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은 그동안 별로 부각되지 않았던 면들을 보여준 점은 크게 살 수 있다고 봅니다.
스킬은 겨의 곁가지에 가까웠던 이전작들과 달리, 호국의 귀장 같은 보구급 스킬도 등장하고 아예 스킬보다는 순수한 기량(지크프리트나 케이론 등)을 뽐내는 등 서번트에 대한 묘사가 훨씬 폭넓어졌습니다. 방어구도 단순 장식이 아니라, 갑주로 대미지를 완화하는 등의 묘사가 분명하게 등장했죠.(비단 카르나 뿐만이 아니고요.)
지명도 보정에 대해서도, 이전까지는 막연하게 '세진다, 혹은 추가로 보구가 나온다' 정도로 언급됐지만 블라드처럼 극단적인 케이스(루마니아 안이냐 밖이냐에 따라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죠)로 매우 잘 보여주었고.
또한 단순히 스펙놀음만 하는게 아니라 '스펙은 낮을지라도 적이 대비할 가능성이 낮은 영령'(잭 더 리퍼)이나, 혹은 능력이 일천한 마스터가 다루기 쉬운 영령(프랑)을 선택하는 전략적 우회도 보였죠. 원래 초기에 언급된 버서커 클래스의 특징이 여기서 잘 살아나는데다가, 1:1이 아니라 팀대전인 이상 아스톨포처럼 화력은 약해도 다방면에 쓸모가 있는 영령 또한 가치가 굉장히 높았죠.
문제는 단점이 워낙 두드러지다보니 장점이 죄다 씹어먹혔다는 것.
솔직히 페그오에서 콜라보 스토리로 풀어내는걸 보면 (작가가 그동안 성장했다고 쳐도) 지크도 충분히 공감, 또는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개성이 옅다는 평가가 있긴 했지만 원래 지크가 '소원없이 태어나 시련 속에서 자신의 소원을 찾아가는 주인공'으로 기획된만큼 성장 스토리가 잘 짜여졌더라면요.
근데 페아포는 꼴랑 5권 분량이고, 그마저도 원래는 4권 분량이었다는 점이 문제.
지크의 자아찾기 여행을 빼놓고 보더라도 서번트 마스터 합치면 흑진영 14명, 적진영 14명, 잔느(+레티시아)로 무려 30명이나 되는 대인원입니다.
이러니 적진영은 마스터들을 싸잡아서 종이인형으로 퉁쳐서 5명이나 솎아내고, 흑진영도 제 서번트 스토킹하다 자멸한 셀레니케, 제 서번트에게 제물로 날아간 로셰, 초반 광탈한 지크프리트/프랑, 근자감으로 개돌해 궁극의 숙원이었던 아담을 사실상 자침시킨 아비케브론 등 대다수 인물들을 단발성으로 소모해야했죠.안그럼 장면 하나 쓰다가 한 권이 날아갈테니.
애초에 팬들의 관심을 가장 끌었던 것이 전례없는 7:7 팀전이었고 시리즈 자체가 영령들의 전투가 메인 컨텐츠인 만큼, 고고한 철학적 사색에 잠기기에는 할애할 지면이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결국 지크의 가치관에 영향을 준 건 잔느와 톨토가 절반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고, 추가로 지크프리트와 못드, 잭 정도. 전인류를 판단하기에는 표본집단이 지나치게 좁고 적은데말이죠.
차라리 분량 제한 없이 마음껏 쓸 환경과 열의만 있었다면 페아포 완성도도 꽤 높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약육강식과 유아복지라는 모순된 사상을 지닌 아탈란테도 양극단을 붙여놓는 대신 중간에 징검다리가 놓여졌을수도 있고, 잔느도 얼굴보고 반했다는 악평보다는 좀 더 시간을 들여 가까워질 수 있었을테며, 지크도 꼴랑 며칠 살아본 경험만 가지고 두 평생을 인류구원에 매달린 아마시로에게 일침놓는 어처구니없는 대립이 완화되었을테니까요.
ps. 물론 모 군은 저를 삐리리~하고 싶으신 겁니까 같은 개드립은 분량 문제로 커버쳐줄 수 없겠습니다만.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지른 대사인건지.
대현자 빛르드 선생.....
장점: 성배대전이다 단점: 성배대전이다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도 많았는데 다들 금방 사라지는게 제일 아쉽더군요. 아비케브론도 어떤 의미에서는 작품의 가장 큰 쟁점-인간의 구원에 직결된 캐릭터인데도 그냥 레이드몹으로 소모해버린게 정말...
