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이라고 했지만 기본은 엽/단편집입니다.
보시다 그냥 실소만 나오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취향안맞으면...뭐 우짤 수 없고.
연재란 버전으로 보실 분은 출처쪽에 링크를 남겨놨어요.
나중에 진짜 1만편까지 꾸준글로 가면 제법 웃기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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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라와 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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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미르를 좋아했던 이유에 대해 말한다면 나라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보통 사람보다 특별한 그녀는 수줍음도 특별히 강했기 때문이다.
“조, 조조조, 조, 좋아합니다! 사귀어 주시지 않을래?”
말을 높인 건지 낮춘 건지, 브레이크 댄스를 춘 건지는 그렇다 치고.
그녀가 미르에게 직구로 승부수를 건 것은 세 가지 의미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첫째. 시작부터 전력으로 캐릭터가 붕괴됐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고백이란 것은 캐릭터를 붕괴시킬 정도의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둘째, 미르가 자고 있던 옥상에 들어온 방식이 이례적이다.
미르가 수업을 빠지고 자러가는 곳은 항상 학교 옥상이다. 복사한 열쇠로 옥상문을 걸어잠그고 의자까지 문고리에 걸면 옥상은 언제나 미르의 요새가 되어주었다.
나라는 그걸 도끼로 뚫고 들어왔다. 영화 ‘샤이닝’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드, 들어주지 않으면 저걸 떨어트릴 거예요!”
미르는 나라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겨갔다.
위로. 위로.
그렇게 올라간 시선의 끝에 있는 건 거대한 암석이었다.
천공의 성이라도 나타난 걸까?
물론 그건 아니다.
특별한 소녀, 그랜드 위치의 정통한 후예인 나라가 우주에서 불러온 운석이었다. 사족이지만 운석을 부르기 전에는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부서진 문에 즉사의 저주도 걸어두었다.
문제의 운석은 대화 중에도 매우 느긋한 속도로 천천히 낙하중이었다.
온 동네에 사이렌이 격렬하게 울렸다. 사람들이 “종말이야! 세상의 종말이 왔어!” “말법칼립스는 실재한다!”며 비명을 질렀다.
물론, 국가도 노력은 하고 있었다.전투기가 급한대로 날아와 미사일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운석은 파편하나 만들지 않고 계속해서 고도를 낮춰갔다. 술자가 살아있는 한 적중은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나라는 이 시점에서 운석이 마법을 무시하고 물리법칙에 따라 추락해주면 좋다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만큼 눈치를 보는 것도 민감하다. 게다가 상식이 아주 없지도 않았다.
‘망했어. 미쳤나봐! 운석을 가져와서 사귀자고 하는 여자애를 누가 좋아하겠냐고!’
한편, 미르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안경 뒤편에 있는 그의 눈은 잠이 덜 깨서 안광이 탁했고, 눈가는 물기가 감돌아 촉촉했다.
방금 잠에서 깬 미르의 모습은 작은 체구와 시너지를 일으켜 묘한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요소가 되엇다. 실재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나라의 손은 이미 스마트폰 카메라의 셔터를 연타하고 있었다.
“저기, 나라야.”
“으, 응? 네? 어? 네으이?”
미르는 운석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지금 내가 알겠다고 하면 운석도 멈추는 거지?”
“무, 물론 이지죠!”
‘물론이지’와 ‘물론이죠’가 뒤섞였다. 고백의 답을 기다리는 사이, 그녀의 캐릭터와 세계는 초단위로 종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잠깐만. 조금만 기다려봐.”
“네!”
“바로 대답할 테니까.”
“응!”
“조금만. 거의 다 됐어.”
“알았어!”
“stay. stay. stay…….”
“멍!”
“더더더더더더…….”
“네네네네네네!”
대화가 다음 단계로 이어진 건 운석이 학교 바로 위까지 내려와 거대한 그늘을 이룬 뒤었다.
“알았어. 사귀자.”
“정말로?”
“하지만 운석은 당장 멈춰야 하지 않을까?”
“확실히 그러네! 잠시만!”
나라는 서둘러 운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문’이나 ‘명령’의 시대는 지났다. 이젠 ‘교섭’이 마법의 최신 트렌드였다.
“네. 내려오시는 걸 멈추고 싶은데요. 네? 해약 비용이 그렇게 많이 들어요?”
“괜찮아. 허공에 멈춰있어도.”
미르가 빤히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자, 사파이어를 닮은 그 눈에 압도된 나라는 안 그래도 발갛던 얼굴색을 대추빛으로 바꿔갔다.
“아, 저저저저저, 저기! 멈추는 건, 멈추는 건 비용이 어느정도 될까요? 아, 그정도라면 아르바이트를 늘리면 어떻게든 될 거 같아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교섭이 끝나자 운석이 허공에서 우뚝 멈췄다.
태양 때문에 바닥이 뜨거워서 불편했던 미르는 그늘이 생겼다는 사실이 기뻤는지, 베시시 웃었다.
“고마워 나라야. 그럼, 잘 자.”
“저, 저저저저저저, 나야말로! 미르야! 그런데, 잘 자라니?”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미르는 이미 바닥에 쓰러져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엄청 빨리 잠드네…….”
나라는 조심스레, 하지만 본래 성격보다는 대담하게 손을 뻗어, 연한 푸른 빛이 감도는 미르의 머릿결을 쓰다듬어봤다. 무척이나 가늘고 윤기있는 머리카락은 그녀 손에 가볍게 감겼다가, 이내 물처럼 손을 빠져나갔다.
잠시 후, 긴장이 풀린 나라는 미르와 얼굴을 마주한 채 행복한 얼굴로 잠들었다.
인류는 그렇게 구원되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잠들었다 해도 사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야, 진나라! 갑자기 수위실에서 도끼는 왜……. 크어허으억?”
도끼 사건을 쫓아 급히 달려왔던 장 선생은 옥상문을 여나 싶더니,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이건 장 선생의 실수였다. 문에 저주가 걸려있는지 아닌지 정도는 확인하는 게 상식 아니던가.
“장 선생님!”
“장쌤이 죽었어!”
“다음화엔 멀정히 살아있겠지만!”
나라와 미르는 바로 옆에서 사람이 죽는 등의 사태가 일어나는 줄도 모른 채, 잠결에 흘러나오는 작은 숨소리를 섞어갔다.
***
이곳은 K국의 S시.
거대 운석이 낙하하다 허공에서 멈춘 기묘한 도시.
이것은 S시에 사는 사람들의 혼돈과, 혼돈의 이야기다.
세계가 끝나기까지.
앞으로 9,999화.