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룡제성은, 인간과 옥룡의 혼혈이라는 명(ming)이라는 가문이 지배하고 있는 곳으로, 그곳의 지배자는 인룡제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다.
인룡제는 동방에 남아있는 유일한 용의 혈통이자, 지배자, 그리고 무림의 지존으로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무림은 무공이라는 기술을 쓰는 무력집단의 통칭이다.
그들은 천파활살( 하늘을 부수고 움직이는 것을 죽인다)의 기치 아래, 약육강식의 논리에 지배되고 있는 곳이니.
오직 무력만이 존재하고, 의로움이나 협행은 쉬이 찾아볼 수 없다
유운월은, 꿈을 꾸고 있다.
자신이 꿈을 꾼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런 꿈.
꿈의 내용은 평범하다.
평범한 무가가, 원한이 얽힌 적에게 습격당해 멸문당한다.
아직 무공을 배우지 않은 어린 소년, 연리운은 자신의 눈 앞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참살당하고, 자신마저 칼을 맞는 꿈을 꾼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에서 죽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하는 과거.
그렇게 죽어가는 소년을, 한 남자가 구해준다.
자신의 의부이자, 스승.
"사형! 어떻게 이런 짓을...!"
그런 남자가,자신의 눈 앞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다.
자신의 손에 들린 얼어붙은 장검에는 피가 묻어 있고, 스승을 부축한 자신의 사매가 원망스러운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결투에서, 자신은 패배한다.
자신의 아류 검술은 사매의 주먹 앞에 검째로 박살나고, 다급하게 꺼낸 박투술은 상대도 되지 않았다.
최후의 일격을 앞두고, 사매의 떨리는 주먹을 본 자신은 이를 악물고 흙을 눈에 뿌린 후 달아난다.
자신의 비겁한 행동을 보고 울것 같은 표정을 지었던 그 얼굴을 이를 악물고 무시했다.
"빌어먹을..."
유운월은 식은땀을 흘리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라 제국을 목전에 든 여러개의 촌락들 중 이름모를 마을의 객잔.
하루에 동전 한냥이라는, 시설에 비해 끔찍하게 비싼 곳이었지만, 목적지를 눈 앞에 두고 있는 그로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동방룡제성에서 흔히 쓰곤 하는 고액권인 은 조각은 조금밖에 없지만, 아직 동전은 적지 않게 남았으니 식량을 사서 사막을 걸으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막은 넓고 황량하며, 숙련된 상인들도 낙타를 이끌고 일주일 거리의 라 제국 언어론 '카나드' 라고 불리는 우물 마을을 다섯개 정도 지나야 하지만, 무공을 배운 자신은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냉기를 다루는 자신의 무공이라면 주변의 수증기를 응집해 물을 보충하는 것도 할 수 있으니, 아마 마을에 들릴 일도 별로 없겠지.
그렇게 생각한 유운월이 만터우와 쌀죽, 야채볶음으로 대충 끼니를 때울려고 하는데 바깥이 시끄럽다.
'무림맹의 추격자인가?'
사매와의 싸음에서 애검 참야를 잃은 이후, 대장간에서 은조각 두개로 구매한 검은 싸구려라 손에 익지 않는다.
여차하면 사문의 박투술을 쓰겠지만, 냉기를 다루는 무공은 흔한 것이 아닌 관계로 당장 추격자가 붙을 것이다.
음식을 대충 씹어삼키고, 여차하면 검을 뽑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피냄새가 풍긴다.
유운월은 동전 닷문을 탁자위에 올려두고, 당장 검을 뽑아서 객잔 바깥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이내 바깥의 광경을 보고 표정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피범벅이 된 길가에 팔다리가 굴러다니고, 사지를 잃은 사람들이 비참하게 굴러다니고 있었다.
"네놈은 뭐냐?"
그런 유운월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옥색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요사스럽게 생긴 소녀가 사람의 팔을 씹고 있었다.
"요괴인가?"
유운월은 즉시 상단 가르기를 허공에 날려 검기를 날럈고, 검기는 파공설을 내며 소녀의 목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검기는 목을 절단하기는 커녕, 금속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튕겨나가며 소멸하고 말았다.
'방탄기공?'
일부 요괴는 몸이 단단하여, 검기는 커녕 강기로도 손상을 입지 않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걷이 아닌 내부를 공격한다.
