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님. 보고드립니다. C-57 섹터에서 대규모 탈주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총 120여 명의 바이오로이드가 탈주를 시도했으나, 5명을 제외한 전원이 탈주 도중 체포되어 구금되어 있습니다. 포위망을 빠져나간 5명 역시 현재 추적 중입니다.”
비서 유미가 오메가의 집무실에 들어와 사무적인 태도로 단말에 적힌 내용을 읊어 내려간다.
“하아, 지긋지긋한 년들. 지치지도 않나보네.”
오메가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탈주자들은 어떻게 처분할까요?”
오메가가 숨을 씨근거리며 한참동안이나 입을 다물고 있자, 유미 쪽에서 처분을 물었다.
“...주모자만 구금해 두고 나머지는 석방해. 추적은 그만두고, 그 대신 감시체계를 강화해 둬.”
오메가는 짜증어린 목소리로 그리 명령했다. 유미는 대답 없이 고개를 가볍게 숙인 후 집무실을 나섰다.
‘이상한걸. 탈주자는 본보기로 잔혹하게 처벌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게다가 이런 대규모 탈주는 다른 섹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니 더더욱.’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며 의문을 표하는 유미.
‘카라카스에서 복귀한 후로 확실히 뭔가 바뀌었어. 독기가 빠졌다고 해야 하나, 생기를 잃었다고 해야 하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은근히 떠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도통 말해주질 않으니….’
최근 오메가의 상태가 명백히 비정상적이다. 표독스럽고 잔혹하기 그지없던 오메가가 이렇게나 유해진 것은 그 오랜 시간 그녀를 섬기면서 처음 보는 광경이다.
‘뭐… 처벌이 약한 것은 나로서도 반갑긴 하지만.’
그래도 유미로서는 나쁜 상황은 아니다. 여느때처럼 잔혹한 처벌을 명했다면 그녀에게 들키지 않도록 위장할 방법을 찾느라 골머리를 썩혔을 테니까. 우선은 오메가가 마음이 바뀌기 전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것이 급선무다. 오메가의 이상 상황에 대해서는 그 다음 생각해도 늦지 않다.
-우웅, 우우웅.
바삐 움직이는 유미의 발걸음을 격한 진동음이 멈춰세운다. 그 근원은 비상 연락용 단말이었다. 평소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커다란 진동에, 유미는 서둘러 화면에 뜬 내용을 확인했다.
“...!”
유미의 눈이 크게 뜨인다. 그녀는 화면에 출력되는 내용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은 후 자신의 방으로 급히 뛰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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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한편 유미가 떠나간 후, 오메가는 집무실에 홀로 앉아 벽 한쪽을 가득 채운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분명 얼마 전만 해도 이 모니터에 얼굴을 비춘 여섯 명의 자매기들과 회의를 하고는 했었는데.
‘델타는 패배해 살해당하고, 베타는 오르카에 합류…. 감마 그 멍청이도 조만간 그 남자 밑으로 기어들어가겠지.’
오메가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자매기들을 떠올린다. 바보같이 함정에 빠져 비참하게 죽은 델타, 우여곡절 끝에 오르카에 합류한 베타, 만족할 만한 싸움 운운하며 오르카에 눈독을 들이는 감마.
‘알파 그년은 애저녁에 배신하고 도망쳤으니, 남은건 엡실론과 제타인가.’
그리고 가장 먼저 뒤통수를 친 알파까지 넷. 감마는 아직까지 형식적으로만 펙스 소속일 뿐, 적으로 돌아서는 것은 시간 문제일테니 남아있는 것은 자신까지 셋 뿐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 대단한 레모네이드 일곱 중 남은 것은 겨우 셋. 우습지도 않아.’
오메가가 조소를 흘린다. 전쟁 전부터 암약하며 세상을 등뒤에서 조종하던 레모네이드 시리즈가 이렇게나 허무하게 와해될 줄이야.
‘오르카의 사령관…. 치마폭에 싸인 우유부단한 놈인 줄만 알았는데.’
문득 사령관의 얼굴이 떠오른다. 완벽한 것만 같았던 자신만의 세계에 커다란 균열을 낸 인간의 얼굴이.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 알파가 탈출을 감행한 것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대던 델타가 한순간에 몰락해 버린 것도,
무의미한 명령에 사로잡혀 눈물에 빠져 살던 베타가 삶의 의미를 찾은 것도,
싸움밖에 모르는 전투광 감마가 새로운 흥밋거리를 찾아 마음이 떠난 것도.
-여기, 손수건. 손 다쳤잖아?
-적들을 유인한 다음, 댐을 열어 쓸어버리는 거야.
-민간인이 휘말리지 않게 대피 방송을 내보내!
인간 따위 탐욕스럽고 무능하기만 할 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여기던 자신의 마음이 이렇게나 일렁이는 것도.
‘전부 그 놈 때문이었지. 이럴 줄 알았으면 초장부터 확실히 짓밟았어야 했는데.’
오메가가 이를 짓씹는다. 그 존재를 알아챈 즉시 온 병력을 동원해 사령관을 잡아 납치하든 굴복시키든 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텐데. 너무도 안일하게만 생각했던 과거의 자신이 너무도 원망스러워 속이 뒤집어지는 것만 같다.
‘바이오로이드야말로 진정한 인류. 거짓된 지배자에게서 벗어나 이 세상에 군림해야 마땅한 종족. 분명 그리 여겼을 텐데….’
처음 생명을 받아 눈을 뜨게 된 후로 줄곧 그녀를 이끌어 온 하나의 확고한 목표.
바이오로이드를 진정한 ‘인간’으로 만들어 우뚝 서게 하겠다는 그 목표가.