애초에 저걸 4권 안에 잡아넣겠다부터가 무리수였죠. 덕분에 적 측은 초반부에 마스터를 2명 빼고 다 짤라버리고, 후반부 전개는 대전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그냥 잔느 일당 VS 시로 패거리란 단순한 구도로 진행. 전개를 편하게 하기 위해 지크에겐 기연 같은 주인공 보정을 잔뜩 주고, 시로에겐 애정 보정을 잔뜩 주는 걸로 해버렸죠. 덕분에 읽는 사람 입장에선 양쪽 다 이해가 안 가는 존재들이 되어버렸습....
장점: 성배대전이다 단점: 성배대전이다
대현자 빛르드 선생.....
삭제된 댓글입니다.
디비디비디바
중간중간 뽕차는 장면은 강렬한데 중간이 너무 허전한데다.... 그 뽕도 없는 몇몇 캐릭터들은 그저 눈물만 납니다8^8
뭐 페아포만 해도 이래저래 도중에 많이 바뀌었으니... 원래 게임으로 제작 예정이였다가 변경된것도 그렇고 원래 들어가려던 서번트들이 빠지기도 했고(골든, 게오르기우스 등등)
솔직히 빠진 친구들은 문제가 아니라고 보네요. 본문에 썼듯 이미 있는 캐릭터들도 비중을 싹둑싹둑 잘라낼만큼 인물들이 넘쳐서.... 특히 게오르같은 경우는 후반부 두 성인으로 갈리는 두 진영에서 녹여내기 어려운 또 하나의 성인이기도 하고요.
아 몇몇이 빠진게 아쉽다기보다는 이래저래 저런식으로 자꾸 바뀌면서 완성도가 떨어진게 아닌가해서요.
일단 작중에서는 나름대로 캐릭터들간 연관은 있으니 비교적 초기부터 간택(?)은 끝난 것 같아요 ㅎㅎ 그리고 시간이 넉넉했어도 5권 분량으로는 뭘 해도 무리였을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 반밖에 안되는 제로가 4권, 문고판에서 6권으로 나왔고요 :)
이거 각잡고해서 한15권은 썼어야 다풀어냈을듯합니다
정말 허망하게 간 인물도 많고, 풀어낼 거 다 못풀어낸 인물도 많고, 급하게 풀다 체한 애도 많고.... 저걸 4권에 꾸겨넣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부터가 제일 무리수였어요!
어찌보면 역량 부족이라면 역량 부족이겠지만 다른 분들 말씀처럼 분량만 더 길었어도 비중 문제로 말은 덜 나오지 않았을까 싶네요.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천천히 풀어 쓰면 결과물 자체는 훨씬 나아지더라고요 :D 솔직히 잡아야 될 토끼가 너무 많아서 이도저도 아니게 된 케이스 같습니다.
애초에 저걸 4권 안에 잡아넣겠다부터가 무리수였죠. 덕분에 적 측은 초반부에 마스터를 2명 빼고 다 짤라버리고, 후반부 전개는 대전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그냥 잔느 일당 VS 시로 패거리란 단순한 구도로 진행. 전개를 편하게 하기 위해 지크에겐 기연 같은 주인공 보정을 잔뜩 주고, 시로에겐 애정 보정을 잔뜩 주는 걸로 해버렸죠. 덕분에 읽는 사람 입장에선 양쪽 다 이해가 안 가는 존재들이 되어버렸습....
협회 마스터 5인+셀레니케 = 서번트 소환 셔틀. .....이러느니 차라리 아마시로가 직접 소환하고 지크도 수조 내에서 본능적으로 톨포 소환했다는게 나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랬으면 톨포도 그냥 시험관 깨고 나왔다고 덜렁 구하는게 아니라 자기 진짜 마스터니까 구한다고 당위성도 생겼을테고.(소환 실패한 셀레니케는 그냥 낙향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본편에서도 비중 없고.....) 아마시로도 본인 보구가 특수한거니까 다중소환 했다 쳐도 충분히 커버칠 수 있었고요.
그렇게 욕 먹을 작품은 아니라 생각하지만..다들 너무 극단적이여
그거야 각자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 판단하는 소감이니까요.