유운월은 다시 허공에 칼을 휘둘러, 공간을 격하고 상대의 몸 내부에 참격을 날리는 심검을 날렸지만, 요괴는 그것을 읽고 뒤로 한걸음 물러나며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심검이라니, 꽤 하는구나!"
"그럼. 꽤 하지."
어느세 이형환위의 수법으로 잔상을 남긴채 요괴의 배후로 이동한 유운월은 왼손을 요괴의 등 뒤에 대고 기를 방출했다.
가죽과 근육을 넘어 상대의 내부를 진탕시키는 내가중수법이다.
원래대로라면 여기에 냉기를 넣어 가시의 형태로 발출시켜 내상뿐만이 아니라 외상을 같이 일으켜야 하지만 이걸 허용할 정도의 상대라면 굳이 원래 무공을 써서 증거를 남길 필요가 없다.
"하하하하핫!"
그러나 효과가 없다는 듯이, 요괴는 웃으며 옥색으로 빛나는 손톱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궤적을 따라 옥빛 강기가 지면과 벽, 건물들에 거대한 손톱 자국을 남기며 폭발했다.
"......"
유운월은 원형의 강기를 방출해 그것를 막아내며 상대가 만만하지 않다고 느꼈다.
자신의 사저에 비하면 이때까지 저 요괴가 보여준 것은 별것 아니지만, 흔한 기술들로 상대하기에는 제법 수준이 높은 것이다.
"후우..."
짧은 호흡. 동시에 유운월이 손에 쥔 검이 청백색으로 발광하며 얼어붙어 부서지기 시작한다.
기온이 어두워지며 주변에 서리가 끼고, 마른 하늘에서 눈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건...!"
요괴가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한 듯, 전신에 호신강기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비권, 설화난영의 냉기를 다루는 내공심법과, 스스로 익힌 아류 검술의 조합, 그 중에서도 비기로 삼기로 한 몇 안되는 초식.
"빙정파쇄!"
청백색의 광검이 주변에 얼음의 회오리를 두른체 그대로 전방으로 쏘아졌다.
그리고 요괴의 왼팔이 잘려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피는 튀어오르지 않았다.
왜냐면 강렬한 냉기가 상처부위를 그대로 열려 깨뜨려버렸기 때문이다.
유운월이 제 이격으로 요괴의 목을 자를려는 순간, 갑자기 튀어나온 창과 극이 아직 냉기에 휩쌓인 검을 막아냈다.
"....?"
어느새, 유운월과 요괴의 주변에는 금색 옷을 입은 일련의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 이상은 용납할 수 없다."
그중 대표로 보이는 남자가 말했고, 요괴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보려보았다.
"왜 방해하는 것이냐. 모처럼 죽을 수 있을줄 알았건만."
"장넌이 지나치십니다. 옥룡공님."
"옥룡공...?"
옥룡공이라면, 이 동방룡제성을 지배하는 인룡제의 혈족을 뜻한다.
그중에서도 현재 인룡제의 혈족이면 다음 대 인룡제로 예정된 손녀...즉, 황손이다.
"말사람 팔다리를 토막내고 씹어먹는 요괴가 옥룡의 피를 아어받았다는 차기 인룡제?"
"안타깝게도. 그게 내가 맞다."
요괴, 아니 옥룡공은 자신의 팔을 재생시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나는 망한 건가?"
"옥룡공이 문제삼지 않겠다면 우리도 딱히 문제삼을 생각은 없다.보다시피...누가 봐도 요괴나 할 짓이 맞다고 생각하니까. 죽지도 않고."
금색 옷을 입은 남자의 말에, 유운월은 옥룡공을 바라보았다.
죽일려고 들때의 무표정한 얼굴과 달리, 언뜻 보기에 비굴해보이기까지 한 그 표정에 옥룡공은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핫. 너는 내 마음에 들었다."
"........"
옥룡공의 말에 금빛 옷을 입은 모두가 침묵했다.
그리고 유운월을 망한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침, 장난감이 부족하다고 느낀 참이다."
옥룡공이 손가락을 튕기자, 팔다리가 잘려 뒹굴거나 움직이지 않던 사람들의 팔다리가 순식간에 자라났다.
그와 동시에 유운월은 뒤도 안돌아보고 도주를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