8’은 다들 좋아하리라 자신하며 내놓은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크나큰 호평에 기뻤고 개발진 모두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


● 혹시 한 달이 지나 되돌아봤을 때 아쉽거나, 이렇게 바꿨다면 좋았을 텐데 싶은 부분은 없나


요코야마: 솔직히 답하자면 그런 게 있더라도 말하고 싶지 않다. 이미 출시한 게임을 두고 이제 와 부족했다느니 바꾸고 싶다느니 첨언할 생각은 없다.


● 주된 배경을 하와이로 설정한 점이나, 전통의 주인공 키류가 병을 앓는 등 여러모로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많았다


사카모토: 시리즈 최초로 해외를 무대로 설정하면서 적잖이 불안했다. 이제 국내는 정말 잘 만든다고 자부하는데, 해외는 어떻게 구현해야 좋을지 고민이었다. 꼼꼼하게 취재하고 성실히 하나하나 리얼하게 느껴지도록 애썼다. 결과적으로 좋은 경험이었고 팀 전체가 한층 성장하게 됐다.


요코야마: 과거 한 차례 이야기했는데, 어머니가 암으로 편찮으셨다. 의료진의 도움으로 잠시 호전됐으나 결국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게 ‘용과 같이 8’을 만들던 1,000일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실제 가족의 아픔을 겪다 보니 키류 만큼은 병으로 인해 절망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내 경험에 더하여 꿈과 희망을 향한 바람을 게임으로 담아냈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키류가 꿈을 버리는 식으로 흘러간다면 그건 내가 추구하는 게임이 아니다. 모쪼록 희망과 꿈이 느껴지는 작품이길 바랐다.

 


● 그렇다면 실제 좌중의 감상은 기대하던 바와 비슷한가.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소개해주기 바란다


요코야마: 어느 캐릭터에게 공감하고 이입하는지에 따라 감상이 달라지더라. 출연진만 봐도 난바의 야스다 켄씨는 에비나가 너무 불쌍하다고 연민했고, 에이지를 연기한 나리타 료씨는 이치반이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개발자 입장에서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이렇게 다양한 감상이 나오는 게 재미있기도 신기하기도 하다.


● 다만 우려했던 것처럼 키류의 존재감이 이치반을 밀어난 감이 있다. 두 주인공의 비중 배분은 어떻게 자평하나


사카모토: 공동 주인공이란 기획에 맞춰 비중을 똑같이 배분한 터라 어느 쪽이 더 크거나 작다고 생각지 않는다.


요코야마: 아니, 오히려 이치반의 비중이 더 크다. 그래서 크레딧도 이치반의 나카야 카즈히로씨가 키류의 쿠로다 타카야씨보다 앞서 나온다. 이 질문은 기존 시리즈를 쭉 즐겨왔는가, 전작 ‘용과 같이 7’로 입문했는가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게 아닐까.


● 적어도 이치반과 에이지의 교감과 우정은 좀 더 공들여 묘사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요코야마: 무슨 말인지 잘 안다. 하지만 카스가 이치반은 그렇기에 대단한 남자다. 그는 돈도 명예도 필요 없다. 이치반이 가장 원하는 게 뭘까. 바로 주위 사람이 죽지 않는 거다. 앞서 ‘용과 같이 7’서 비극적인 죽음이 많았으니까. 사이가 좋든 나쁘든 주위 사람이 죽는 꼴을 더는 보고싶지 않겠지. 그러한 이치반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존재가 에이지다. 그저 외국서 잠시 만났을 뿐이고 배신까지 당했지만, 그보다 먼저 자신을 구해주고 함께 이야기 나눈 상대기도 하다. 이치반에겐 그조차 소중한 추억이고 우정인 거다. 그렇기에 대단한 남자다. 이치반은 지금 이대로 좋지 않은가. 이 이야기를 들은 시이나 링고씨가 ‘넘쳐나는 부(ありあまる富)’를 잘 불러줬고 그것을 엔딩곡으로 사용했다.



● 4년 만에 어떻게 이렇게 큰 게임을 만들었나. 용과 같이 스튜디오가 자랑하는 빠른 개발의 비결이 궁금하다


호리이: 최종적으로 우리가 뭘 하고 싶은가, 그걸 먼저 결정하고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당장 실현 방법까진 모르더라도 하고 싶은 바가 명확하기에 엄청난 속도로 결정하고, 도전하고, 검토하길 반복하며 약 1,000일만에 방대한 콘텐츠와 깊이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 쿵더쿵섬 분량이 엄청나더라. 소싯적 물장사 아일랜드가 떠올라 즐거웠는데, 앞으로 이러한 콘텐츠가 이어질까


호리이: 실제로 당초 기획은 엄청나게 큰 무인도에 캬바쿠라를 차리자는 식이었다. 게임 플레이도 슬로우 라이프에 가까웠는데, 역시 ‘용과 같이’ 취향에 맞추다 보니 물건을 부수고 적도 공격하는 상당히 다이내믹한 방식이 됐다. 아직 앞으로의 일까진 모르겠으나 쿵더쿵섬처럼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자신감과 함께 개발진 모두가 크게 성장했다. 다음에 또 새로운 요소를 기획할 때 이 경험을 되돌아보며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