그냥 캐릭터성에 치중하느라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의 개연성이 떨어지다 못해 나락으로 가버린게... 뭐 FGO입장에서야 결국 중반 시점에 페제로 이후에 부족했던 서번트 풀을 대량으로 채울 수 있었고, 그걸로 매출도 뽕 뽑았으니 이상한 방식으로 성공한 작품이 되어버렸죠.. OST도 괜찮고, 캐릭터도 다 잘 나왔습니다. 근데 그걸 한데 비벼놓으니까? 이상한 퓨전 음식이 되버린거죠.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도 많았는데 다들 금방 사라지는게 제일 아쉽더군요. 아비케브론도 어떤 의미에서는 작품의 가장 큰 쟁점-인간의 구원에 직결된 캐릭터인데도 그냥 레이드몹으로 소모해버린게 정말...
최고의 재료를 여러개 써도 최고의 음식이 되는게 아니라는 좋은 반증
요리는 요리실력과 조미료가, 작품은 구성력과 표현력을 간과할 수 없지요 :)
작가분이 나름 업계에서 굴러본 프로였을텐데, 역시 프로에게도 한계란 있나봅니다.
내용이든 분량이든 자유롭게 풀어주면 명작을 충분히 써낼 수 있는 작가를 모셔온다고 쳐도 윗분들이 이것저것 요구하는 게 많아질수록 작가 역량으로 커버칠 수 없게 되어 결국 망작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달까..... 페제로 실력을 인정받은 우로부치 겐이 각본을 쓴 '가면라이더 가이무'마저도 여러가지로 단점이 많은 작품으로 남아버렸으니까요.
제약이 많이 걸릴수록 창작자로서는 운신이 힘들어지는 것도 사실이죠. 투자자가 개입 안하고 완전히 방치했을 때 명작이 나오기 쉽다는 이야기도 있고....(물론 투자자 입장도 생각해야겠습니다만.)
애니서 그 드립도 잘렸고 액션도 좋았고 뭣보다 원작을 안봐서 재밌게 본 1人
애니가 나름 기름칠을 열심히 해주긴 했어요:) 다만 분량배분에서 일부 서번트는 그나마 있던 비중도 날아갔지만...ㅜㅜ
본지 오래된후에 콜러보만 하니 '아름다운 추억' 으로 퉁칠수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시간이 답인가...
시스템 파밍캐의 형에 처해진 지크. 벌이 무겁기에 미움도 옅어집니다(?)
사실 페아포는 뻣어나갈 수 있는 그 가지에 비해, 분량이 너무 지나치게 짧았던 편이라, 뭘 어떻게 하든지 망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 군상극이 되면 사실 제대로 각잡고 만들자면 장편이 되버릴 수 밖에 없는게 아니겠어요~~ (진짜 제대로 풀어내려면, 워낙 등장인물의 숫자가 많았던 특성상, 15권도 짧았을 거라 봅니다.ㄷㄷ) 가뜩이나 주제도 심각했으면서... (게다가 페아포는 프리퀄로 Fate Minus 떡밥도 있었잖습니까...ㄷㄷㄷ 2차대전 시기 3차 성배대전 그거... 아마쿠사 시로 이야기 등등... 5권으로 가능할 리가 엄서... 15권도 부족해 보이는디...)
거듭 생각하는거지만 페아포 애니에서 고르드가 열변하던 그 대사(우리가 바랐던건~~)는 적진영 마스터들이 몇 배는 더 통감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나름대로 환각 속에서 장렬한 전쟁을 펼치며 빛나는 승리를 따냈건만 눈떠보니 아시X꿈이고... 본인들 한 일이라고는 그냥 소환하고 쳐 잔거밖에 없고(...) 얘들도 엘리트들이니 정말 제대로 된 군상극이었다면 각자 활약할 구석도 많았을텐데....
그러니까요. 다들 뭔가 양보할 수 없는 명분도 있고, 캐릭터들도 정말 매력적으로 만들어놨거니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한 느낌... ㅠ) 추신 : 근데 이러면 원래 2차 창작이 흥하지 않나요? 그런데 그런 것도 잘 없는 것 같...ㅠ
뭐 한게 있어야 망상을 꾸며볼 건덕지가 있...... 하다못해 후유키 4차에서 엑스트라로 스쳐지나가던 F-15 파일럿 오우기, 코바야시도 미사일쏘고 탈것 제공하면서 나름 비중은 있었으니까 매드무비에라도 나오죠!
아...ㅠㅠ (진짜 안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