‘그 남자에게라면, 그 남자에게만은, 지배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해버리고 말아….’
별 볼 일 없는 어느 한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어지러이 흔들린다.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쓴 괴물인 펙스의 회장들에게 웃는 낯으로 아첨을 할 때에도, 그들의 뒤에서 바삐 뛰어다니며 온 세상을 전란으로 몰아넣을 때에도, 철충의 습격으로 온 세상이 혼란에 빠져 회장들조차 기약 없는 영원한 잠에 빠져들었을 때에도 철옹성처럼 굳건히 서 있던 그 목표.
그 목표가, 그 빌어먹을 남자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연기처럼 흩어질 것만 같다.
“....”
오메가가 잠겨 있는 서랍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는 암호를 입력하고 지문을 인식해 굳게 잠겨 있던 서랍을 천천히 열었다.
서랍 안에 있던 것은 피에 젖은 손수건이었다. 카라카스에서 손을 다친 자신에게 그 남자가 주었던 바로 그 손수건 말이다. 손수건을 흠뻑 적신 피는 이제 검게 변색되어 바스라지고 있었고, 손수건 그 자체도 더이상 쓸 수 없을 만큼 엉망이 된 상태였다.
척 보기만 해도 악취를 풍기고 온갖 벌레가 꼬일 듯 싶지만, 엄중히 진공 포장이 되어 있었던 덕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메가는 손수건을 조심스레 집어들고 찬찬히 살폈다.
‘이런 조악한 손수건 따위, 마음만 먹으면 수백 배, 수천 배는 더 좋은 품질로 만들어낼 수 있는데.’
몇 번을 봐도 투박하고 센스 없는 디자인이다. 촉감도 거칠어 상처를 감싸고 있는 동안 얼마나 쓰라렸는지 모른다. 그마저도 피에 절어 부패했으니 그야말로 쓰레기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왜… 어째서… 버릴 수가 없는 거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찌 이리도 엄중히 포장해 애지중지 보관하는 것인가. 그녀 자신조차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문득, 오메가의 머릿속에 한 풍경이 떠오른다.
오르카의 사령관 곁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이윽고 그 풍경이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함께 웃고, 떠들고, 일하고, 밥을 먹고, 산책하고, 사랑을 속삭이고, 껴안고, 입맞추고, 다투고, 싸우고, 화해하고, 몸을 섞는 모습으로 바뀐다.
“하하….”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폭주하는 망상이 우스워 메마른 웃음소리를 흘리는 오메가.
“....”
간질거리는 감정이 한순간 부풀어올랐다가 사라지고, 그 빈자리는 허무함이 차지해 나간다. 그 허무함마저도 사라졌을 때, 근원을 알 수 없는 격렬한 분노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도 갈 데까지 갔군.’
명석하기 그지없는 오메가는 즉시 깨닫고 말았다. 너무도 간절히 원하는 이상을 손에 넣지 못하는 현실이 원망스러워 자신이 이토록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깟 손수건, 그깟 망할 놈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그 거대한 분노는 그녀의 손에 들린 손수건으로 향했다. 오메가는 진공 포장을 단숨에 터뜨리고 손수건을 바스라뜨릴 요량으로 그 손아귀에 힘을 꽉 쥐었다.
“...망할….”
하지만 그녀는 끝끝내 손수건을 망가뜨리지 못하였다. 목 안쪽에서부터 새어나오는 이런저런 감정을 억지로 눌러 죽이며 겨우 한 마디 욕지거리를 내뱉을 뿐이었다.
오메가는 신경질적으로 손수건을 서랍 안에 집어넣은 뒤 거칠게 밀어넣었다.
‘오늘 일은 다 했군. 완벽하네.’
이렇게나 마음이 심란해서는 온종일 아무 일도 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 오메가는 눈을 잔뜩 찡그리며 오갈 데 없는 짜증을 속으로 삼켰다.
“오, 오메가 님!”
“뭐야?”
그때, 유미가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녀는 잔뜩 화가 난 오메가의 눈초리를 보고서 흠칫 떨었다.
“대, 대규모 철충 출현입니다!!”
“수와 위치는?”
“아직 파악 중입니다. 북아프리카에서 서남아시아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중이라 정보 파악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응? 하, 웬일로 철충들이 이렇게나 기특한 짓을 해주는 걸까.”
유미가 건네준 자료를 보며, 오메가는 승리감에 찬 미소를 지었다.
“마침 심란하던 차에 아주 좋은 소식인걸.”
지도를 빼곡히 채운 붉은 점-철충 발생 지점-의 지척에 유럽이 있었다. 오르카가 델타를 처치하고 거점으로 삼은 바로 그 곳.
“그 밉살맞은 자식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여줄 수 있겠어. 후후… 아하하하하핫!!”
그 남자가 이 소식을 전해듣고 낭패감에 얼굴을 구길 것이라 생각하니 온몸에 오싹오싹한 쾌감이 감돈다. 오메가는 근 몇달만에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소리내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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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12지역 스토리 끝나고 두세달 정도 후 시점.
4-5편 정도로 끝날듯?
ㅇㅇ
내가볼때 엡실론이나 델타 둘중하나에게 분명 배신당하고 사령관도 위기일때 몸바쳐서 구하고 죽을듯
내가볼때 엡실론이나 델타 둘중하나에게 분명 배신당하고 사령관도 위기일때 몸바쳐서 구하고 죽을듯
제타 말하는거지?
오메가님의 발닦개가되고싶어
ㅇㅇ
결국 죽는건 다들 수긍함ㅋㅋㅋ
사실 난 수긍하지 않아 살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