● 오카 서퍼는 다소 아쉬웠다. 달리는 와중에 샤카 사인을 날릴 수 있다면 알로하 링스크가 한결 편했을 텐데


요코야마: 요즘은 유튜브 영상을 볼 때도 1.5~2배속으로 보지 않나. 오카 서퍼를 타며 이런저런 기능을 병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게 편리하기만 해서야 게임이란 체험이 굳이 필요할까. 하나의 지역을 만들 때 어떠한 경험을 주고 싶은지 하나하나 의도하며 제작한다. 걷는 속도나 탈것도 마찬가지다. 하와이가 무척 넓기 때문에 오카 서퍼를 넣었지만 언제 어디서든 통용되는 기능은 아니다. 작은 사양 하나에도 개발진의 신념이 반영되었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 1,000일이 더 지나면 이치반도 쉰이다. ‘용과 같이’ 시리즈의 미래를 맡기기에 너무 고령이 아닌지


요코야마: 확실히 그 전제-속편이 1,000일 후 나온다-라면 이치반이 오십 줄이겠다. 시리즈의 미래를 50대 남자에게 맡길 수 있을까. 혹시 일본 야쿠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는가. 보통 야쿠자 조직서 높은 자리에 오른 인물이 60대면 상당히 젊은 편이다. 70~80대에 와카가시라나 구미초가 되니까. 오히려 키류 카즈마가 동성회를 이끌었던 상황이 판타지 그 자체다. 제아무리 주먹이 쌔더라도 그렇게 젊은 나이에 구미초가 될 순 없다. 오히려 지금의 이치반이 더 리얼리티가 있다. 시리즈의 미래를 50대 남자에게 맡길 수 있을까, 대답은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니라는 거다.


● 이제 동성회와 오미연합, 그리고 성룡회조차 해산했다. 언젠가 야쿠자 없는 ‘용과 같이’가 만들어지게 될까


요코야마: 야쿠자 없는 ‘용과 같이’도 가능하지 않겠나. 일례로 캬바쿠라는 일본서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라 게임에서도 관련 콘텐츠가 많이 줄었다. 무릇 현대극이란 시대 변화에 발맞춰 설정을 바꾸고 새로운 에피소드를 구상해야 한다. 언젠가 야쿠자가 존재치 않는 시대가 된다면, 당연히 야쿠자 없는 ‘용과 같이’도 만들어질 터다. 물론 그렇다고 악당이 사라지는 건 아니므로 뒷세계 이야기는 계속된다. 현재로선 차기작이 어떻게 될지 생각지 않았지만 말이다.


● 이로서 키류는 완전히 퇴장 수순을 밟는 건가. 앞으로 ‘용과 같이’서 키류의 모습을 다시 볼 순 없을지


요코야마: 주인공으로선 끝이다. 그 외 캐릭터로 나올지 말지는 차기작을 만들어봐야 알겠지. 내용적으로 관련이 없다면 나오지 않는 게 맞다. 이번에 나올 명분이 있었던 것도 대해산을 위하여 키류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키류가 재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 엔딩 노트로 사야마 카오루가 나와서 무척 반가웠다. 세월이 빗겨갔더라. 과연 그녀는 행복해졌을까


요코야마: 우리는 게임으로 보여지지 않는 캐릭터 뒷설정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정답 같은 건 없고 어쩌면 영원히 안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그녀가 행복해졌을까 어떨까 그건 본인만 알 일이다. 우리조차 모른다. 따로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 과거 요코야마 대표가 ‘용과 같이 8’ 히로인이 치토세라길래 놀랐던 기억이 난다. 결국 그 이야기는 연막이었나


요코야마: 히로인 맞지 않나. 연막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야기했던 거다. 치토세 정도면 충분히 히로인이라 생각되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혹시 “‘용과 같이’ 시리즈의 히로인은 역시 다테씨뿐이다!”라는 쪽인가(웃음).


● 끝으로 ‘용과 같이 8’을 성원해주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인사 한 마디씩 부탁한다


호리이: “한국 팬 여러분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디렉터로서 ‘용과 같이 8’은 정말 자신 있는 작품이니 만큼 앞으로도 많이 즐겨주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요리를 정말 좋아해서 자주 여행가는 편입니다. 언젠가 한국에 방문하여 팬 여러분과 만나고 싶네요.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합니다”


사카모토: “한국에는 열정적인 게이머가 정말 많다고 느낍니다. 이웃 나라고 각종 이벤트도 아울러 진행하니 만큼 앞으로도 ‘용과 같이’ 시리즈를 함께 즐깁시다”


요코야마: “전세계 미디어와 인터뷰를 해봐도 역시 한국이 가장 열정적입니다. ‘용과 같이’ 시리즈의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기억하니 말입니다. 덕분에 저도 생각하는 바를 솔직히 털어놓게 됩니다. 모쪼록 그러한 열정이 한국 전체로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랍니다. ‘용과 같이 8’을 재미있게 즐겼다면 친구에게, 또 그 친구의 친구의 친구에게까지 소개할 수 있는 게임이 되면 좋겠습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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